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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학
기자이미지 박선하

[뉴스인사이트] 장난감 팽이 무시하지 마세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합니다.

[뉴스인사이트] 장난감 팽이 무시하지 마세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합니다.
입력 2020-05-20 16:48 | 수정 2020-05-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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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장난감 팽이 무시하지 마세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합니다.
    아프리카에선 진단부터 어려운 말라리아

    아프리카에서 재작년 한 해동안 36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 '말라리아'입니다.

    말라리아는 주로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 물렸을때 걸리는데, 오한과 두통, 고열이 이어지고 치료를 못받으면 죽게됩니다.

    말라리아의 대표적인 치료제가 클로로퀸입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예방약으로 효과가 있다며 의사의 처방없이 스스로 복용했던 바로 그 약입니다.

    말라리아는 미리 예방약을 먹거나, '클로로퀸'같은 치료약을 먹으면 호전될 수 있지만, 병원 같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선 진단부터 어려운게 현실이죠.

    말라리아 감염을 확인하려면 현미경으로 혈액에서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혈구를 확인한 뒤, 혈구속 말라리아 원충을 분리해내야하는데요.

    이를 위해선 빠른 속도로 혈액 샘플을 회전시켜 혈액 속 성분인 혈장과 혈구 등을 분리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원심분리기는 가격도 비싸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필요하다보니 아프리카 같은 오지에서는 사용이 쉽지 않은데요.

    지난 2017년 미국 스탠퍼드대 마누 프라카시 교수가 개발한게 '종이 원심분리기'인 일명 '페이퍼퓨지'입니다.

    '실팽이'를 이용한 250원짜리 원심분리기

    원반 모양 종이판에 연결된 실을 양쪽에서 당기면 빠르게 회전하는 '실팽이'. 어린 시절 한번쯤 해보셨을텐데요.

    '페이퍼퓨지'는 바로 이 '실팽이'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장난감 팽이 무시하지 마세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합니다.
    혈액이 담긴 미세한 관을 종이판에 붙이고 손으로 실을 당겼다 늦추길 반복하면 강한 원심력이 발생해 혈액속 말라리아 원충이 분리되는 겁니다.

    회전속도가 분당 12만 5천회(rpm)로, 성능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원심분리기보다 좋아 1분 30초면 혈액에서 혈장과 혈구를 분리시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기가 필요없는데다 가볍고 단돈 20센트,우리 돈 250원이면 만들 수 있어 가난한 나라, 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피젯 스피너'의 재발견…세균감염 진단기구로

    이렇게 의료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쉽게 쓸 수 있는 의료 기구의 연구 개발은 활발합니다.

    이번엔 국내 연구진이 장난감 '피젯 스피너'를 이용한 세균 감염 진단 기구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가운데를 잡고 손가락으로 돌리면 빠르게 회전하는 장난감. 그 '피젯 스피너' 맞습니다.

    3년 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한번쯤 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국내 '기초과학연구원'이 만든 건 일명 '진단용 스피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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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법은 간단합니다.

    진단용 스피너에 시료인 소변 1ml를 넣고 한 두번 돌리면 사실상 끝입니다.

    스피너가 회전하면 원심력에 의해 시료가 필터 위로 이동하게 되는데요.

    이때 소변은 통과되고 거기서 병원균만 걸러지면서 100배 이상 농축되는겁니다.

    이후 시약을 넣고 45분동안 기다리면 세균이 있는지 여부가 색깔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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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균이 농축되는데 5분, 반응에 45분.

    기존엔 세균을 배양해야해 오지에서는 며칠씩 걸리던 진단이 1시간 내에 가능해진겁니다.

    세균이 있으면 주황색으로 나타나는데, 세균이 많을 수록 붉은 색에 가깝게 색이 진하게 나타나 세균의 양까지 육안으로 식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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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보니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진단할 수 있고 제작비도 개당 6백원으로 저렴한 것도 장점입니다.

    가장 주목할건 앞서 말씀드린 '페이퍼퓨지'처럼 전기가 필요없다는 겁니다.

    '진단용 스피너'는 어려운 말로 하자면 실험실의 여러 기술을 아주 작은 칩에 집약해 '칩 위의 실험실(lab on a chip)'로 불리는 일종의 '미세유체칩'인데요.

    기존의 미세유체칩들은 시료를 이동시키려면 복잡한 펌프나 회전장치 등이 필요해 오지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는데 그 한계를 넘었다는데도 의의가 있습니다.

    또 필터 아래 공기 대신 물을 채워 손으로 돌리는 적은 원심력으로도 세균들이 필터 위에 균일하게 농축되도록 했습니다.

    '진단용 스피너'로 항생제 오남용을 막는다

    '진단용 스피너'의 역할이 또 있습니다.

    단순히 세균이 있는지 여부 뿐 아니라 검출된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건데요.

    방법은 같습니다.

    항생제와 섞은 소변을 '진단용 스피너'에 넣고 돌려 농축시킨 뒤 세균이 살아있는지 시약을 넣고 색을 확인하는 겁니다.

    오렌지색 반응을 보여 세균이 살아있다면 그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는 뜻이니 '내성'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는거죠.

    항생제 내성이 있는 서울대병원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어떤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지 정확히 찾아냈습니다.

    항생제 내성 실험은 세균을 배양해야 해서 국내에서도 하루 정도 걸리는데, 이 역시 1시간 안에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2시간 내에 감염과 항생제 내성 여부 모두 진단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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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세균 감염 증상이 있으면 항생제부터 처방하는 경우가 많아 항생제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연구진이 인도 티루치라팔리 시립병원에서 39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했더니 필요없는 데도 항생제를 투여한 오남용 비율이 59%에 달했습니다.

    '진단용 스피너'가 의료현장에서 활용되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져 항생제 오남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나 인도 등 의료 지원이 부족한 곳에 요구가 있으면 제공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코로나19의 치료약과 백신 개발 소문에 전세계 증시가 들썩이고, 최초의 약을 만드는 회사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아프리카 같은 빈국에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선진국 입장에서는 '돈이 안되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페이퍼퓨지'나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진단용 스피너'가 돈은 안되지만 훨씬 더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이런 '빈자의 의술'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게재됐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투데이] 장난감 원리로 감염 진단…'피젯 스피너'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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