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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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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땅집고 헤엄치는' 인천시 폐기물처리업체…비결은 공무원 '전관'?

[탐정M] '땅집고 헤엄치는' 인천시 폐기물처리업체…비결은 공무원 '전관'?
입력 2020-07-07 14:24 | 수정 2020-07-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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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땅집고 헤엄치는' 인천시 폐기물처리업체…비결은 공무원 '전관'?
    마치 기인의 묘기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탐정M] '땅집고 헤엄치는' 인천시 폐기물처리업체…비결은 공무원 '전관'?
    거대한 장롱을 한숨에 머리에 얹은 채 50여 미터를 걸어가고, 250kg 넘는 피아노를 홀로 트럭에 싣는 이들. 인천 대형폐기물 수집, 처리업체 삼원환경 소속 직원들입니다. 삼원환경은 인천 남동구, 동구, 서구, 연수구, 미추홀구, 부평구, 중구와 계약을 맺어 대형 폐기물 용역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파편이 눈으로 튀어 망막이 찢어지고, 유리에 손이 베이고…직원들 몸 곳곳엔 고된 노동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폐기물관리법과 환경부 지침에선 "폐기물 수거 차량 한 대 당 인력 세 명을 투입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원환경에선 기사 홀로 차량을 끌고 다니며 폐기물을 수거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게다가 사측은 직원들이 수집한 대형폐기물 수수료 매출에 비례해 월급을 줍니다. 예로 한 직원이 동네 곳곳을 돌아 폐기물을 수집해서 수익 천 만 원을 내면, 회사는 245만원을 지급했습니다(세전, 2019년 기준). 수익 75% 정도를 회사가 가져가고, 25% 정도는 직원 몫이 되는 것입니다.
    [탐정M] '땅집고 헤엄치는' 인천시 폐기물처리업체…비결은 공무원 '전관'?
    참다 못한 삼원환경 직원들은 노조를 만들고 근로 조건에 대한 교섭을 시작했습니다. 노동법도 잘 모르고, 폐기물 관리법에 근무 여건에 대한 규정이 있는 줄 몰랐다는 이들은 다함께 모여 외쳤습니다.

    "힘들어 죽겠다. 1차에 3인 배치하라!"

    # "힘들어 죽겠다" 요구에…회사 "폐업하겠다"

    지난해 12월 2일 삼원환경 직원들의 어려움 그리고 삼원환경을 둘러싼 인천시 특혜 의혹을 다룬 <바로간다> 보도가 나갔습니다. 보도 직후 직원들은 '이제 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희망은 무너졌습니다. 7개월 만에 삼원환경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사측에 적극 문제를 제기했던 직원들 5명은 현재 회사 한쪽 골방에 머물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평소 탈의실로 쓰는 공간입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머물러야 하는데, 마땅히 주어진 업무가 없다보니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직원들이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들어오면 민망한 침묵이 흐릅니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이들을 외면하고 모른 척 합니다.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쟁취하려 힘을 모으던 동료들이 갑자기 적으로 돌변해버린 겁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탐정M] '땅집고 헤엄치는' 인천시 폐기물처리업체…비결은 공무원 '전관'?
    보도가 나가자, 삼원환경 측은 "폐업 절차를 진행한다"고 직원들에게 알렸습니다. 노조 측 요구를 따르긴 어렵고, 직원들과 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폐기물 처리 업무에 지장이 생겨 구청과의 계약을 연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직원들은 겁이 났습니다. 회사가 망한다면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생계, 이 두 가지는 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이들이 버틸 수 있었던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때 사측은 직원들을 접근해 기업 노조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생계를 걱정하는 직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권유하고, 기업 노조를 만들어서 산별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전형적인 노조 와해 전략입니다.

    # 대체 인력 뽑고, 대기 조치하고…노동청 "노조법 위반"

    그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노조원 3명을 해고했습니다. 그 빈 자리에는 대체 인력이 들어갔습니다. 노동청은 불법 채용이라고 판단해 삼원환경의 실질적 사장인 정 모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인력들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노동청 중재를 거쳐 파업이 끝나고 직원들이 복직했지만, 이들이 돌아갈 자리는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이젠 이들에게 무기한 대기하라고 지시를 한 것입니다. 사측은 새로 설립된 기업 노조가 기존 노조원들과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해서 그런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업노조 측이 정식 공문을 보내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했고,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특정 노조가 요청했다는 이유로 다른 노조 조합원들을 대기발령 조치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는게 노동계의 판단입니다. 직장갑질119에서도 “특정 노조가 이들과 함께 일을 하기 싫다고 거부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사측이 업무를 찾아주거나 재배치하지 않고 무조건 배제시키는 것은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각자 트럭을 몰고 대형폐기물을 수집하는 업무 특성상, 직원들과의 사이가 안 좋다는 이유로 업무를 아예 배제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입니다.

    # 갑질을 해도,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구청과 계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 6개 구청은 올해도 이 회사와 용역 계약을 다시 맺었습니다. 지방계약법에 따라 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용역 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남동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청들은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을 했습니다. 대형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인천의 유일한 회사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탐정M] '땅집고 헤엄치는' 인천시 폐기물처리업체…비결은 공무원 '전관'?
    그런데 이런 특별한 지위는 특혜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2005년, 삼원환경은 폐기물 처리용 땅과 창고가 없어 사업 허가가 취소됐습니다. 폐업 위기에 몰린 삼원환경에 도움의 손길을 내준 건 인천시였습니다. 인천시는 삼원환경에게 연수구 송도에 위치한 인천환경공단 땅과 창고 등을 제공했습니다. 해당 부지는 인천 공유재산 중 행정 자산에 속해 공개 입찰을 거쳐야만 사용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곳입니다. 인천에서 폐기물을 처리할 6,500여 ㎡ 규모의 넓은 부지를 사용할 업체를 공개 모집한다면, 입찰에 응할 업체들이 충분히 많았을 것입니다.
    [탐정M] '땅집고 헤엄치는' 인천시 폐기물처리업체…비결은 공무원 '전관'?
    하지만 인천시는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았고, 삼원환경이라는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을 했습니다. 명백한 지방계약법 위반입니다. 게다가 인천시 내부에서도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정 업체에 인천시 자산을 빌려주는 행위만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내부에서도 인지한 것입니다. 따라서 인천시는 해당 부지를 빌려주는 조건을 명시했습니다. 당장은 대형폐기물 처리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해 부지를 사용하도록 허가하지만, 2009년까지 대체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권고는 깡그리 잊힌 채, 삼원환경은 14년 넘게 이 부지를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 배재근 교수는 “애초에 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자신의 땅에 설비를 갖다 놔야하는데, 지자체에서 빌린 땅을 갖고 허가를 받았다는 점 역시 석연치 않다”고 지적합니다.

    # 땅 빌려준 공무원이 회사 고문으로?

    유착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삼원환경엔 인천시 고위 공무원 출신인 고문 두 명이 연달아 근무했습니다. 옹진군청 부군수를 지낸 김 모 씨와 인천시 환경녹지국장을 지낸 조 모 씨입니다. 이들 모두 인천시에서 퇴임한 뒤 삼원환경 고문이 됐습니다. 이중 조 모 씨는 지난 2012년 인천시 청소과장으로 근무하며 삼원환경에 공공 부지의 사용을 허가해준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입니다. 회사 측은 폐기물 처리 관련 조언을 구하려 전문가인 조 모 씨를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지난해 10월 고문직을 그만뒀기 때문에 현재 회사와 상관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삼원환경을 찾아간 그 날에도 조 씨는 삼원환경에 자문을 해주겠다며 회사에 나타난 상태였습니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조 씨는 "고문이 아니"라며 달아났습니다.
    [탐정M] '땅집고 헤엄치는' 인천시 폐기물처리업체…비결은 공무원 '전관'?
    독점적 기반 위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전관 영입과 노조 탄압에 공을 들인다는 논란의 회사. 그런 회사 앞에서 "힘들어 죽겠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갈 곳을 잃은 채 배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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