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박재웅
박재웅
[스포츠라이트] '신인감독 김연경'이 '입스' 치료제?
[스포츠라이트] '신인감독 김연경'이 '입스' 치료제?
입력
2025-11-07 14:16
|
수정 2025-11-07 17:33


■ 우승 후 돌연 은퇴‥"배구가 불편했어요"'
2011년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14년을 뛴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이나연은 지난해 4월 현대건설의 우승 이후 돌연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이나연은 "그냥 배구가 불편했고, '이 정도면 오래 버텼다'고 자기합리화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습니다. 폼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껴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태, 즉 '입스'가 이나연을 괴롭혀왔던 겁니다.
은퇴 후 유소년 강사로 일하며 출산을 포함한 제2의 인생을 그려나가고 있던 이나연. <신인감독 김연경> 트라이아웃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였습니다. "'그 불편한 기억이 코트에서 또 떠오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 거짓말처럼 사라진 '입스'‥"김연경은 갑자기 찾아온 선물"
하지만 공을 손에 쥐는 순간, 모든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오랜만에 배구공을 잡아서 설렘이 더 커서 그랬던 건지 몰라도 그런 불편한 기억은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김연경의 '돌직구'도 큰 자극제가 됐습니다. 경기 중보다, 미팅 자리에서 김연경의 '진짜 마인드'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나연은 "'우리랑 확실히 뭔가 달라서 저 자리까지 갔구나' 싶었던 순간이 되게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내가 프로 생활을 오래했다고 해서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한참 부족하구나', '언니 방식대로 마인드셋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런 이나연에게 김연경은 어떤 존재인지 물었습니다. 이나연은 "갑자기 찾아온 선물"이라면서 "배구 예능도 연경 언니 때문에 생겼고, 나도 그로 인해 선수를 다시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입단 후 연락을 주고받았냐는 질문에, 이나연은 "내가 먼저 연락드렸다"면서 "언니 덕분에 다시 배구하게 돼서 감사하다"고 연락했다고 말했습니다. 답장은 건조하면서도 따뜻했습니다. "연경 언니가 '잘하라고, 네가 준비돼 있으니까 기회가 찾아온 거다'라고 연락 왔다"고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 한발 떨어져 돌이켜 본 배구‥"기회를 받은 걸로 끝내진 않겠다"
'원더독스' 소집 당시 배구 선수로서 버는 연봉 등급은 최하인 F등급이었던 이나연. 여기에 배구 전문가들로부터 멘털적인 부분을 지적당했는데요. 이나연은 "배구 전문가들의 평가가 생각보다 매운맛이었다"면서 "우는 선수도 있었는데 나는 눈물이 나진 않았지만 울컥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평가를 보란 듯 서서히 제 기량을 끌어올렸던 이나연에게 베테랑 세터가 필요한 흥국생명이 테스트 제안을 했습니다. 이나연은 "전화를 받고 잠깐 끊은 뒤 고민했지만, 테스트조차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기회를 다시 준 흥국생명에 감사함을 표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몸 관리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입단하게 된 이나연입니다. 갑작스럽게 합류해서 제가 팀에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팀의 1승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연경 어드바이저님, 은퇴를 했다가 덕분에 다시 배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기회를 받은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성장하고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