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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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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이트] K리그, 금기 깨다‥'21세기 첫 외국인 GK 탄생?'
[스포츠라이트] K리그, 금기 깨다‥'21세기 첫 외국인 GK 탄생?'
입력
2025-07-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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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7-10 15:48

K리그에 오랜 기간 금기로 여겨졌던 ‘외국인 골키퍼’가 내년부터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1990년대 외국인 골키퍼들이 K리그에서 맹활약하자, 1996년부터 K리그는 외국인 골키퍼의 출전 시간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는 아예 등록 자체를 금지 시켰습니다. 당시 리그 최고 골키퍼로 활약하던 사리체프는 자리를 잃게 되자 귀화를 선택, ‘신의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했습니다.
무려 27년 만에 부활하는 외국인 골키퍼 제도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과연 '21세기 첫 외국인 골키퍼'는 누가 될지, 어느 팀이 1호 영입을 할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당사자였던 신의손 천안 골키퍼 코치는 외국인 골키퍼 부활을 환영했습니다. 신 코치는 "당시 나 때문에 외국인 골키퍼가 한국 땅을 밟게 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까지 말하면서도 한국 골키퍼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외국인 골키퍼와의 경쟁이 재밌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K리그 내 10개 팀 정도는 외국인 골키퍼를 영입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외국인 골키퍼' 도입을 두고 실질적인 이야기가 오간 구단별 대표자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총 26개 팀 가운데 11개 팀이 도입에 찬성했다고 전했습니다. 기권은 11개 팀, 반대는 4개 팀이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의견을 바탕으로 지난달 이사회는 국내 골키퍼들의 연봉 상승률이 과도하고, K리그 구단 수도 대폭 늘어났다는 이유를 언급하며 내년 외국인 골키퍼 도입을 공식화했습니다.
팬들 역시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27년간 외국인 골키퍼가 금지됐다는 사실을 모르던 팬들도 많았는데요. 골키퍼들의 잦은 실수로 어려움을 겪은 일부 팀 팬들은 오히려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골키퍼들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천안 골키퍼 허자웅은 "외국 골키퍼가 들어오면 경쟁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국내 골키퍼 입장에서는 마냥 반갑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허자웅은 2020년 성남에 입단했지만 김영광 등 주전 골키퍼들에 밀려 벤치에만 머무르다, 프로 6년차인 올해에야 천안 이적 후 주전 박주원의 부상 이후에야 프로 데뷔전을 치른 선수입니다. 골키퍼라는 포지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허자웅은 "외국인 골키퍼 도입을 앞두고 연맹에서 조금만 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은퇴 당시 SNS 글로 화제를 모은 임민혁도 “과연 어떤 선수가 어린 시절부터 골키퍼를 선택하겠냐”며 장기적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이 제도로 혜택을 봤던 은퇴 선수들도 후배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경우에 따라 골키퍼들의 조직적 대응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K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골키퍼인 김병지 강원 대표도 공식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김 대표는 “연봉 20~30만 달러면 실력 좋은 외국인 골키퍼들이 K리그로 올 수 있다”며, "K리그2 팀들은 거의 다 외국인 골키퍼를 영입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김 대표는 "이광연과 박청효가 있어서 강원은 외국인 골키퍼를 영입할 계획이 없다"고 강원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지만, 모두 입을 모아 언급하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실효성' 문제인데요. 우선, K리그1 기준 최대 6명인 외국인 선수 쿼터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결국 골키퍼에게 한 자리를 내주는 판단을 할 구단이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국내외 선수 60여명을 보유한 한 에이전시 대표는 "외국인 공격수 한 명 영입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데 현재 K리그의 구단 스카우팅 시스템으로는 좋은 골키퍼 영입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최후방에서 지시를 해야 하는 골키퍼 특성상 언어라는 현실적인 문제 역시 선수, 구단 모두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찬성파' 신의손 코치 역시 "한국 선수들과 외국인 골키퍼 사이 언어가 잘 통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연맹은 지난달 FA 자격 취득 예정 선수 명단을 발표하며 오는 겨울 K리그 역대급 이적시장 임박을 알렸는데요. 리그 절반이 지난 지금, 각 구단들도 내년 팀을 어떤 예산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고심을 시작할 텐데요. 과연 어느 팀이 '외국인 골키퍼 영입 1호'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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