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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이재욱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입력 2020-05-28 16:37 | 수정 2020-05-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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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세스코의 퇴직자 사찰을 연속으로 보도하면서, 제게는 세스코 내부에 있는 취재원이 꽤 많이 생겼습니다. '고맙다', '힘내시라' 등 응원의 메일을 보내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지만, 세스코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해주는 분들도 상당합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세스코가 '정부의 검증을 받지 않은 소독제를 사용해 코로나19 방역에 나서고 있다'는 정보가 제게 들어왔습니다. 꽤 솔깃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취재를 이어갈 자료는 부족했고, 저에게 이 정보를 알려온 세스코 내부자는 더 적극적으로 취재를 돕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그러던 중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진전시키지 못했던 사안과 관련해 자료가 있다며 "한 번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용으로 사용하라는 소독제는 현재 76개뿐

    환경부에서 만든 '코로나19 살균·소독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세부지침'을 보면, 세스코와 같은 전문 방역자들이 코로나19 방역용으로 소독할 때는 '코로나19 방역용 소독제 환경부 승인제품' 76개를 사용해야 합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정부는 국내외 연구를 검토한 뒤, 코로나19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는 성분과 함량을 고려해 소독제 76개를 선별했습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않으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76개 제품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된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는 앞서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와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처럼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입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긴급한대로 인체 코로나바이러스 등 이런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들에 효과를 나타낸 76개 제품을 우선 코로나19 방역용으로 인정한 겁니다. 만일 소독제를 만드는 업체나, 소독제를 수입하는 업체들이 이런 코로나바이러스들을 제거하는 데 자사 제품이 효과가 있다고 증명하면, 정부가 검증한 코로나19 방역용 소독제 목록에 새로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지침에 포함한 코로나19 방역용 소독제 목록도 최초 28개 제품에서 현재 76개까지 점차 늘어난 겁니다.

    세스코가 정부가 검증하지 않은 소독제를 사용했다는 제보는 사실이었다

    세스코는 코로나19 방역에 릴라이온 버콘, 릴라이온 버콘 마이크로, 바이오크린액 등 모두 3가지 소독제를 사용했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이 가운데 릴라이온 버콘과 릴라이온 마이크로는 정부의 검증을 통과한 76개 제품에 포함돼 있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그런데 '바이오크린액'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다시 말해, 정부의 검증을 받은 소독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바이오크린액은 주성분이 구연산인 소독제입니다. 바이오크린액의 유효균주, 그러니까 소독제가 효과를 나타내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O-157, 살모넬라, 비브리오, 일본뇌염바이러스 등이 있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코로나19는 물론이고,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서도 소독효과가 있다고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구연산성분이 코로나19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스코는 코로나19 방역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이 소독제를 사용해 방역에 나서면서 버젓이 고객들에게 코로나19를 예방한다고 설명합니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용으로 검증된 76가지에 포함되지 않은 소독제는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효과가 입증이 안 됐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미검증 소독제만 사용한 방역, 확인된 것만 2만 1,786건

    한정애 의원실은 지난 1월20일부터 4월20일까지의 기간동안 세스코가 코로나19 방역을 한 내역을 본사로부터 제출받았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세스코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상품은 크게 2가지입니다. '코로나 확진자서비스'와 '일반 예방살균서비스'가 그것인데요. 확진자서비스는 실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공간을 소독하는 서비스입니다. 일반 예방살균서비스는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았더라도, 코로나19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소독을 하는 서비스고요. 이 기간 확진자서비스는 모두 286건이 이뤄졌습니다. 예방서비스는 4만 3,243건이 이뤄졌습니다. 확진자서비스의 경우 286건의 사례에서 모두 코로나19 방역용으로 정부의 검증을 받은 소독제, 릴라이온 버콘과 릴라이온 마이크로가 사용됐습니다. 문제는 예방서비스였습니다. 물론 예방서비스에서도 릴라이온 버콘과 릴라이온 마이크로가 사용된 경우는 많았습니다. 그러나 세스코는 절반이 넘는 2만 1,786건(50.4%)의 방역에서 검증되지 않은 바이오크린액만 사용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국내 1위 방역업체인 세스코를 믿고 방역을 맡겼는데, 검증 안 된 약품이라뇨. 실제 제가 취재하면서 만난 세스코 고객들은 "세스코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방역을 맡겼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대형 영업점과 국회, 법원, 지방자치단체 등 관공서에서도 미검증 소독

    그렇다면,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소독제로만 방역을 했던 곳은 어딜까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의 각 영업점을 비롯해,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여러 점포들도 바이오크린액으로만 소독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안전하게 방역을 잘 실시한다며, 매장 방문 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고객들을 안심시켰는데, 실제로는 검증되지 않은 소독제로 방역을 한 겁니다. 뿐만 아니라 국회도서관, 법원행정처를 비롯해 각급 법원, 서울시청과 서울 종로구청, 화순군청 등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바이오크린액으로만 소독했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이런 과정에서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2월 세스코 측에 검증이 안 된 소독제로 방역한 사실을 알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세스코의 방역 내역을 확인해보면, 해당 백화점에서 항의를 했음에도 4월까지도 줄곧 검증되지 않은 소독제로만 방역을 실시한 내역이 확인됩니다. 항의를 했으니 당연히 시정이 됐을 거라 생각했던 백화점 측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자 “신뢰가 무너져 세스코 쪽에 재차 따져 물었고, 법적 대응도 하려 한다”고 밝혀왔습니다.

    왜 확진자서비스에는 정부가 검증한 소독제를 반드시 사용했을까

    세스코의 입장은 어떨까요. 세스코는 "바이오크린액이 국내 살균제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 효력을 입증 받은 뛰어난 소독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특히 "주성분인 구연산은 먹을 수 있어 다른 소독제보다 더 안전하다"고 했고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효능이 입증됐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등에 질의한 뒤, 바이오크린액을 코로나19 방역용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확인도 했다"고 합니다. 세스코의 설명을 종합하면, 결국 바이오크린액은 '정부도 사용하라고 한 안전하고 효과가 탁월한 소독제'입니다. 그런데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세스코는 확진자서비스에는 정부 검증을 통과한 릴라이온 버콘과 릴라이온 버콘 마이크로를 반드시 썼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안전하고도 효과가 뛰어난 바이오크린액을 두고 말이죠. 세스코의 설명대로라면, 굳이 정부로부터 검증된 약제를 쓸 필요가 있었을까요. 확진자가 머물렀던 공간이라도 방역 이후에는 다시 사람들이 오가야 할 텐데, 그렇다면 안전하고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오크린액을 사용했어야지 않을까요. 더구나 세스코는 자사 홈페이지에 '세스코가 사용하는 약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효군주로 등록된 전문약제'라고 버젓이 홍보하고 있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릴라이온버콘과 릴라이온버콘 마이크로는 실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효균주로 등록됐습니다. 그리고 이 약제들에는 아주 친절하게 '휴먼(인체) 코로나바이러스'에 살균효과가 있다고 표기돼 있습니다. 세스코가 홈페이지에 명시한 내용이 허위나 과장광고가 아니려면 이 2가지 약제만 코로나19 방역에 사용해야 옳습니다. 그러나 유효균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등록되지 않은 바이오크린액도 코로나19 방역에 사용됐습니다. 당연히 바이오크린액에는 검증된 2가지 약제와 달리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일절 표시돼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용 소독제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자문했던 이민석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바이오크린액이 인체 감염 코로나바이러스에 효능이 있다고 홍보를 하며 쓰는 것은 원칙에 문제가 있다. 쓰기 전에 먼저 효능을 평가 받지 않았기 때문에 허위 광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세스코는 뒤늦게 바이오크린액 검증 절차를 밟는 중

    세스코는 지난달 24일 한 대학병원에 코로나19에 대한 바이오크린액의 효능을 측정해 달라며 검사를 맡겼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그리고 지난 19일 '코로나19 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세스코가 "국내 살균제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 효력을 입증 받은 뛰어난 소독제"라고 주장한 근거는 바로 이 검사결과 보고서입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세스코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검사 결과였을 겁니다. 세스코 뿐 아니라 저 역시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나라가 더 혼란스러워졌을 뻔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검사결과로 결코 세스코의 미검증 소독제 사용이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세스코가 바이오크린액을 코로나19 방역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미리 바이오크린액의 소독 효과를 입증할 자료를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해 검증을 받았어야 합니다. 원칙에 어긋난 행위라 세스코 내부에서도 지난 2월부터 이 부분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세스코는 그로부터 2달 뒤에서야 바이오크린액의 코로나19 살균효과 검사를 의뢰했고, 지난 25일 국립환경과학원에 검증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세스코는 "검증절차가 뒤늦은 것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시험균주가 지난 2월19일에서야 분리됐고, 이를 취급할 수 있는 기관도 제한적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정부의 검증을 거친 76가지 제품은 코로나19를 유효균주로 하는 소독제들이 아닙니다. 절차를 서두르려 했다면, 코로나19 시험균주를 기다릴 필요 없이 인체 코로나바이러스 등을 대상으로 살균 시험을 하면 됐습니다. 더구나 엄밀히 말하면, 바이오크린액이 코로나19에 대한 효과를 아직 검증받았다 할 수도 없습니다. 한 대학병원으로부터 바이오크린액이 효능이 있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다각적으로 검토해 최종적으로 '코로나19 방역용 소독제 환경부 승인제품'에 포함시킬지 결정하게 됩니다. 세스코의 주장대로 바이오크린액이 효능을 최종 인정받아, 정부 방역지침에 추가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하지만 세스코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소독제를 사용해 방역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소비자들의 선택 역시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세스코가 바이오크린액을 사용했던 이유는 이윤?

    사용 기준대로 소독제를 쓸 경우, 정부 검증을 거친 릴라이온버콘 마이크로의 500㎖당 단가는 1,100원, 바이오크린액의 500㎖당 단가는 40원입니다. 가격이 무려 27.5배나 차이가 납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문적인 방역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었고, 국내 1위 방역업체인 세스코는 독보적인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특수를 크게 누렸습니다. 정부 검증 소독제 대신 바이오크린액을 사용하면서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사실 때문에 세스코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이오크린액을 쓴 것이 절대로 아니다"고 입장을 내놓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스코가 검증되지 않은 소독제로 이익을 취했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탐정M] 미검증 소독제로 방역한 세스코, 뒤늦게 효과 입증하면 문제 없을까?
    세스코는 "K방역의 표준이 되는 국내 대표 방역회사로서 효과와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고객에게 최적의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세스코가 K방역의 표준이 됐다고 자부할 만큼, 고객들에게 투명했고, 절차적 정당성을 지켰는지 반드시 스스로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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