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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양효걸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③] 내부에서도 문제제기, 왜 묵살했나?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③] 내부에서도 문제제기, 왜 묵살했나?
입력 2019-02-14 17:46 | 수정 2019-12-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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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③] 내부에서도 문제제기, 왜 묵살했나?
    ③ 내부에서도 문제제기…왜 묵살했나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8년간 수출 통계가 심각하게 부풀려지기 한참 전부터 한국은행, 그것도 같은 경제통계국내의 다른 팀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수출 통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나서 취재를 하던 중 내부 문건을 입수했는데요. 이 문서에는 왜 이런 방식으로 국가통계를 개편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근거가 조목조목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문제제기는 묵살됐고, 이후 한국은행의 수출 통계의 오류는 점점 커졌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단독] 내부에서도 문제제기 있었지만 '네 탓'하다 묵살

    1) GDP 담당 부서의 강한 반대에도 '강행'

    이 내부문서의 제목은 ‘해외건설에 대한 국제수지 계상방식 검토’입니다. 2010년 11월에 작성된 건데요. 지출국민소득팀, GDP 통계 생산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국제수지를 만드는 부서와 함께 '경제통계국'에 속해 있습니다.

    이 문서 바로 첫 장부터 '건설 서비스의 계상 기준이 대치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GDP팀 의견이 더 국제기준에 합당한 데 BoP팀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GDP와 BoP는 상이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썼습니다.

    사실 한국은행이 작성한 문서에서 이 정도의 표현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저도 한국은행을 출입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단정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대부분 '니 말도 맞고 내 말도 맞다. 하지만, 이쪽으로 생각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식의 우회적 표현을 사용합니다. 실제 취재 결과 이런 내부 문제제기 이후 양 팀이 이른바 '조정회의'를 수차례 거쳤지만 갈등만을 확인한 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단독] 8년간 부풀려진 수출 통계…의도는?
    특히 지난 2017년에는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모두 일치시키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와 두 팀이 다시 테이블에 앉았지만 "우리는 못 바꾸니까 너희 팀이 바꾸라"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③] 내부에서도 문제제기, 왜 묵살했나?
    2) 무리한 개정…왜 그랬을까?

    한국은행은 통계의 기준을 바꾸는데 매우 보수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 경제통계를 생산하는 최고 권위의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잘못된 결과를 생산한다면, 그 결과물이 국내외에 그대로 공표되기 때문에, 그리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주요 정책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한 마디로 ‘경제통계의 최후의 보루’인 셈입니다.

    그런데 유독 이 국제수지 통계에서 BPM6를 개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만은 한국은행답지 못한 태도를 보입니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이 2014년을 기점으로 새 기준을 도입하는데, 우리나라는 2010년에 호주 등에 이어 세 번째로 적용합니다. 일본도 3년 뒤에나 적용하는데 말이죠.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③] 내부에서도 문제제기, 왜 묵살했나?
    또 경제통계국 내에서 극심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 기준 적용을 강행합니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떻게 적용하나, 보는 게 순서일 텐데 그런 과정도 아예 생략돼 있습니다. 한국은행답지 못한 대응입니다. 당연히 그 ‘의도’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3) 부풀려진 수출 통계…누구한테 이득인가

    앞에서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수출 통계가 잘못된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의 해외건설 실적이 좋지 않은데 '아! 우리 수출 잘 나가고 있구나'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실제 이 통계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 2010년, 그러니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서서히 회복해 나가고 있던 때입니다. 과연 어느 나라가 이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날 것인지, ‘대외적인 성과’가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경제수치를 조금이라도 좋게, '장밋빛'으로 보이려는 정부의 입김이 반영됐다면 정말 큰 문제일 겁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제연구실장인 주 원 박사는 "적자폭을 인위적으로 줄여놓은 그런 통계를 가지고 경제를 바라봤다면, 그것은 민간이나 정부에게도 상당히 왜곡된 방향의 연구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MBC가 입수한 내부문건에서 볼 수 있듯이 내부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기준 적용을 강행했고, 왜 지난 8년간 이 통계수치들이 계속 왜곡돼 왔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4) '제보자 색출'에만 열 올리는 한국은행

    최초 보도 이후 한국은행의 대응은 그야말로 실망스러웠습니다. 뭐가 잘못됐는지는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고 '문제없다'는 해명자료만 냈습니다. 제가 추가 취재를 통해 팩트를 확인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해명자료를 낸 이후가 더 가관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은 내부문건을 누가 유출했는지를 색출하기 시작했습니다.

    BPM6의 개정 과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고, 단순히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던 거라면, 이렇게 대대적인 색출작업을 했을까요? 저는 한국은행의 통계 오류보다 이 부분이 더 놀라웠습니다. 경제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은행이라면 뭐가 문제인지 확인해보고, 문제가 있는 것이 맞다면 오류를 바로잡으면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OECD 36개국의 BPM6 이행시점 상세표

    [한국은행의 이상한 통계③] 내부에서도 문제제기, 왜 묵살했나?
    [36개국 기본데이터 다운로드 보기]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취재 : 양효걸 기자
    취재보조 : 김유나, 상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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