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M] 소방당국 왜 주방용 소화기 폭발을 '쉬쉬' 했을까](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19/11/01/k20191101-1.jpg)
주방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을 위해 설치하는 소화장비. 1994년부터 아파트 설치 의무화. 건설사가 아파트를 시공할 때 설치하는 게 일반적.
사건의 시작
2019년 1월, <전남 무안>의 준공 6년차 아파트. 새벽 2시 반쯤, 신우전자에서 제조한 '주방용 소화기'가 갑자기 이유 없이 터졌습니다. 조리를 하지도 않았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은 상황.
[A씨 / 소화기 폭발 피해자]
"부탄가스 터진 느낌…그 정도로 (소리가) 심했어요. 위층에서도 (폭발 인지하고) 새벽 2시에 나오는 소리가 들렸고, 싱크대 문이 열려서..소화용기가 밖으로 반이 걸려 있었던 거 같아요"
터진 소화기에서 흐른 소화액은 주방은 물론 거실까지 튀었고, 전기 누전까지 발생했습니다. 업체 측에 폭발 사실을 알리고 무상 AS를 신청했지만, 무상 기간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거부 당했고,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폭발한 주방용 소화기만 벌써 3대. 불안감을 느낀 A씨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국민신문고 민원글 발췌]
"(업체 측이) 무슨 장난감 판매하는 직원이 말하는 것처럼 사용 연수가 되면 고장날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소방기기가 무슨 장난감도 아니고 우리 가족의 생명을 지켜주라고 국가에서 의무 설치한 건데..이런 허접하고 공포스러운 것이 우리 집에 내 돈을 들여서 설치 했다는 것이 분통하고 억울합니다"
발만 빨랐던 소방청
민원 내용을 접수한 소방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약 3달 동안 이 아파트에 설치된 주방용 소화기 25대를 무작위로 수거해 검사를 했고, 결국 '제품 결함'을 밝혀냈습니다.
![[탐정M] 소방당국 왜 주방용 소화기 폭발을 '쉬쉬' 했을까](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19/11/01/k20191101-2_2.jpg)
지난 4월 소방청 조사 결과
그 사이 전국 아파트 곳곳에선 주방용 소화기가 잇따라 폭발했고, 불안감에 휩싸인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기 돈을 들여 소화기를 교체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된 지난 9월 중순. "결함을 확인한 2019년 4월부터 지금까지 어떤 조치를 취했냐"는 질문에 소방청 관계자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소방청 관계자]
"추가적인 조사를…예, 지금 준비중에 있는 거죠."
5개월 동안 준비만 했다고 답변한 소방청은 취재가 시작되자 곧바로 전국적인 표본조사를 시행했고, 1개월 후 신우전자가 생산한 주방용 소화기 18만 6천대에 대한 리콜 결정을 내렸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단독] 언제 터질지 '전전긍긍' 주방 소화기…"결국 리콜"
폭발 알면서도 '모른척'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소방장비 검사 및 승인 기관. 특히 주방용 소화기와 같은 의무 소방 장치는 기술원의 기술 검증을 통과해야만 판매될 수 있음.
<전남 무안>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 10개월 전인 2018년 3월,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 자택에서도 신우전자가 제조한 주방용 소화기가 폭발합니다. 1,500세대 남짓한 이 아파트에서만 최소 100가구 이상 크고 작은 폭발 사고 겪었습니다.
마침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던 B씨는 직접 파손된 주방용 소화기에 대한 실험을 했고, 제품의 결함이 있다는 내용의 실험 보고서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제보했습니다.
![[탐정M] 소방당국 왜 주방용 소화기 폭발을 '쉬쉬' 했을까](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19/11/01/k20191101-3_2.jpg)
보고서 일부 발췌
심지어 6개월 뒤인 2018년 9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주상복합단지에서도 "신우전자의 주방용 소화기가 이유 없이 터져 하자가 있는 것 같다"며 "이상 유무를 판단해 달라"는 공문을 기술원에 보냈지만…
![[탐정M] 소방당국 왜 주방용 소화기 폭발을 '쉬쉬' 했을까](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19/11/01/k20191101-4.jpg)
주상복합단지에서 기술원에 보낸 공문
[소방청 관계자]
"경미한 건으로 기술원은 판단을 했다 두 건 다. 그래서 우리한테 보고를 안했다고 하는데… (올해 2월) 소방청하고 같이 합동으로 조사를 한 거잖아요..그때라도 늦었지만 (보고가) 이뤄졌어야…"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판매 승인을 해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다시 자기 손으로 결함 있다고 인정하기가 부담스웠을 것이다'라고 귀띔해줬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단독] "주방에 폭탄이 있어요"…소화기 동시다발 '펑펑'
폭발 방치한 1년 7개월…곳곳서 '펑펑'
지난 9월 30일 잇따라 폭발하는 주방용 소화기의 문제점과 결함을 알고도 방치한 소방청·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대응을 지적한 MBC 보도 후, '우리집 소화기도 터졌다'며 48개 아파트 단지에서 514건의 피해 신고가 소방청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소방청은 신우전자 제품이 설치된 전국 1,235개 단지 71만 세대에 대한 표본조사를 벌이고 있고, 그 결과가 오는 11월 20일 경에 나옵니다. 소방청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리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소방청의 신속한 대응을 보면서, 기자로서 열심히 취재한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아쉽습니다. 만약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결함을 인지한 2018년 3월, 지금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면 어땠을까..소방청이 결함을 밝혀낸 올해 4월에라도 전국적인 조사를 벌여 리콜을 결정했다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