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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석

[스포츠라이트] 배동현을 깨운 고영표의 조언‥"구속 더 오를 겁니다"

[스포츠라이트] 배동현을 깨운 고영표의 조언‥\"구속 더 오를 겁니다\"
입력 2026-04-29 15:33 | 수정 2026-04-29 16:38
MBC와 인터뷰하는 배동현

MBC와 인터뷰하는 배동현

올 시즌 프로야구 다승 공동 1위. 6경기에서 4승을 거두며 국내 투수 중 최다승을 기록 중인 선수, 키움 배동현입니다. 지난 2021년 이후 네 시즌 동안 1군 등판이 없었고,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를 떠나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스트라이크존 경계를 노리는 공격적인 투구가 특징인데, 24⅔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은 단 6개로, 제구에도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1군에서의 '깜짝 활약'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구속 향상'입니다. 한때 130km/h대까지 떨어졌던 직구 구속이 올해 최고 148km/h까지 올랐습니다. 한화 시절부터 좀처럼 오르지 않는 구속이 스트레스였다고 하는데, 배동현을 깨운 건 다름아닌 kt 고영표의 조언. 고영표의 도움으로 기본 자세부터 교정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 구속 향상의 은인, 고영표
고영표가 이끄는 비시즌 캠프에 참가한 배동현 [본인 제공]

고영표가 이끄는 비시즌 캠프에 참가한 배동현 [본인 제공]

Q. '고영표 캠프'에 어떻게 함께하게 됐는지?

A. 비시즌에 한화 엄상백 형의 도움으로 고영표 형이 이끄는 미니캠프에 합류하게 됐어요. 영표 형이 WBC 가시기 전에 일주일 정도 시간을 빼서 제주도를 데려가주셨죠. 이때 영표 형의 조언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영표 형은 "1번이 잘 돼야 2번, 3번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건데, 1번부터 어긋나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Q. 고영표가 지적한 '1번'이란?

A. 서 있는 자세나 몸의 무게중심입니다. 저는 마운드에 서 있을 때 엉덩이가 좀 빠져 있는 편이었고, 발바닥 힘이 앞꿈치 쪽에 치우쳐져 있었어요. 그걸 보고 영표 형이 "왜 앞꿈치에 힘이 가 있냐, 뒤쪽 힘을 많이 써야 하는데"라고 말씀하셨죠. 그 점 때문에 늘 몸이 앞으로 빨리 쏟아지고, 몸의 균형도 안 맞았던 것 같아요. 무게중심이 앞으로 가 있다 보니 앞쪽 힘으로만 공을 던졌던 거죠.

지면을 미는 힘을 잘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서 있는 자세부터 바꾸면서 힘을 분배하려고 했습니다. 몸을 세우고 곧게 서는 것에 집중했어요. 하체가 안정되니 상체도 조금씩 따라오더라고요. (무게중심을) 골고루 분산시켜서, 힘이 어디에 들어가는지 느끼면서 뒤쪽 (힘을) 쓰다 보니까, 가슴으로 공을 던지게 되고 구속도 올랐습니다.
투구 자세 설명하는 배동현

투구 자세 설명하는 배동현

Q. 구속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지?

A. 스트라이크를 잡겠다고 밀어 넣는 공을 던져선 안 되는데, 저는 아직 그 부분에서 조금 미숙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심리적으로 좀 더 안정되고 여유가 생긴다면, 구속은 1~2km/h 정도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제 직구가 타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실제 속도보다 빠르다고 해요. 회전 수가 2,400rpm에서 2,500rpm 정도 나오는데, 이 정도면 제 실제 구속보다 체감 속도가 2km/h 정도 높다고 하더라고요. 제 기준에서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Q. 변화구의 위력도 더 좋아진 것 같은데.

A. 제 변화구 중에선 체인지업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원래 재작년까지는 포크볼을 던졌었는데 한화에 계신 정우람 코치님께서 체인지업으로 바꿔보라고 하셨어요. 연습을 많이 하면서 작년부터 디테일이 살아났고, 그런 부분에서 정우람 코치님께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는 보통 스트라이크 존 라인을 보고 던집니다. 구장마다 ABS 존이 다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 형들이 알려준 걸 항상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가고요. 또 김건희 포수가 항상 정확한 위치에 잘 앉아 주기 때문에 저는 건희를 보고 던져요.

■ 배동현의 '비밀 노트'
더그아웃에서 분석지를 읽는 배동현

더그아웃에서 분석지를 읽는 배동현

Q. 더그아웃에서 무엇을 읽는 건지?

A. 상대 타자들이 요즘 어떤 구종에 타이밍이 좋은지 중점적으로 봅니다. 모든 내용을 다 보려고 하면, 오히려 생각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중요한 포인트 한두 개만 생각하고 들어가는 편입니다. 상대가 특정 구종에 강하다고 해서 그 공을 안 던질 수는 없고요. 대신 로케이션을 확실하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등판을 마치고 경기 내용을 복기하는 배동현

등판을 마치고 경기 내용을 복기하는 배동현

Q. 무언가 열심히 적기도 하던데.

A. 마운드에서 내려오자마자 생각나는 것들을 최대한 빨리 적으려고 해요. 경기장에선 티를 안 내지만, 승부욕이 강하다 보니 스스로에게 화가 날 때가 많은데요. 그 화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아서 '왜 안타를 맞았는지'와 같은 느낀 점을 바로바로 쓰려고 합니다. '다음 경기에서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던져야 한다' 같은 내용을 적으면서 경기를 복기하는 거죠.

Q. 복기했던 것 중 특히 가슴에 새기려고 하는 게 있다면?

A. kt전(18일)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요. 타자들은 제 공을 공격적으로 치려고 하는데, 제가 스트라이크를 잡겠다고 공을 밀어 넣게 되면 타자 입장에서는 더 쉬운 공이 되거든요. 하지만 (kt전에서는) 그런 공들이 나오면서 안타를 맞고 실점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저의 심리적인 부분을 반성했습니다. 심리적으로도, 몸으로도 같이 공격적으로 가야 하는데, 심리적으로 '쫄게' 되면 공을 던질 때 티가 나거든요.
배동현의 경기 기록지

배동현의 경기 기록지

Q. '공 하나에 의도와 생각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인상적인데.

A. 안우진 선수랑 나눈 이야기예요. 제가 그동안 불펜으로 많이 뛰다 보니 힘과 무브먼트, 이런 것만 생각했거든요. 경기 운영에 대해선 우진이한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우진이랑 얘기하다 보니, (경기 중에) 스트라이크 하나 잡았다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 선수가 왜 이 공에 헛스윙을 했는지, 이 선수가 헛스윙을 하면서 뭘 노리고 있었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안우진 선수는 저보다 몇 배나 좋은 선수인데 이런 걸 생각하고 던지니까 타자들이 더 못 치지 않나 싶어요. 저는 우진이보다 능력치가 낮지만 이런 걸 더 생각하면서 던지면 제 장점을 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구와 변화구 간) 구속 차이나 로케이션도 많이 신경쓰려고요. 

■ 배동현에게 한화 이글스란

Q. 한화를 떠나게 된 순간 어떤 마음이었는지?

A. (2차 드래프트 당일) 그냥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수많은 전화들이 걸려왔어요. 처음엔 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정우람 코치님 전화 한 통에 '진짜 가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우람 코치님은 장난을 치실 분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그 순간엔 섭섭한 마음이 크지 않았는데, 다음날 서산에 갔을 때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솔직히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고 눈물만 쏟고 나왔습니다.

Q. 마지막 인사에서 한화를 '첫사랑'이라고 표현했는데?

A. 정들었던 코치님들, 감독님, 스태프들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컸어요. 좋은 코치님들에게 더 배우고 싶고, 좋은 형들이랑 야구를 하는 게 좋아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됐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죠.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그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요. 1군에 못 올라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더 성장하려고 하루하루 노력했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고 지금의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친구 (김)성훈이가 뛰던 팀이고, 제가 등번호(61번)까지 이어 받았다 보니 팀에 대한 애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여전히 마운드에서 성훈이를 생각해요. 앞으로도 등번호를 절대 바꾸지 않을 거고요.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기 김성훈의 등번호 61번을 달고 인생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동현. 누군가는 '깜짝 활약'이라 부르지만, 배동현은 "꾸준히 준비해 온 결과"라고 자부합니다. 긴 부상에서 복귀한 안우진의 뒤를 이어 던지다 선발 로테이션 복귀를 앞둔 배동현, 내일(4/30)로 예정된 선발 등판에서 또 한번의 승리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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