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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웅

[스포츠라이트] '코치가 왜 울어?'‥"이정효 감독을 존경해요"

[스포츠라이트] '코치가 왜 울어?'‥\"이정효 감독을 존경해요\"
입력 2025-07-16 17:11 | 수정 2025-07-16 17:17
■ 눈물?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축구와 눈물'하면 어떤 장면이 생각나시나요?

가장 최근에는 손흥민 선수의 유로파리그 우승 후 오열이 떠오르는데요.

이처럼 각본없는 드라마가 연출하는 희로애락에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라운드를 눈물로 적셔봤을 겁니다.

하지만 선수가 아닌 코칭스태프가 울음을 터뜨리는, 그것도 오열하는 장면은 축구 팬들도 쉽게 보지 못했을 겁니다.

특히, 근엄한 자세로 선수들 앞에선 감정 표현을 최대한 절제하는 우리 지도자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코칭스태프의 '희귀한' 눈물이 최근 K리그2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이랜드를 상대로 충북청주가 2대 1로 앞서던 후반 추가시간, 감독대행 최상현 코치는 아예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하더니,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했습니다.

이 장면을 본 팬들은 저 마다의 감동과 낭만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최 코치에게는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 우편배달도 해봤지만‥꺼지지 않았던 '축구 열정'

성적 부진을 이유로 권오규 감독이 사퇴한 뒤, 감독대행을 맡은 지 4경기 만에 거둔 승리.

그것도 올 시즌 홈 첫 승리였던 만큼 눈물이 절로 나왔다는 최 코치는 "제가 살아온 환경이 그냥 간절하다"면서 눈물의 남다른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K리그에서는 단 4경기만 뛰고, 이후 내셔널리그에서 조용히 은퇴한 최 코치.

은퇴 후엔 잠시 중소 기업에서 일했고, 보다 안정적인 삶을 찾아 우편배달을 한 적도, 환경미화원 면접을 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배원 일을 하다 허리 부상을 당한 그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동료가 지도자 자격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은 그는 함께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K3리그 팀 청주시티FC에서 플레잉코치로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2023년, 해당 팀이 충북청주로 프로화에 성공하며 그의 제2의 축구 인생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죠.

"그렇게 ‘바닥’에서 운 좋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하는 최 코치.

그는 "열정이 없으면 지도자는 곧 죽음"이라며 자신의 철학도 덧붙였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항상 긍정적으로 팬들한테 다가가면서, 팬들이 진짜 운동장에서 눈물 나게 감동 받을 수 있는 축구 보여줘야 한다"는 신념이 이번 눈물로 나타난 겁니다.
■ 축구화·작전판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다

인터뷰만 들어봐도 범상치 않은 사람임은 틀림없었습니다.

영상을 하나하나 찾아보니 특이한 점이 많았습니다.

나름 팀을 대표하는 '감독 대행'이어도 선수들과 똑같이 축구화를 신고 다니는 점은 물론, 버스를 내리는 순간에도 작전판을 항상 품에 안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 도중 쪼그려 앉아 작전판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최 코치는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선수들과 같이 운동장에서 뛴다'는 마음으로 축구화를 신고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또 "작전판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 대처를 바로바로 할 수 있다"면서 "작전판이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버스든 일상에서든 항상 갖고 다닌다"고 자신만의 '루틴'을 공개했습니다.
■ 수첩에 수줍게 적어둔 그 이름 '이정효'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최 코치가 존경하는 지도자는 누구일까?'.

최 코치는 "사실 공책에도 항상 적어놓는다"며 수줍게 한 이름을 꺼냈습니다.

바로 이정효 감독.

"재료가 좋지 않아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지도자"라며, "오늘 0-3, 내일 0-5로 져도 다음 경기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또 만들어내는 대단한 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수첩 사진을 직접 보여주며 '팬심'을 인증하기도 했습니다.

일면식도 없지만, 뜻밖의 '샤라웃'을 받은 이정효 감독의 반응도 궁금했습니다.

이정효 감독은 엠빅뉴스를 통해 "나도 최 대행이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뭉클했다"고 말하며 "언급이 되어서 기분이 좋은 것보다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역시 이정효 감독답게 후배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면서 "이제부터 시작이고 앞으로 더 힘든 일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버텨라, 그리고 좋은 기회를 기다려라"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정효 감독의 말은 다가올 결과를 마치 꿰뚫어 보기라도 한 걸까요.

실제로 최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치른 마지막 경기에선 분투 끝에 수원에 0대 1로 졌습니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이 말했듯 축구 인생은 길고, 중요한 건 '버티는 힘'일지 모릅니다.

이제는 다시 코치로 돌아간 최상현 코치.

언젠가 또 한 번, 그만의 방식으로 보는 이들을 울릴 순간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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