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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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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
입력 2020-07-23 11:36 | 수정 2020-07-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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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
    경남 거제시의 한 섬마을이 시끄러워졌습니다. 개발을 위해 '다 나가야 한다'는 거제시와 '섬에서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는 주민들의 의견 차이 때문인데요. 동백섬으로 불리는 거제시 지심도 이야기가 지난 21일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이후 화제가 됐습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바로간다] 수십 년 가꿔온 섬인데…주민 내쫓고 명품 관광지로?


    "일제에 쫓겨났다 돌아와"…섬을 가꿔온 섬 주민들

    제가 찾아갔던 지심도는 경상남도 거제시 동쪽 바다에 있습니다.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15분 남짓 들어가는 육지와 가까운 섬이죠. 거리는 가깝지만 도착하는 순간 육지와 정말 다른 공간에 온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동백나무 때문인데요. 작은 섬이지만 원시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거제8경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꽃 피는 봄이면 하루 3천명 넘는 관광객이 찾기도 하는 곳입니다.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
    이 섬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다는 85세 박계아 할머니를 찾아 갔습니다. 스무살에 시집오신 뒤로 지심도에서 60년 넘게 계속 살고 계시죠. 동백섬의 슬픈 역사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일제 강점기 군사 요새화한다며 당시 살고 있던 주민들을 쫓아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섬 곳곳엔 일본 헌병대가 쓰던 집이라거나 기와들, 포진지 등이 남아있죠. 해방이 된 뒤에야 섬 주민들이 하나둘 이 곳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마을길을 만들고 전기 발전기를 돌리는 것까지 섬 곳곳에 주민들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습니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담배 등에서 불이 시작될 때도 동백나무로 더 크게 번지지 않게 불을 껐던 것도 주민들이었죠. 배도 새로 만들고 관광을 위한 오디오 앱도 만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섬을 만들었습니다.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
    수십년 만에 날벼락 같은 통보…"섬을 떠나라"

    섬이 좋아서 섬에서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 그런데 "예전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작년 6월쯤 갑자기 "섬을 떠나라"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은 뒤부터요. 일제 강점기 이후 이 섬의 땅주인은 국방부였습니다. 섬 주민들은 국방부에게 땅에 대한 임대료를 내며 살아 왔습니다. 땅은 국방부 소유, 건물은 주민들 소유였던 거죠. 주민들이 살고 있는 땅이라도 오래 거주한 사람들에게 팔아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국가 소유의 땅인데다 이 섬 전체가 국립공원지구로 지정돼 있어서 땅을 '불하(개인에게 판매함)'하기 위해선 이중 삼중의 문제를 풀어야 하거든요. 지심도를 민간에 돌려달란 요구가 계속됐고 지난 2017년 거제시는 국방부로부터 섬을 사들였습니다. 주민들은 환영했습니다. 그동안 거제시민이면서도 국방부 소유 섬에 살고 있어서 '이방인'처럼 느꼈던 적이 많았다고 합니다. 거제시가 섬을 샀으니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 거죠.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
    거제시와 주민들의 9월 간담회 자료에서 시가 주민들에게 나눠준 간담회 자료입니다. 자진이주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전기를 끊고, 도선운항 중단도 검토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행정대집행도 여러차례 실시할 거고 비용도 주민들에게 청구하겠다고 써있죠. 주민들이 기대했던 '더 나은 행정서비스'는 이런게 아니었습니다.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
    주민들은 강제이주에 동의할 수 없단 뜻을 전했습니다. 결국 거제시가 통보했던 기한까지 강제이주에 동의한 가구는 '0가구'였죠.

    "불법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요?"

    평소 가보기 힘든 외딴 섬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기사가 나가고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이런 댓글도 많았는데요. "주민들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남의 땅에 지금까지 불법으로 살아왔으면 된 거 아니냐"는 거죠. 그 '불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주민들은 돈을 내고 살아왔습니다. 집 같은 건물은 돈을 주고 매매했죠. 땅은 살 수가 없습니다. 사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국가 소유의 땅인데다가 국립공원지구이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합니다. 그래서 땅에 대한 임대료를 내고 살아 왔습니다. 국방부와 이 땅을 몇 년 동안 사용한다는 계약서를 맺는거죠. 아무 돈도 내지 않고 이 섬에서 살아왔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단점거 상태가 맞습니다. 땅 주인인 거제시가 돈을 요구하지 않고 있거든요. 거제시가 국방부로부터 땅을 사들인 이후로 2018년부터 땅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요구하지 않으니 돈을 낼 방법은 없죠. 거제시는 섬개발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단 입장입니다. 거제시와 국방부가 섬 소유를 두고 이야기가 오갈 때부터 주민들은 이미 여러차례 요구도 해봤습니다. 살고 있는 땅이라도 사고 싶다고 공문을 보냈죠. 당시 거제시는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개인에게 판매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섬을 사들인 이후 주민과 상생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불법, 불법, 불법"…'불법'만 강조하면 끝일까요?

    거제시를 찾아가 물어보면 '불법'을 유독 강조합니다. 주거는 무단점거 상태, 건물도 불법, 영업도 불법이란 겁니다. 건물이 불법이란건 살고 있는 집을 증개축 했단 건데요. 주민들 집이 건축물대장에 등재가 되어 있긴 한데요. 애초에 등록할 때 본채는 대장에 올렸지만 별채는 올리지 않았다거나, 살다가 담장을 늘렸다거나 하는 식으로 일부분이 '불법'이란 얘깁니다. 그럼 다시 제대로 등록을 하면 해결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측량을 다시 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든다', '비용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풀이 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국립공원공단이 불법 증개축을 했다고 경찰에 주민 15가구 전체를 고발했는데요. 보강자료를 내지 못하고 고발을 취하했습니다.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
    주민들은 민박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민박은 불법이 아닙니다. 하룻밤을 자고 가는 손님들에게 조식을 제공하는 건 합법입니다. 관광객들한테 파전을 파는게 불법인데요. 관련해서도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대안이 있습니다. 국립공원 내 '마을지구'를 지정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입니다. 거제 내도나 신안의 영산도 같은 섬들처럼요. 환경부가 마을지구 지역으로 지정하면 이런 영업 행위들도 가능하게 됩니다.

    [탐정M] 남해안 지심도 주민들이 '무단 점유자'가 된 사연은?
    상생, '같이 산다'…아름다운 동백섬을 위한 최선은?

    취재진에게 밝힌 거제시의 공식 입장은 이렇습니다. "상생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거죠. 용역보고서가 다음달에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과 다시 논의에 나서겠단 겁니다. 그런데 거제시장은 지난달 거제시의회 본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섬 주민들이 오래 살았다고 해서 주인 행세를 해선 안 된다"고요. 시장님은 상생의 뜻을 알고 계신 걸까요? 제가 찾은 지심도는 자연 그대로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15분이면 들어갈 수 있는 가까운 섬이지만, 도착하면 육지와 다른 동백섬의 정취가 느껴졌습니다. 마을길을 걷다보면 우거진 동백나무가 나무그늘을 만들어 주고, 저녁이면 반딧불도 볼 수 있죠. 국립공원을 가꾸고 보존하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지하는 건 지자체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겁니다. '불법'이란 딱지를 붙이고 밀어붙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 열린 마음으로 섬과 섬을 찾는 관광객, 주민 모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신수아 기자(newsua@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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