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07/23/k200723-1_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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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쫓겨났다 돌아와"…섬을 가꿔온 섬 주민들
제가 찾아갔던 지심도는 경상남도 거제시 동쪽 바다에 있습니다.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15분 남짓 들어가는 육지와 가까운 섬이죠. 거리는 가깝지만 도착하는 순간 육지와 정말 다른 공간에 온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동백나무 때문인데요. 작은 섬이지만 원시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거제8경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꽃 피는 봄이면 하루 3천명 넘는 관광객이 찾기도 하는 곳입니다.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07/23/k200723-2.jpg)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07/23/k200723-2_1.jpg)
섬이 좋아서 섬에서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 그런데 "예전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작년 6월쯤 갑자기 "섬을 떠나라"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은 뒤부터요. 일제 강점기 이후 이 섬의 땅주인은 국방부였습니다. 섬 주민들은 국방부에게 땅에 대한 임대료를 내며 살아 왔습니다. 땅은 국방부 소유, 건물은 주민들 소유였던 거죠. 주민들이 살고 있는 땅이라도 오래 거주한 사람들에게 팔아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국가 소유의 땅인데다 이 섬 전체가 국립공원지구로 지정돼 있어서 땅을 '불하(개인에게 판매함)'하기 위해선 이중 삼중의 문제를 풀어야 하거든요. 지심도를 민간에 돌려달란 요구가 계속됐고 지난 2017년 거제시는 국방부로부터 섬을 사들였습니다. 주민들은 환영했습니다. 그동안 거제시민이면서도 국방부 소유 섬에 살고 있어서 '이방인'처럼 느꼈던 적이 많았다고 합니다. 거제시가 섬을 샀으니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 거죠.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07/23/k200723-4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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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요?"
평소 가보기 힘든 외딴 섬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기사가 나가고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이런 댓글도 많았는데요. "주민들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남의 땅에 지금까지 불법으로 살아왔으면 된 거 아니냐"는 거죠. 그 '불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주민들은 돈을 내고 살아왔습니다. 집 같은 건물은 돈을 주고 매매했죠. 땅은 살 수가 없습니다. 사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국가 소유의 땅인데다가 국립공원지구이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합니다. 그래서 땅에 대한 임대료를 내고 살아 왔습니다. 국방부와 이 땅을 몇 년 동안 사용한다는 계약서를 맺는거죠. 아무 돈도 내지 않고 이 섬에서 살아왔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단점거 상태가 맞습니다. 땅 주인인 거제시가 돈을 요구하지 않고 있거든요. 거제시가 국방부로부터 땅을 사들인 이후로 2018년부터 땅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요구하지 않으니 돈을 낼 방법은 없죠. 거제시는 섬개발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단 입장입니다. 거제시와 국방부가 섬 소유를 두고 이야기가 오갈 때부터 주민들은 이미 여러차례 요구도 해봤습니다. 살고 있는 땅이라도 사고 싶다고 공문을 보냈죠. 당시 거제시는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개인에게 판매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섬을 사들인 이후 주민과 상생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불법, 불법, 불법"…'불법'만 강조하면 끝일까요?
거제시를 찾아가 물어보면 '불법'을 유독 강조합니다. 주거는 무단점거 상태, 건물도 불법, 영업도 불법이란 겁니다. 건물이 불법이란건 살고 있는 집을 증개축 했단 건데요. 주민들 집이 건축물대장에 등재가 되어 있긴 한데요. 애초에 등록할 때 본채는 대장에 올렸지만 별채는 올리지 않았다거나, 살다가 담장을 늘렸다거나 하는 식으로 일부분이 '불법'이란 얘깁니다. 그럼 다시 제대로 등록을 하면 해결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측량을 다시 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든다', '비용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풀이 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국립공원공단이 불법 증개축을 했다고 경찰에 주민 15가구 전체를 고발했는데요. 보강자료를 내지 못하고 고발을 취하했습니다.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07/23/k200723-6_1.jpg)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07/23/k200723-7.jpg)
취재진에게 밝힌 거제시의 공식 입장은 이렇습니다. "상생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거죠. 용역보고서가 다음달에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과 다시 논의에 나서겠단 겁니다. 그런데 거제시장은 지난달 거제시의회 본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섬 주민들이 오래 살았다고 해서 주인 행세를 해선 안 된다"고요. 시장님은 상생의 뜻을 알고 계신 걸까요? 제가 찾은 지심도는 자연 그대로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15분이면 들어갈 수 있는 가까운 섬이지만, 도착하면 육지와 다른 동백섬의 정취가 느껴졌습니다. 마을길을 걷다보면 우거진 동백나무가 나무그늘을 만들어 주고, 저녁이면 반딧불도 볼 수 있죠. 국립공원을 가꾸고 보존하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지하는 건 지자체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겁니다. '불법'이란 딱지를 붙이고 밀어붙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 열린 마음으로 섬과 섬을 찾는 관광객, 주민 모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신수아 기자(newsua@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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