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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석

[스포츠라이트] '시 쓰는 피겨 선수' 김현겸‥"올림픽, 간절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려 해요"

[스포츠라이트] '시 쓰는 피겨 선수' 김현겸‥\"올림픽, 간절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려 해요\"
입력 2025-10-01 16:41 | 수정 2025-10-01 16:43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국가대표 김현겸은 최근 뜨거운 눈물을 쏟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달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추가 예선에서 김현겸은 최종 2위에 올라 우리나라에 올림픽 남자 싱글 출전권을 한 장 더 안겼습니다. 밀라노행 티켓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오는 11월부터 별도의 국내 선발전을 치러야 해 올림픽 출전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간의 극심한 부담을 이겨낸 기쁨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일주일 뒤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김현겸 선수는 "여태까지 했던 경기 중 가장 많이 떨었는데, 점수가 잘 나와서 안도했다"며 당시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 올림픽은 간절하지만‥"목표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해요"

직접 따낸 올림픽 출전권인 만큼 그 티켓의 주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김현겸은 "목표에 매몰되면 실수가 많이 나오는 법"이라며 "평소 하던 대로 마음 편하게 스케이트를 타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나름의 방법도 있습니다. "욕심이 나는 경기일수록 혼잣말도 하고 생각을 되뇌며 목표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6분 웜업' 시간엔 즐겨 듣는 노래를 부르거나 그 가사를 생각하면서 몸을 푸는 것이 자신만의 '멘털' 관리법입니다.

대표팀 선배이자 대학 선배인 차준환의 조언도 도움이 됐습니다. 김현겸은 "준환이 형이 '빙판에 들어서면 일단 관중들을 먼저 보라'고 조언해줬다"며 "그렇게 하니 시야도 넓어지고 경기를 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시 쓰는 국가대표‥"생각이 멈추지 않아요"

"비단 물결
새빨간 첨단 위로 솟구치는 구름
무희는 기꺼이 천을 내려두었고
나는 성직자가 되어 기쁘게 회개합니다."

김현겸이 직접 쓴 시 중 가장 좋아한다는 구절입니다.

평소 생각을 멈출 때가 거의 없을 정도로 몽상을 즐겨 한다는 김현겸. 일상에서 떠오르는 영감을 문장으로 모아 시를 쓰곤 합니다. 올해에는 3년 동안 쓴 시들을 엮어 시집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김현겸은 "가끔씩 떠오르는 영감을 그냥 흘려보내기가 아쉽다"며 시를 쓰게 된 이유를 밝혔습니다. "운동과는 별개인 개인적인 취미일 뿐"이라며 "운동 중에는 물론 식사를 할 때나 잠에 들기 전 떠오르는 생각들을 소재로 삼는다"고 말했습니다.
■ "장점은 안정감, 아쉬운 건 예술성"

시에서는 남다른 감수성을 드러내지만, 경기에서의 표현력이나 예술성은 스스로 꼽는 약점입니다. '안무'보다 '기술'에 더 신경쓰다 보니 생기는 아쉬움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대표 기술인 '쿼드러플 토루프'나 '트리플 악셀'이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난도 기술이라 항상 '실수하지 않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현겸이 꼽은 자신의 강점은 '점프 성공률'입니다. "매 대회 안정감 있게 큰 실수 없이 뛰는 편"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아직 예술 점수가 부족해 그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더 표현을 잘 해보고 싶고, 더 멋있게 타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빙판을 더 여유롭게 탈 방법을 고민한다고 합니다.

스스로는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MBTI 검사를 해보니 INTP가 나왔다"는 김현겸. "운동을 하다 보니 F(감정형)에서 T(사고형)가 된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피겨라는 종목이 감수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대회를 실수 없이 마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 잊지 못할 '한국 남자 싱글 사상 첫 금메달'의 순간

김현겸은 지난해 1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싱글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선배 차준환의 뒤를 이을 남자 싱글 기대주로 주목받았지만, 지난 2월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선 발목 부상으로 중도 기권해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그래서 김현겸에겐 올림픽 출전이 더 간절합니다. 한국 남자 피겨를 대표해 올림픽 추가 출전권을 따 왔지만 올림픽에 직접 나서기 위해선 다시 국내 선발전을 치러 상위 2명 안에 들어야 하는 상황. 올림픽 출전 선수는 오는 11월 열리는 랭킹대회와 내년 1월 열리는 전국 종합선수권 성적을 합산해 결정됩니다.
"욕심 없이 대회를 치르려고 해도 올림픽 출전이 걸려 있어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는 김현겸. "항상 하던 대로 100%를 보여드린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밝혔습니다. "생각하면 가슴이 뛸 만큼 설렌다"는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꿈, 김현겸은 이뤄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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