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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곽승규

[뉴스인사이트] 이상직의 승승장구, 개미는 울었다

[뉴스인사이트] 이상직의 승승장구, 개미는 울었다
입력 2020-07-06 10:41 | 수정 2020-07-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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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은 이상직이 벌고 처벌은 형이 받았다

    7년 전 일입니다. 이상직 의원의 형 이경일 씨가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이경일 씨가 당시 대표로 있던 회사의 돈을 빼내 이익을 챙긴 혐의로 조사를 받았는데 법원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판결문을 보면 한가지 눈에 띄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경일이 횡령, 배임 범행으로 직접적으로 얻은 이익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이익은 동생인 이상직이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구만 보면 처벌은 이상직 의원이 받아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현실은 어땠을까요?

    수사 당시 회사 대표였던 이경일 씨는 징역 5년(2심에서 3년으로 감형)을 선고받았지만, 이상직 의원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이 의원을 상대로 범행 가담 여부를 조사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해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이 의원은 재판 대상이 아예 아니었던 것입니다.

    돈은 동생(이상직)이 벌고 처벌은 형(이경일)이 받은 이 희한한 사건의 전말,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 기업 사냥꾼? 기업 지원군?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KIC라는 회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KIC는 1971년 문을 연 철강·플랜트 분야 전문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이상직 의원이 2001년 이 회사를 인수한 뒤 전혀 다른 행보를 걷기 시작합니다.

    신사업 진출을 명목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자회사 설립에 나서며 단숨에 10여 개 회사를 거느린 KIC 그룹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당시에도 이 인수합병에 대한 말들이 꽤 많았는지 이 의원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혹자는 M&A(인수합병)를 통한 기업 인수자들을 기업 사냥꾼이라고 표현하지만 이건 편견에서 비롯된 말에 불과합니다. M&A를 통한 인수자들은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기업 지원군인 것입니다." (촌놈, 하늘을 날다 中)

    # 이상직 일가로 흘러간 170억 원

    2006년 당시 KIC 그룹 회장이었던 이상직 의원이 돌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납니다.

    이후 수상한 자금 거래가 본격화됩니다.

    KIC는 자회사인 이스타F&P를 설립했는데 5년간 여기에 648억 원을 대여금이나 선납금 명목으로 빌려줍니다.

    그런데 이 중 344억 원을 회수하지 않고 그냥 손실 처리합니다.

    KIC 돈 344억 원을 이스타F&P에 그냥 줘버린 셈입니다.

    이상한 거래는 계속됩니다.

    비슷한 시기 이스타F&P의 자금 100억 원이 이상직 의원이 지분 99.9%를 가진 개인 회사 에이스이공이공에 전해진 뒤 손실 처리됩니다.

    이스타F&P는 반도산업이라는 곳에도 70억 원을 줬는데 또 손실 처리합니다.

    반도산업은 이상직 의원이 40%, 딸과 아들이 각각 30%씩 지분을 가진 가족 회사입니다.

    딸과 아들이 반도산업의 지분을 획득한 2008년 당시 이들의 나이는 19살과 9살에 불과했습니다.

    요약하자면 KIC라는 건실한 기업의 돈이 이스타F&P로 흘러갔고 비슷한 시기 이스타 F&P의 돈이 이상직 일가 개인 회사인 에이스이공이공과 반도산업으로 전달된 것입니다.

    에이스이공이공과 반도산업에만 170억 원이 흘러간 뒤 회계에서 사라진 것이죠.
    [뉴스인사이트] 이상직의 승승장구, 개미는 울었다
    # 회계 전문가 "자금 세탁 의심"

    전문가들은 자금 세탁을 의심합니다.

    상장사인 KIC에서 돈을 바로 빼내 이상직 일가 개인 회사로 보내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이스타F&P라는 회사를 거쳐 우회적으로 돈을 보낸 것 아니냐는 것이죠.

    10여 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두고 복잡한 관계도를 만든 것도 결국 자금 세탁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법원은 이스타F&P의 회삿돈이 결국 이상직 일가로 흘러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판결문에 실제 이익은 형(이경일)이 아닌 동생(이상직)이 봤다고 적어놓은 것이죠.

    그렇다면 수백억의 회삿돈을 날린 KIC는 어떻게 됐을까요?

    KIC는 2008년 말 순자산이 1,111억 원이었는데, 4년 뒤에는 마이너스 73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됐습니다.

    같은 기간 최고 14,100원까지 갔던 주가도 1/30 수준인 454원으로 급락했습니다.

    그 피해는 전체 주식의 80%를 소유한 소액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이상직 일가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개미는 피눈물을 흘린 것입니다.

    # 골프 코치 레슨비를 회삿돈으로

    좀 더 노골적인 회삿돈 빼내기도 있었습니다.

    이 의원 아들의 골프 코치에게 KIC 계열사 돈으로 2년 동안 7,500만 원을 줬는데 골프 코치가 회사 직원으로 일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몄습니다.

    이혼하고 미국에 살던 이상직 의원의 전 부인에게도 역시 계열사 돈 4억 6천만 원을 빼내 양육비 대신 줬는데 비슷한 수법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이상직 의원이 이득을 보는 일인데 역시 처벌은 형이 받았습니다.

    # 임금체불과 차명 재산 의혹, 이게 공정인가요?

    이 의원은 계속된 언론의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입니다.

    선거 때만 나타나 명함 돌리다가 불리한 일이 터졌다고 숨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이상직 의원의 공식입장은 딱 한 번, 자신의 측근들을 통한 대리 기자회견을 통해서만 전해졌습니다.

    당시 이 의원은 대략 4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이스타홀딩스의 지분은 사회에 헌납하고 임금체불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족의 희생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기자회견 이후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이 의원의 차명 재산 의혹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상직 의원이 2년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취임하며 밝힌 재산은 자녀 재산을 포함해 35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차명 재산이란 의심을 받고 있는 건 수백억 원이 넘습니다.

    이 의원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공정>이란 제목의 책을 펴냈습니다.

    5개월째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스타항공 노동자와 차명 재산 의혹을 받고 있는 실소유자.

    이게 과연 공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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