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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김수근

[뉴스인사이트] 4대강, 막혔던 수문을 열어라

[뉴스인사이트] 4대강, 막혔던 수문을 열어라
입력 2018-05-14 09:30 | 수정 2020-01-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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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4대강, 막혔던 수문을 열어라
    비단 금(錦), 금강…모래가 사라졌다

    전북 장수군에서 발원한 금강은 충청도를 따라 서해안으로 400km가량 이어지는 강입니다. 비단이라는 뜻의 한자(錦)가 붙은 데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강모래가 비단 빛 같기 때문이라는 속설도 있습니다. 그만큼 모래가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모래가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금강에 세종보·공주보·백제보가 만들어지면서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16개 보의 처리 방안을 고민 중인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모니터링에 들어갔습니다. 몇 개 보의 수위를 낮춰보는 실험을 하는 겁니다. 그 중 세종보는 지난 1월 25일부터 3개의 수문을 모두, 완전히 개방하고 있습니다. 100여 일 남짓 한 시간, 강물은 막힘없이 흘렀습니다.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금강으로 향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4대강, 막혔던 수문을 열어라
    수문을 개방한 세종보, 모래톱이 돌아왔다

    5월의 따스한 햇살 아래 세종보 상류에는 모래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세종보 좌안(물이 흐르는 방향에서 왼쪽)에는 제법 넓게 모래톱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위로는 이름 모를 풀이 자라났고, 왜가리 백로 같은 철새들도 날아다닙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먹을 게 있기 때문에 새들이 날아오는 거라고 설명합니다. 강이 살아나고 있는 확실한 증거라는 겁니다.

    사실 처음 수문을 개방했을 때 강과 인접한 세종시의 아파트에서 민원이 빗발쳤습니다. 물속에서 썩어가던 흙이 내뿜는 악취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수문을 닫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 흙속에선 실지렁이·붉은 깔따구가 나왔습니다. 모두 산소가 없는 곳에서도 살 수 있어 4급수 지표종으로 불리는 생명체입니다.



    수문개방 초기 빗발쳤던 민원

    세종보 상류의 토양을 직접 팠습니다. 여전히 검은 흙이 나옵니다. 그래도 그 위로는 노란 모래가 조금씩 쌓여가고 있습니다. 코를 찌르던 악취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세종보 하나만 봐도 수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하는 대한하천학회 소속 교수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
    [뉴스인사이트] 4대강, 막혔던 수문을 열어라
    토양과 수질 오염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금강에 설치된 각 보에서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화학적 산소요구량(BOD) 같은 정확한, 과학적인 수치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립니다. 그래도 변화는 분명했습니다. 수문이 닫힌 하류인 백제보로 갈수록 강가에선 비릿한 냄새가 심해졌고 채취한 물도 하류로 갈수록 탁해졌습니다.

    둘째 날부터 방문한 낙동강의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중상류의 칠곡보에서 하류의 합천창녕보로 갈수록 악취가 났고 녹조로 인한 푸른빛도 짙어졌습니다. 물속에 남아 있는 산소량(용존산소량 Dissolved Oxygen, DO)을 측정하니 수심 10미터 내외에서 칠곡보는 0.13ppm, 합천창녕보는 그 절반 정도인 0.06ppm이 나왔습니다. 2ppm 이하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수준입니다. 영남권 1천3백만 명의 시민들은 이 물을 정수해 식수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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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 "수문 완전히 개방해야"

    환경단체들은 수문 개방, 나아가 보의 완전 철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곳과 흐르지 않는 곳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했으니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유난히 더운 올여름이 되면 다시 4대강에서 '녹조라떼'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 제기됩니다.

    22조 원이 투입된 4대강 보는 내일이라도 당장 철거해야 할까요? 경북 칠곡군에서 만난 농민은 보 철거는 농사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항상 봄에 가뭄을 겪고 있는데 물을 다 흘려보내면 어떡하느냐고 따져 묻습니다.



    낙동강 지역 농민들, "물 부족 우려"

    지하수를 겨울철 난방에 활용하는 수막재배 방식으로 하우스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입장도 비슷합니다. 철거나 수문 개방으로 낙동강 수위가 내려가면 지하수 수위도 내려가고 물이 적어지는 만큼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해 말에는 창녕함안보 인근 지하수 고갈로 냉해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이 접수돼 수문을 다시 닫았습니다. 금강 하류의 백제보가 아직 수문을 열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4대강 보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 중 하나입니다.
    [뉴스인사이트] 4대강, 막혔던 수문을 열어라
    "강은, 물은 흘러야 한다"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렸지만 '강은, 물은 흘러야 합니다'. 물을 가두면 썩고, 흐르게 하면 살아난다는 단순한 사실은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미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안에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4대강 16개 보의 처리 방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10년 가까이 계속되는 4대강을 둘러싼 논란을 이번 정부는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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