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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웅

[스포츠라이트] '스리백 잘 맞는' 이한범 "5대 리그 가고 싶어요"

[스포츠라이트] '스리백 잘 맞는' 이한범 \"5대 리그 가고 싶어요\"
입력 2025-12-22 15:14 | 수정 2025-12-22 15:31
K리그1 FC서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년 전, 21살의 나이에 덴마크 미트윌란 유니폼을 입은 이한범. 첫 시즌은 3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 시즌에도 주전 경쟁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확실히 다릅니다. 팀의 스리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며 9월과 10월, 11월 A매치에도 모두 소집됐습니다.

한국 팬들에게 가장 깊게 인상을 남긴 경기는 지난 12일 벨기에 헹크와의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경기였는데요. 상대 공격수 오현규를 꽁꽁 묶는 활약으로 코리안더비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경기 후에는 덴마크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가 이어지며 주가를 실감케 했습니다. 이한범 선수의 덴마크 생활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대한 마음가짐을 헹크전 다음 날 직접 만나 들어봤습니다.
Q. 덴마크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소 힘든 시기를 거쳐 지금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뭐라고 보나요.
A. 새로운 감독님과도 잘 맞아떨어지고요. 센터백이 4명뿐인데 3백을 서다 보니까 기회를 더 받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해서 선수들 활약이 전반적으로 좋다 보니 스리백 로테이션을 돌면서 기회를 비교적 공평하게 받고 있고요. 경기를 못 뛰면 동기부여도 없고, 발전도 없잖아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경기를 뛰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치지 않는 게 우선이긴 하죠.

Q.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 결과는 언제, 어디서 확인했나요.
A. 실시간으로 봤어요. 조추첨이 너무 길어서 솔직히 좀 힘들긴 했는데요. 그래도 결과를 놓고 보면 나름 좋은 조에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조 1위까지도 충분히 노려볼 만한 조가 아닌가 싶고요. 이태석, 이영준, 김지수랑도 연락했는데 다들 괜찮은 조라고 보더라고요.

Q. 멕시코와 남아공이 상대로 정해졌습니다.
A. 지난 9월 평가전에서 멕시코를 상대해 보니까 생각보다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준비를 더 잘해서 붙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멕시코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홈 이점은 확실히 부담이 되죠. 평가전 때를 떠올려보면, 특정 선수 한 명이 눈에 띄게 뛰어나다기보다는 조직력이 굉장히 좋은 팀이었어요. 우리의 압박이 잘 맞아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게 안 통하면 자기들끼리 포지셔닝을 바꿔가면서 압박을 잘 풀어냈고요. 남아공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는 게 거의 없어요. 다만 아프리카팀 특유의 스피드와 활동량은 분명히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그래도 지난 멕시코전 활약이 월드컵 엔트리 승선에 큰 어필이 될 수 있을까요.
A. 멕시코전 출전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소속팀에서 스리백으로 뛰면서 꾸준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내년 3월까지 계속 좋은 모습을 유지해서 3월에도 대표팀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유럽 PO 팀 중 덴마크와 맞붙을 수도 있던데요.
A. 더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트윌란은 저한테는 좋은 팀이지만, 제가 1~2년 차 때 안 좋은 기억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되지 않나 싶어요. 덴마크 언론에서는 아직 플레이오프도 안 올라왔는데 '엄청 꿀 조다', '너무 쉬운 조다' 이런 얘기를 벌써 하고 있더라고요. 덴마크 선수들이 그 얘기를 저희한테 해주길래, "너네 못 올라온다. 체코가 올라올 것 같다" 저희도 그렇게 한 방 먹였죠. 하하.

Q. 이번 월드컵 목표를 지난 대회 그 이상으로 잡는 분위기입니다.
A. 저도 목표를 세운다면 8강이 맞는 것 같아요. 일단 조별리그 통과가 우선이지만, 최고의 목표는 8강입니다.
Q. 롤모델로 김민재 선수를 꼽았죠. 닮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A. 민재 형처럼 경합에서 파워풀하게 버티거나 스피드로 커버하는 부분은 신체적인 차이가 있어요. 그게 저와는 다른 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대표팀에 갈 때마다 그런 부분을 최대한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Q. 경기 전 '김민재 스페셜' 영상도 자주 본다면서요.
A. 어제(헹크전)도 경기 전에 딱 보고 갔어요. 나폴리 시절 민재 형 스페셜 영상이 딱 3개가 있는데 그 세 개를 늘 돌려봐요. 4분짜리 2개, 8분짜리 하나. 서울 시절에는 반다이크 영상을 많이 봤는데 요즘은 민재 형 영상만 보고 있어요.

Q. 센터백 이한범의 장점은 그럼 무엇인가요.
A. 저는 머리를 좀 더 쓰면서 수비하려는 것 같아요.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상대를 좀 더 짜증 나게요. 민재 형은 아예 '무력 행사' 하는 느낌이라면 저는 머리로 짜증 나게 하는 느낌이죠. 민재 형이 매운맛을 선보이시면 저는 다른 맛으로요.

Q. 계속 대표팀에 뽑히려면 보완해야 할 점도 있을까요.
A. 대표팀만의 부담감과 압박감이 있는데 팀에서 할 때만큼 좀 편하게 하진 못했어요. 다음에는 좀 더 부담감을 좀 내려놓고 편하게 경기를 임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홍명보 감독님이 따로 조언해 준 것도 있나요?
A. 훈련장에서 좀 더 자신 있게, 공격적으로 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앞으로 밀고 나가도 되고, 플레이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Q. 21살에 유럽으로 건너온 건데, 그 선택을 돌이켜본다면.
A. 저도 비교적 일찍 나온 편이긴 한데, 가능하다면 더 일찍 나오는 것도 맞다고 생각해요. 축구적인 부분뿐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있고요.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해외에서 직접 겪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Q. 조규성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요.
A. 규성이 형은 늘 아침에 일찍 와서 사우나를 하고, 혼자 상체 웨이트를 하는 루틴이 있어요. 선수들도 규성이 형 보고 '운동 벌레'라고 불러요. 맨날 아침이든 운동 끝나고든 혼자 헬스장에 있다고요. 정말 몸 관리 대단한 것 같아요. 규성이 형 몸이 괜히 좋은 게 아니에요. (운동 따라 해 본 적 있어요?) 저는 아침에 공복 상태에선 못 하겠더라고요. 저는 운동 끝나고 열기가 몸에 남아 있을 때 하는 편입니다.

Q. 조규성하고 대표팀에선 함께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죠?
A. 네 대표팀에서는 아직 한 번도 없어요. 규성이 형은 제게 늘 이야기해 왔어요. '같이 잘 준비해서 월드컵에서 같이 뛰자'. 그런데 규성이 형이 다치고 나서는 형도 많이 힘들다 보니까 그 바람이 안 이뤄지지 않을까 했는데, 복귀해서 잘하는 걸 옆에서 보니 정말 월드컵에 가서 함께 뛰는 게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Q. 축구선수 이한범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5대 리그에 가서 경기를 뛰는 게 하나의 목표이긴 한데요. 단순히 5대 리그에 가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도 큰 팀에서 뛰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 월드컵은 제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가는 것보다, 가서 실제로 경기를 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축구 팬들에게 한마디.
A. '덴마크는 변방 리그라, K리그보다 수준이 낮다' 이런 소리를 제가 너무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저희가 또 지금 결과로 증명을 하고 있고요. 대표팀 코칭 스태프 분들이든 한국 팬분들이든 덴마크 리그에도 관심을 더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대표팀 가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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