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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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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기자들은 왜 연평도로 들어가나

[뉴스인사이트]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기자들은 왜 연평도로 들어가나
입력 2020-06-27 10:07 | 수정 2020-06-2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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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기자들은 왜 연평도로 들어가나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언론은 연평도에 주목한다. 서해 5도 섬 중 북측에 가장 가까운 연평도는 북방한계선에서 불과 1.5km 남짓 떨어져 있다. 날이 맑으면 7km 떨어져 있는 북한의 장재도는 물론이고 북한 측 개머리해안이 눈으로도 보인다.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군사훈련 등을 경고하고 나선 지난 2주 동안 연평도에 취재진이 들어가 있었다.

    기자들은 왜 연평도에 들어가나

    우리 팀은 후발대로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연평도에서 머물렀다. TV 뉴스에선 '연평도 주민들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나요?'라고 앵커가 자주 묻곤 했는데, 육지에서 주목하는 것과 달리 연평도 주민들은 덤덤했다. 기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냥 우린 똑같아요. 별 다른건 없어요."였다. 다른 게 없다는데 기자들은 왜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연평도로 들어와서 똑같은 질문을 던질까?

    연평도 주민들만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순간이 있어서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주민들의 삶은 이날 이전과 후로 나뉜다. 그 순간을 기억하는 주민들에 따르면 '바람 한 점 없이 날 좋고, 여객선이 선박장으로 진입하던' 오후 2시 34분, 연평도 해병대 기지와 마을에 포탄 1백여 발이 떨어졌다. 떨어진 포탄에 마을 곳곳엔 불이 붙었고 아우성이 들렸다. 휴전협정 이후 북측이 민간인 거주 지역을 공격한 건 처음이었다. 이날의 공격으로 민간인 2명과 해병대원 2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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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포격 당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연평도안보교육장

    "우린 그냥 똑같아요…그런데"

    작은 이 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 날의 기억을 각자 가지고 있다. 전 어촌계장 출신인 박태원 서해5도 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연평도에서 60년 평생을 살았다. 아픈 노모를 모시고 어업을 이어가고 있는 박태원씨를 만났다.

    지난 2주간 주민들끼린 어떤 얘기를 나눴냐고 물었다. 마을에 '트라우마가 왜 없겠냐'고 그가 되물었다. "동네 주민들은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던 그 날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국지전이란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고 안다고 피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대피소로 피하는 것만이 매뉴얼인데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은 대피소로 혼자 이동도 할 수 없을 거라 걱정한다"고 말했다. "만약 그 상황이 벌어지면 국가가 주민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겠냐"고도 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걸 뉴스로 접하며 동네 어른들은 "언제쯤 이 꼴을 그만 볼까" 얘기한다고 했다. 박태원 씨는 이번엔 시간이 지나면 외교적으로 잘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크게 불안해한다고 바뀔 것은 없으므로 그저 '그렇구나'하며 평소처럼 살거나 아니면 박 씨처럼 나아질 것이라고 믿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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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엔 작은 학교가 있다. 이 곳에서 공부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10명. 고3인 노금구군은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일 아버지만 연평도에 들어가 있었다. 포격 소식이 전해진 뒤 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엄마가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더니 TV를 켰다. TV 안엔 고향인 연평도 마을에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금구 군은 아버지가 혹시 어떻게 된 건 아닐지, 친척들은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며 하루를 꼬박 보냈다. 밤 10시쯤 '기적같이' 포격으로 휴대폰이 먹통이 됐던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다. 그 뒤 가족은 더 애틋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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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사항 없음"

    북측의 특이동향이 있을지 관찰하는게 나의 하루였다. 아침·저녁으로 해안가나 망향 전망대를 찾아 북쪽을 바라봤다. 우리팀이 도착하기 전인 19일부터 개머리해안의 해안포 일부는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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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포가 진짜 포를 배치하는 해안포인지 위장용 해안포인지 해병대 측은 확인해주진 않았다. 다만 군 측이 관찰하기론 북측의 특이동향은 없다고 했다. 그마저도 연평도에 머물렀던 나흘 동안 이틀은 장마와 해무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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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새벽 6시 망향전망대. 짙은 바다 안개로 북측은 보이지 않았다.

    북측이 예고한 대남 '삐라'가 혹시나 연평도에 떨어질까 싶기도 했다.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어플을 업데이트하며 확인했지만 날려도 남한으로 넘어올 바람이 아니었다.

    새벽 조업도 남북관계의 영향을 받진 않았다. 예전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군 측이 출항을 통제했던 적도 있었다는데, 최근 2주간 남북관계를 이유로 통제된 적은 없었다. 지난 24일처럼 호우·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바다에 나가지 못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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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연평도의 시간

    관광객도 슬슬 입도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1950년에 태어난 김영수 씨는 23일 연평도를 찾았다. 서해5도 중 연평도만 와보지 못했다며 연평해전과 포격 도발이 있던 이 곳을 꼭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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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당군사위원회에서 군사행동을 '보류'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강화도 접경지역에선 설치됐던 확성기를 철수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연평도에선 해무 때문에 19일 이후로 열려있던 해안포가 다시 닫혔는지 관측되진 않았다.

    남북관계에 긴장이 풀리자 취재진이 모여 있던 민박집에서도 각 회사마다 복귀하란 전화가 왔다. 늦으면 다음주 월요일까지 남기로 했던 팀도, 원래 금요일까지 머물 예정이었던 우리 팀도 모두 25일 배를 타고 다시 육지로 왔다. 연평도에서 주민들은 늘 그랬듯, 긴장과 일상이 낯설게 공존하는 그들만의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

    신수아 기자(newsua@mbc.co.kr)

    (영상취재 : 김경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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