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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핫라인] 민심 의식하는 북한당국, 왜?

[평양 핫라인] 민심 의식하는 북한당국, 왜?
입력 2020-07-31 10:23 | 수정 2020-07-3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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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핫라인] 민심 의식하는 북한당국, 왜?
    코로나-19의 여파로 북한이 대외교역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면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북한의 주민들인데요.

    북한 정권의 심장부인 평양에서조차 식량 배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하니 일반 주민들의 생계는 더욱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한 민심 동요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주민생활환경 개선' 강조하며 민심 달래기 나서
    [평양 핫라인] 민심 의식하는 북한당국, 왜?
    북한 방송을 보면, 북한 당국은 최근들어 ‘인민생활 향상’(주민생활환경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며, 흔들리는 민심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인민생활 향상'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해마다 신년사에서 강조해온 구호인데요. 그동안은 인민생활 전반의 이른바 '통 큰' 향상에 역점을 둬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근 들어서는 생활밀착형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입니다.

    조선중앙TV에서는 이런 보도 경향이 7월 5일 '[8시 보도]'부터 시작됐는데요.
    [평양 핫라인] 민심 의식하는 북한당국, 왜?
    '[8시 보도] 2020.7.5. : 평천구역에서 물 생산을 정상화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마련'
    '[8시 보도] 2020.7.6. : 락랑구역에서 땔감문제 해결을 위해 한사람같이 떨쳐나섰음'
    '[8시 보도] 2020.7.7. : 사동구역에서 구역 안의 전반적인 도로의 면모를 일신'
    '[8시 보도] 2020.7.9. : 보통강구역에서 노후화된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사업이 진행'
    '[8시 보도] 2020.7.10. : 력포구역에서 장마철 전 살림집과 상수펌프장들의 설비를 개선'
    [평양 핫라인] 민심 의식하는 북한당국, 왜?
    다루는 이슈들이 '식수 보급' '땔감 확보' '생활도로 확충' '노후 상수도관 교체' '살림집과 상수펌프장 개선' 등 특정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비교적 소소한 내용들이죠.

    특정 지역의 이런 세세한 생활 뉴스들을 전국 방송에서 거의 매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건데요.

    얼마 전까지의 뉴스들이 '양묘장 건설', '편의봉사시설 확충', '의료환경의 개선'처럼 두루뭉술하고 대외적으로 보여주기식 사업들 중심이었던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인민생활 향상' 이슈는 김일성 집권 당시부터 늘 제기돼 왔지만, 그동안은 주로 주민 생활 여건 개선이라는 큰 숲을 보는 방송 위주였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각각의 주민들 바로 앞에 놓인 나무들을 살피는 방송으로 달라진 측면이 있습니다.

    '갑'의 위치에 있던 당 간부, '심부름꾼'으로 몸 낮춰

    최근 주민생활 관련 북한 방송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또 하나 있는데요.

    갑의 위치에 있던 당 간부들이 이구동성으로 '인민 생활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제대로 가져야 한다며, 사실상 자아비판을 하는 방송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을의 관점에서 갑인 주민의 복지 향상에 힘쓰겠다는 다짐인데, 직접 들어보시죠.
    [평양 핫라인] 민심 의식하는 북한당국, 왜?
    [력포구역 구역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정대영]
    "사업을 진행하는 데서 나서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일꾼들이 인민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구역에서는 구역 안의 일꾼들을 1개 단위씩 내려보내 장마철 전에 살림집 보수를 끝내는 문제를 1차적인 과업을 틀어쥐고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평천구역 구역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리광천]
    "인민들의 생활문제를 대하는 관점과 태도, 이것을 당 앞에 검증받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구역주민들의 생활보장문제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빠짐없이 찾아내 현재 실천 단계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동구역 구역인민위원회 부위원장 / 배응선]
    "일꾼으로서 정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어떻게 하면 인민들을 위해서 하나라도 더 좋은 일을 할 것인가 토론하다가 도로포장공사를 계획하고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2020년 7월 24일자 사설에서 간부들에게 '호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는 동시에 ‘인민의 충복’으로서 ‘심부름꾼’의 입장에서 주민들을 섬길 것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평양 핫라인] 민심 의식하는 북한당국, 왜?
    (로동신문 7월 24일자 '인민생활을 책임진 호주로서의 역할을 다하자' 중에서)
    '일꾼들은 당의 의도를 깊이 명심하고 인민의 충복으로서의 본분을 다해나가야 한다. 객관적 조건에 포로 되어 인민생활문제를 소홀히 하면 비상방역사업에서 이룩된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없고 인민들이 생활상 불편을 느끼게 된다. 오늘과 같은 형세에서 인민의 생명, 안전을 지키는 것과 인민생활에서 제기되는 자그마한 문제까지 소홀히 대함이 없이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는 것은 어머니 우리 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인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제기되는 문제들을 무한한 헌신성을 발휘하여 책임적으로 해결해주는 호주, 심부름꾼이 되어야 한다.'

    대북제재 지속과 코로나-19로 주민들의 민생고가 깊어지는 가운데 주민 위에 군림하던 당 간부들에게 몸을 낮추고 민생 챙기기에 발 벗고 나설 것을 권고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평양 아닌 전국서 '주민생활환경 개선' 추진 선전

    조선중앙TV의 '인민생활 향상' 관련 보도에서 최근 발견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지방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에는 옥류아동병원, 미래과학자거리, 평양 백화점 등 평양의 대표적 시설들을 소개하는 방송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선 지방 중소도시들의 생활환경 개선 사례들을 조명하는 방송도 늘고 있습니다.

    소개되는 사례들도 식료공장이나 비료공장 건설부터 살림집과 공원, 물놀이장 조성까지 다양합니다.
    [평양 핫라인] 민심 의식하는 북한당국, 왜?
    ('[소개편집물] 전변의 새 모습 자랑하는 고장- 자강도 희천시' 중에서)
    '새로 일떠선 다층살림집들과 단층살림집들이 즐비한 역평동지구, 이 지구에는 식료공장과 기초식품공장을 비롯한 지반산업공장들도 자기의 모습을 새롭게 일신했습니다. 또한 청하동지구에는 이번에 유기질복합비료공장이 새로 일떠서 질 좋은 유기질복합비료를 1년에 수백 톤이나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문기] 그리움의 마음안고- 운산군을 찾아서' 중에서)
    '보시다시피 희천시가 몰라보게 변모되었습니다. 역평동과 서강동, 지신동과 추평동을 비롯한 7개 지역에 새로 일떠선 다층살림집들과 단층살림집들이 무려 1,300여 세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방문기] 그리움의 마음안고- 운산군을 찾아서' 중에서)
    '한 번은 제대군인들이 군사복무를 하고 자기 고향에 돌아오니 고향이 너무나 변해서 자기 집을 찾지 못해서 길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고 합니다. 지금 운산군에는 운산군학생소년회관, 어린이교통공원, 청년공원, 온천물을 이용한 물놀이장이 갖춰진 은정원 등 도시 사람들 부럽지 않은 생활조건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평양 핫라인] 민심 의식하는 북한당국, 왜?
    북한 방송은 최근 들어 '인민생활 향상'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데요.

    전과 달리, 거창한 국가적 사업보다는 소소한 주민 생활밀찰형 사업에 초점을 두고, 당 간부들에게 심부름꾼의 위치에서 주민들을 섬길 것을 주문하며, 평양보다는 지방의 발전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추진해온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이자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올해,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오랜 구호와 달리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오히려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퇴보하면서 깊어진 북한 당국의 고민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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