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2사단이야?"
근래에 보기 드문 사건이 병영에서 또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술 파티'입니다.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 7명이 지난 12월 초소에서 음주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것도 경계 근무 중에 술을 마신 겁니다. 역시 짜릿한 경험에 '인증 샷'은 빼놓을 수 없었는지 휴대전화로 셀카 촬영도 했습니다. 술도 몰래 가져 왔고, 휴대 전화도 몰래 들여왔습니다. 국방부가 불과 지난주에 국방 개혁의 일환으로 병사들이 일과 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일과 중에도 사용하고 있었네요. 더군다나 이런 데 쓰라고 휴대전화를 풀어준 건 아니겠지요? 병사 7명 전원 군형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돼 군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잊혀질법하면 또 나는 22사단 사건 사고
22사단은 전국에서 제일 사건 사고가 많기로 유명한 부대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와 관련된 유명한 말도 많습니다. 지금부터 22사단의 화려하고도 참혹한 역대 사건사고 전력을 짚어보겠습니다.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냐"
지난해 7월 22사단 소속 모 일병은 선임병 3명에게 이러한 말을 들으며 생활해야 했습니다. 3개월 동안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 폭행에 시달렸습니다. 훈련 중 부상으로 앞니가 빠졌는데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냐"라는 폭언을 들었죠.
결국,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숨진 일병의 수첩에서 이러한 내용이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같은 해 1월에도 휴가에서 복귀한 장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비극의 '총기 난사 임병장'
2014년 6월. 주간 경계 근무를 마친 병사들이 생활관으로 복귀하는 길. 임 병장이 갑자기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습니다. 이어서 이를 피해 도망가는 동료들을 향해 K-2 소총을 난사했고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임 병장은 곧바로 생활관으로 뛰어들어가 복도에서 마주친 동료 부대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5명이 숨지고 7명이 큰 부상을 당하는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임 병장은 무장탈영 후 뒤쫓던 부대와 총격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1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없는 사람 취급받았다" 던 임 병장은 본인을 조롱하는 그림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결국 임 병장은 재작년 최종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똑똑" 노크 귀순 사건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 1명이 철책선을 넘어 22사단 부대 생활관으로 들어와 노크를 했습니다. 마주친 장병에게 "귀순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3중 철책을 넘고 넘어 우리 장병들의 생활공간인 소초 문을 두드릴 때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습니다. 최전방 경계 태세가 뚫릴 대로 뚫린, 군 기강 문란을 보여주는 초유의 사건이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에는 민간인인 예비역 병장이 철책을 자르고 월북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월북자가 22사단에서 근무했던 예비역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1988년에는 이등병이 내무반에 수류탄 2발을 투척해 2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오래전이지만 1984년에도 조 모 일병이 내무반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M-16총기를 난사해 15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하는 사상 최악의 총기사고도 22사단이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별칭도 많습니다.
'별들의 무덤 22사단'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악명이 높다 보니 지휘관들이 참 부담을 많이 갖는 곳이기도 합니다. 22사단장 출신인 한 예비역 장성은 "멀기도 먼 데다, 작전 부담에 사고 예방에 대한 중압감이 커서 22사단만은 아니길 바랐다. 22사단을 맡으라는 말을 듣고 소장(사단장 계급)으로 진급한 기쁨이 부담으로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전군 유일하게 GOP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담당하는 부대로, 우리나라 최북단에서 험준한 산악과 해안 100km 달하는 경계선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소위 정말 '빡센' 부대죠. 그래서 말도 힘들어서 주저앉는다는 의미의 '마좌리(馬坐里)'라는 지형도 있고, 엄청난 경사의 GOP 철책선 계단을 일컫는 '천국의 계단'도 있습니다. 안개가 낀 계단을 아래에서 올려 보면 하늘나라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22사단의 원래 부대 이름은 '뇌종부대'였습니다. 창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부대 기를 친수하며 정해준 이름인데, '우레와 같이 적진을 공격해 통일의 종을 쳐라' 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이 '뇌종'이라는 단어가 '뇌와 관련된 종기', '뇌에 종을 때린다'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돼 나쁜 일이 계속 생기는 거 아니냐는 속설도 돌았습니다. 그래서, 2003년에 십만양병설 주장한 율곡 이이 선생의 유비무환의 상무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로 '율곡부대'로 부대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율곡 '이이' 선생의 '22' 사단으로 탈바꿈 한 겁니다.
송중기의 22사단 수색대대
'태양의 후예' 송중기씨도 22사단 수색대대를 제대했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최전선에서 묵묵히 임무 완수를 하는 22사단 대원들이 있습니다.
몇 명의 일탈과 비극적인 사고들이 그 부대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순 없겠죠. 금강산으로 향하는 동해선을 관리하는 부대, 그래서 앞으로도 더 주목을 받을 것 같은 22사단이 이제는 사고 다발 부대의 오명을 벗고 통일을 뒷받침하는 신뢰 받고 강한 최전선 부대로 거듭나기를 기원해봅니다.
정치
유충환
[뉴스인사이트] 경계근무 중 술파티? 22사단 사고는 제발 그만…
[뉴스인사이트] 경계근무 중 술파티? 22사단 사고는 제발 그만…
입력
2018-03-1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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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1-0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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