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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훈칠

[스포츠라이트] 국제 야구 전문가가 본 KBO리그의 미래와 WBC 8강

[스포츠라이트] 국제 야구 전문가가 본 KBO리그의 미래와 WBC 8강
입력 2026-04-13 15:50 | 수정 2026-04-13 15:51
베네수엘라의 첫 WBC 우승

베네수엘라의 첫 WBC 우승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섯 번째 대회가 끝난 지 이제 한 달이다. 세계 야구의 최상위 대회로 의미를 부여해 창설한 WBC는 20년이 흐르면서 서서히 위상을 세워가는 모습이다. 초창기의 작위적인 운영 방식에서 어느 정도 탈피했고,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 속에 역대 가장 성공적인 흥행 기록을 남기는 등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높였다.

WBC의 위상 변화를 체감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국제 야구 전문가들의 활동이다. 이전까지 WBC 대회를 다루는 매체는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 KBO리그 등 세계 주요 리그를 보도하는 기존 언론사들이 사실상 전부였다. 그저 WBC 대회가 열릴 때 잠시 활동폭을 넓히는 정도였다.

지난 2023년 대회부터 트렌드 변화가 감지됐다. 기존의 익숙한 매체 대신, 국가대항전에 초점을 맞춰 여러 나라의 리그를 비교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인물이 늘었다. 이른바 국제 야구 전문가들의 등장이다. 이들은 꾸준하게 세계의 다양한 리그를 기록으로 남기고, 심도 있는 분석 자료를 제공하면서 WBC를 자신들의 핵심 콘텐츠로 내세웠다.

이렇게 국제 야구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표적인 인물로 마이클 클레어(x.com/michaelsclair), 숀 스프래들링(x.com/Shawn_Spradling), 제프 두다(x.com/INTLBaseball24) 등이 있다.

이들은 독립 언론의 성격을 띠고 온라인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한 이력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매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아시아 야구를 적극적으로 다뤘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초기에는 아시아 야구에 집중 관심을 드러낸 것이 일종의 보여주기식 활동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한 활동을 통해 진정성을 인정받으면서 MLB닷컴을 기반으로 국제 야구와 관련된 전문적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하고 있다. 이제 나름의 공신력을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세 명 가운데 마이클 클레어를 지난 WBC 대회 현장에서 만났다. 평소 한국 야구에 지대한 관심을 표출해 온 만큼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클레어는 우리나라와 도미니카의 8강전 결과가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도미니카의 주전 대다수가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력의 선수로 이뤄진 반면, 한국 투수진은 라일리 오브라이언의 이탈을 비롯해 예상 전력보다 약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만 곽빈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갖고 있었기에 도미니카전의 난조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제 야구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

국제 야구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

클레어는 한국 야구에 대해 냉정한 편이었다. 대회 전 MLB닷컴 기사를 통해 대만이 우리보다 우세하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굳이 따지자면 51:49 정도의 근소한 차이지만, 그럼에도 대만이 우위라고 했다. 근거는 역시 투수력이었다. 대만은 바이오 메카닉 이론과 최신 훈련 장비를 도입해 메이저리그의 육성 방식으로 투수력을 키워왔다는 점을 짚으면서, 2024년 프리미어12 우승이 그 결실이라고 여겼다. 대만을 하위권으로 예상한 대다수 해외 매체가 최근 대만 야구의 흐름을 세밀하게 알지 못한 채 프리뷰를 작성한 것을 보면, 결과를 떠나 클레어가 최신 정보에 밝은 것은 확실했다.

반면 우리나라 투수진의 경우 지난 대회보다 평균 구속이 상승했다 해도 그 폭이 크지 않았고, 직구를 뒷받침할 두 번째 구종의 발전이 미흡했다는 게 클레어의 지적이었다. 현대 야구의 투구 흐름은 구속 혁명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동시에 싱커,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로 구현되는 구종이 다양하게 분화하는 중이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스위퍼, 킥 체인지업 등 변화구나 오프스피드 계열의 구종 역시 많은 변종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유행은 해마다 급속도로 바뀌기도 한다. 투수가 한발 앞서려 하면 타자가 곧바로 대응하는, 작용과 반작용이 반복된 결과다.

이러한 흐름에서 한국 야구가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클레어의 시각이다. 당장 올 시즌 KBO리그에서도 직구 평균 구속이 150km/h를 넘는 국내 선수는 곽빈(153.3km/h, 스탯티즈 기준)이 유일한데, 이마저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는 전체 오른손 투수의 평균에 닿는 정도다.

물론 KBO리그 구단 중에서도 선도적으로 바이오 메카닉 시스템을 접목해 투구 계발에 나선 사례가 있지만, 리그 전체적인 경쟁력이 동반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MLB처럼 표준화된 트래킹 시스템이 보편적으로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실시간 트래킹 데이터가 제공되면 해외 리그와 일부 직접 비교도 가능해져, 선수뿐 아니라 언론과 팬들에게도 차원이 다른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만의 강속구 투수 쉬뤄시

대만의 강속구 투수 쉬뤄시

클레어는 우리와 대만의 투수력 차이를 설명하는 또 다른 요소로 해외 진출 접근법을 들었다. 모든 선수가 같은 방식으로 발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각자의 유형에 맞춰 해외 진출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프로야구를 선수 상황에 맞게 진출하는 대만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만 주축 투수 중 쉬뤄시의 경우가 그렇다. 해외 진출을 앞두고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의 제안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소프트뱅크와 계약한 것은 자신이 선발 투수로 성장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

반면 KBO리그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리그의 인기도와 대우 수준을 고려할 때 일본 무대에 도전할 이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수에 따라 일본 리그 진출이 적합한 경우가 있다는 게 클레어의 입장이다. 클레어는 코디 폰세와 메릴 켈리의 사례를 들어가며 선수마다 발전에 적합한 리그가 따로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물론 대만 선수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은 자국 리그의 부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해외 진출이라는 사안은 선수 각자의 꿈과 직접 연관된 것이어서 효율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한국 투수에 비판적이던 클레어는 대신 한국 타자들을 놓고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WBC 전망 기사에서 밝혔듯, 김도영과 안현민에게 특히 시선을 집중했다. 김도영은 WBC에서 햄스트링 부상 여파가 느껴지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며, 스윙 메커니즘으로는 이미 완성된 선수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WBC 대회 기록으로 논할 수 없는 차원의 선수라고 했다. 안현민 역시 신체 조건과 강력한 파워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정보 제공을 원한다면 KBO리그 출신 선수 중에서는 이 두 명을 추천하겠다고 했다.
클레어가 유독 주목한 선수, 김도영

클레어가 유독 주목한 선수, 김도영

클레어의 이야기에는 한국 투수진의 더딘 발전이 한국 타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포함된 것으로 보였다. 한국 타자들이 95마일(153km/h) 이상의 강속구나 하드 싱커에 노출되지 않는 환경이다 보니 국제대회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맥락이다. 그래서 타자들 역시 다양한 해외 무대로 진출하기를 바랐다. 클레어가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WBC를 통해 한국 야구의 수비력도 일정 부분 한계를 드러냈다. 투수의 구속, 타자의 배트 스피드와 타구 속도 못지않게 수비 디테일에서 세계적인 수준과의 차이가 생각보다 더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전히 KBO리그에서는 2루 주자가 후속 타자의 짧은 안타에 이변없이 득점하는 게 보통이다.

KBO리그는 역대 최단기간 100만 관중을 동원하며 대흥행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리그 수준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클레어는 이러한 독특한 열기가 한국 야구의 긍정적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라고 했다. 자신도 한국에 방문해 LG 홈경기를 직관한 적이 있다며, 야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진 팬들은 선수들을 자극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클레어는 WBC를 통해 젊은 선수 상당수가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한국 야구의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그래서 한국 야구가 5년 이내에 국제대회에서 큰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실제 안현민의 인터뷰가 그랬다. 안현민은 도미니카전 패배 직후 “경기 결과를 보고 생각이 확고해지는 게 있다”면서 어떤 생각인지 묻는 말에는 나중에 좋은 시즌을 보낸 이후에 말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다. 최상위 무대에서 몸소 체험한 결과가 발전의 동력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참가 이유는 충분하다.
최근 체코 야구 서적을 발간한 클레어

최근 체코 야구 서적을 발간한 클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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