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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재웅

[스포츠라이트] 'GK 최고 평점 9.53' 부천 김형근 "축구, 그만두고도 싶었죠"

[스포츠라이트] 'GK 최고 평점 9.53' 부천 김형근 \"축구, 그만두고도 싶었죠\"
입력 2026-05-14 15:43 | 수정 2026-05-14 15:59
전반 1분 만에 동료가 퇴장당했습니다.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 남은 시간은 90분 그 이상. 누구도 부천의 무실점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믿기 힘든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부천 골키퍼 김형근은 전북의 26개 슈팅 가운데 유효슈팅 11개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0-0 무승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날 활약으로 김형근은 올 시즌 단일 경기 골키퍼 최고 평점 기록까지 새로 썼습니다. 비프로 기준 평점 9.53.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 2일 전북과 제주 경기 송범근의 8.98을 뛰어넘는 수치였습니다. 경기 직후 남긴 한마디까지 강렬했습니다.

"막을 만하니까 막았죠."
■ 종료 휘슬이 불리고 나서 첫 마디는?


전화기 너머 김형근은 아직도 전날의 100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퇴장이 나오고 나서 솔직히 '오늘 쉽지 않겠다' 싶었어요. 진짜 딱 두 골만 먹자는 생각으로 버텼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한 감각이 들었습니다.

"수비수들이 몸 던져서 막아주니까, 계속 제가 막을 수 있는 범위 안으로 공이 오더라고요."

그리고 마침내 경기 종료 휘슬. '인생 경기'가 완성된 순간. 김형근의 첫 마디는 무엇이었을까요.

"중계에 잡히기도 했던데 'XX 힘들다' 그 말부터 나왔어요. 다른 생각 대신 힘들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거든요."
■ 십자인대 부상에 안와골절까지‥"축구 그만두고 싶었죠"


2016년 부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서울 이랜드와 제주를 거쳐 2024년부터 부천에서 뛰어온 김형근. 어느덧 프로 11년 차가 됐지만, 결코 쉬운 날들은 아니었습니다. 부산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할 때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당시 주전 골키퍼 (구)상민이 형을 볼 때였어요. 그 형은 항상 해맑게, 재밌게 운동을 해요. 그런데 잘해요. 저는 매 순간 악착같이 하려고 하는데, '저 형은 왜 저렇게 잘할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가장 서글펐어요."

그렇게 쫓겨나듯 이랜드로 이적했지만 이적 첫 시즌 만에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 당시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축구를 다시 할 수 있을까? 몸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까?'"

2024년 부천 이적 첫 시즌 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수원 뮬리치와 부딪혔는데 안와골절이 됐어요. 밑을 내려다볼 때 공이 1개가 아니라 2개로 보였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죠"
유효슈팅 11개 막아낸 김형근 골키퍼의 손

유효슈팅 11개 막아낸 김형근 골키퍼의 손

그렇게 두 차례 큰 부상을 이겨낸 뒤, 꽃을 피워낼 수 있었습니다. 부천의 주전 골키퍼로서, 지난해 부천의 첫 K리그1 승격을 이끈 김형근. 올 시즌 팀은 리그 11위에 그치고 있지만, 실점은 15실점으로 7위에 자리할 정도로 부천 최후방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K리그1에 올라오니까 상대가 모두 월등한 팀이라 '아차' 하면 골이더라고요. 그래서 100%가 아니라 200%의 자세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 '미생' 골키퍼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나이 서른둘에 맞은 전성기. 김형근은 자신처럼 긴 무명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후배 골키퍼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골키퍼, 특히 백업 골키퍼는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는 자리이잖아요. 그 기회 한 번을 잡기 위해서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하면 기회는 반드시 오더라고요. 계속 버티고,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날이 옵니다."

혹시 'K리그1의 ㅇㅇㅇ' 같은 불리고 싶은 별명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진짜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말로 대답한 김형근. 인터뷰를 마친 뒤 다시 본 그의 메신저 프로필 문구는, 어쩌면 '축구선수 김형근'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었습니다.

"노력이 기회를 만나면, 운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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