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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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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칠의 맥스MLB] '최고의 진심' 사라 랭스 이야기
[전훈칠의 맥스MLB] '최고의 진심' 사라 랭스 이야기
입력
2023-06-12 13:23
|
수정 2023-07-21 13:51

메이저리그 기록 전문가, 사라 랭스

‘루 게릭 데이’ 행사에 참석한 랭스
랭스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트위터 게시물의 생산량과 꾸준함이었다. 그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니라도 트위터에서 발생하는 알람을 지속해서 받게 되면 랭스의 열정과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트위터 게시물이 점차 주류 언론 매체에 인용되면서 랭스의 유명세도 커졌다. MLB 네트워크 방송에 고정 출연하기 시작했고 ESPN의 베이스볼 투나잇 팟캐스트에서도 ‘The Numbers Game’ 코너를 통해 주기적으로 의견을 드러냈다.

‘게레로 부자에게 모두 홈런을 허용한 투수’. 랭스의 트윗.
랭스의 트윗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야구에서 발생하는 묘한 상황의 이면을 파고들어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소소한 기록을 찾아내고는 야구가 최고(‘Baseball is the best’)라는 말로 마무리하곤 했다. 랭스의 이 문구는 다른 종목과 가치를 비교하거나 우위를 논하려는 얄팍한 의도가 아니었다. 그저 야구라는 종교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전파하려는 선교사의 신실한 태도처럼 보였다.

‘야구가 최고’는 야구의 오묘한 재미를 함축한 말이다.
랭스는 2019년 특별한 이유 없이 발에 통증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몇 차례 병원을 찾기도 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랭스는 그저 발이 조금 불편한 것으로 여기고 하프 마라톤에 참가하기도 했다. 상황이 점차 악화하는 가운데 랭스는 1년 넘는 진료 끝에 자신의 통증이 루게릭병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낙담했지만, 동시에 랭스는 오랜 통증의 원인을 명확히 알게 됐다는 점에서 묘한 안도감도 느꼈다고 했다.

2021년 1월 방송 활동 모습
랭스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뉴욕 메츠의 팬으로 자라며 야구를 즐겼다. 매일 심야에 방송되는 ESPN의 베이스볼 투나잇을 본방사수하기 위해 밤잠을 늦추는 게 일상이었고, 그 시절 가장 좋아했던 선수로 올리버 페레스를 꼽기도 했다. 그리고 2015년 ESPN의 통계 관련 부서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덕업일치’를 이뤘다.
랭스가 ESPN에서 처음 업무를 시작한 날, 그의 책상 앞에는 루 게릭의 유명한 은퇴 연설문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랭스는 당시 별 이유 없이 그 장면을 휴대폰 사진으로 남겼다. 루 게릭의 2,132경기 연속 출전 기록이 중단된 날은 랭스의 생일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너무나 고약한 인연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조차 랭스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지난해 윈터 미팅에서 애리조나 러벨로 감독과 만난 랭스
그러면서 랭스는 한 가지 당부도 남겼다. 이미 떠난, 혹은 자신처럼 떠나갈 사람에게 보내는 호의적인 메시지도 물론 감사하지만, 바로 지금 건강하고 별일 없이 지내는 서로에게 같은 마음을 일상적으로 자주 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적었다.

사라 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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