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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남상호

[팩트의 무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 폭등?

[팩트의 무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 폭등?
입력 2020-07-08 14:39 | 수정 2020-07-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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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의 무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 폭등?
    사실은 무겁습니다. 팩트의 무게

    오늘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인건비 폭증했다"는 주장을 검증해보겠습니다.

    지난주 몇몇 언론에서 정규직화를 진행한 공공기관의 인건비가 수십% 씩 증가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그 중 한 기사는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LH, 산업은행, 한국남동발전 등이 적게는 11.5%, 많게는 56.9% 까지 인건비가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팩트의 무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 폭등?
    이 기사는 기획재정부가 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자료는 공공기관 경영공시 '알리오'를 근거로 작성됐습니다.
    [팩트의 무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 폭등?

    기획재정부 제출 자료

    그렇다면 이런 분석, 사실일까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한국전력은 정규직 전환 8천 2백 명 중 7천 9백여 명은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다른 곳도 발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수자원 공사, 지난 2018년 992명을 정규직 전환했는데 757명은 K워터 운영관리라는 자회사 정규직입니다.

    같은 해 LH도 1722명을 정규직 전환했는데 이 중 1241명은 자회사를 통했습니다. LH사옥관리, LH콜센터같은 곳입니다.

    산업은행과 한국남동발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정규직 대부분이 공공기관 본사에 직접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에 입사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됐습니다.
    [팩트의 무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 폭등?

    공공기관 경영공시 알리오

    그런데요, '알리오'에 공시된 인건비는 자회사 인건비와 상관이 없습니다. 본사 인건비만 공시되기 때문입니다. 즉 기사에 나온 인건비 증가율이나 인건비 액수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직원들과는 관계가 적습니다. 본사 인건비 증가의 책임을 자회사 비정규직들에 돌리는 계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설령 본사가 직접고용을 한 경우라도 이런 논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직접고용을 했다면 '인건비'라는 항목의 금액은 늘어나는 게 맞겠죠. 그런데 직접고용을 하기 전에는 이 돈이 지출되지 않던 돈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때는 외주나 용역회사 등에 사업비 같은 다른 명목으로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주, 용역회사 소속이었던 비정규직들이 사업비 일부를 월급으로 타고 있었던 거죠.

    같은 성격의 돈이 '사업비'에서 '인건비'로 위치가 바뀐 거지 이것만으로 비용 부담이 늘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올해의 수치를 작년과 단순비교해도 되는지도 의문입니다.

    2019년까지는 '결산'이라고 돼 있지만 비교 대상이 된 2020년 인건비, '예산'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죠. 즉 2019년까지는 실제 쓴 돈인데, 2020년 금액은 실제 쓴 돈이 아니라 이 금액 안에서 사용하겠다고 잡아놓은 액수입니다. 이를 단순비교해버린 거죠.

    그렇다면 정말로 인건비가 올랐을까요?

    실제 집행된 인건비를 확인하기 위해 기사에 나온 공공기관 중 전자공시 사이트에 올해 1분기 재무제표를 공개한 곳들을 찾아봤습니다. (별도재무제표,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나온 급여 합계 기준)

    먼저 한국전력, 올해 1분기까지 약 4천 3백억 원이 급여로 나갔습니다. 지난해 1분기에는 4천 2백억 원. 약 3% 증가했습니다. 한국남동발전은 448억에서 452억으로 1% 정도 증가했습니다. 기사에 나온 11.5%, 56.9%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이네요.
    [팩트의 무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 폭등?
    즉 1분기까지는, 인건비 수십% 폭증했다고 할만한 근거가 없습니다.

    찾아보니까 작년에도 비슷한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공공기관 인건비 폭증해서 총 인건비가 28조를 돌파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 기사도 예산 기준이었죠. 실제 인건비로 나간 돈은 27조 원대였습니다.
    [팩트의 무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 폭등?
    정규직이 늘어난다는 건, 해고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들에 부담이 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알리오'에 나온 데이터로는 이 가능성을 측정하기가 힘듭니다.

    기획재정부도 자료를 제출하면서 "정규직 및 비정규직 구분에 따른 인건비 증감현황은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제출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습니다.
    [팩트의 무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 폭등?

    기획재정부 제출 자료

    적합하지 않은 데이터를 근거로 주장을 펼치다가,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는 뒤로 밀리고 정치적 입장에 따른 논쟁으로 번지는 경우를 저희는 너무 자주 봐왔습니다.

    지금까지 팩트의 무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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