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M] 도넛 품질관리 철저히 했던 던킨도너츠가 잘못한 이유](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08/15/k200815-0_1.jpg)
"센터장 지적 사항에 개선책 마련하라"
던킨도너츠 안양공장에서는 매일 도넛 20만개 가량이 생산돼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 있는 던킨도너츠 점포들에 공급되고 있는데요. 비알코리아는 이 공장에서 도넛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하나산업이라는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어 도넛을 납품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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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사흘 앞선 6월 7일에는 비알코리아 측에 도넛을 납품하는 다른 협력업체 진영산업으로부터 메일이 들어옵니다. ‘센터장님 방문 개선 피드백’이라는 메일이었는데요. 6월 3일에 안 상무가 대전 신탄진 공장에 시찰을 가 지적한 내용에 대해 진영산업이 개선방안을 내놓은 겁니다. 여기서 안 상무는 "'바삭한 포테이토 먼치킨'이 중량이 좀 모자라다", "'회오리 감자도넛'의 크기가 좀 작다"는 지적을 합니다. 안양공장과 마찬가지로 "생산 시설 내에 찌든 때를 제거 하라", "미사용 장비 이동시키라"는 말씀도 하셨고요. 진영산업은 이에 대해 "발효나 반죽 온도를 잘 확인하겠다", "찌든 때를 제거했고, 미사용 장비를 옮겼다"는 등의 조치사항을 보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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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지 못하게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냐?
일견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비알코리아가 자신들의 브랜드인 던킨도너츠라는 이름을 달고 나가는 제품에 대해 품질관리를 해야 하니까요. 만약에 소비자들이 던킨도너츠를 먹고 실망했다면, 비알코리아를 비난하지 실제 도넛을 만들었던 협력업체를 나무라지 않겠죠. 제 기사에 대한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제품 및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서 더 좋은 거 아닌가”, “품질관리하고 위생관리 잘하는 던킨도너츠 앞으로 더 믿고 사먹어야겠다”고 말이죠. 개중에는 저보고 “기레기야 뭐가 뭔지 알고 기사 쓰냐. 다른 제빵사에서 돈 먹었냐”는 원색적 비난을 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다른 제빵사에서 돈은 안 받았지만, 사실 저 던킨도너츠 매우 좋아합니다. 엊그제는 공교롭게도 회사에서 간식으로 던킨도너츠가 나오더라고요. 다른 기자들은 마감에 쫓기느라 쳐다보지도 않던 것, 저는 두 개나 먹었습니다.
근데 “품질관리 철저하게 하니까 더 좋은 것 아냐”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은 사실 제 기사 취지를 정확히 꿰뚫지 못하신 겁니다. 물론 오독하신 빌미를 제공한 것, 더 친절하게 기사를 쓰지 못한 것 다 제 역량 탓입니다. 사과드립니다. 그래서 사실 탐정M을 쓰게 된 건데요.
좋습니다. 품질관리 해야 합니다. 기업으로서 당연한 것이고 저희가 워낙 먹는 것 가지고 장난질하는 악덕 기업들 많이 봐왔기 때문에 오히려 비알코리아의 철저한 관리에 신선함을 느끼셨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서두에 말씀드렸다시피 비알코리아는 하나산업이나 진영산업 등 협력업체와 도넛 생산과 관련해 도급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도급계약에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직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와 명령을 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불법 파견인지를 판단하는데요. 비알코리아의 행위가 불법 파견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파견이 뭐고 도급이 뭐야?
그럼 대체 파견은 뭐고 도급은 뭐냐며 어려워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파견은 고용사업주(파견업체)가 노동자를 고용해서 사용사업주(실제 업무를 지시하는 업체)에 노동자를 파견해, 노동자가 사용사업주의 지휘와 명령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형태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A라는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그 곳에 고용된 직원이지만, 실제로 B라는 업체에 파견돼 B업체 사람들의 지시를 받고 그에 따라 일을 하는 형태인 것이죠. 현행법상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는 32개에 불과합니다. 건물 청소를 하거나, 자동차 운전을 하는 일, 경비원, 주유원 등이죠. 32개 업종 이외의 업무에서 이뤄지는 노동자 파견은 모두 불법입니다. 업종을 엄격하게 한정해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형태로 사용하다 편의에 따라 해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한편, 도급은 민법상 명시돼 있는 계약관계의 한 형태입니다.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속하고,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죠. A업체가 B업체와 매일 도넛 1만개를 납품받기로 하는 도급계약을 맺었다고 하면, B업체는 A업체에 매일 도넛 1만개를 납품하고, 계약에 따른 일을 완성했으니 보수를 받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A업체가 B업체가 만든 도넛을 납품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하지만 두 업체는 명백히 다른 업체입니다. 그런데 앞서 법원에서는 도급계약에서 원청업체가 직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불법 파견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A업체가 형식상으로는 도급계약을 맺었을지라도, B업체의 도넛 생산에 일일이 간섭하고, 문제 삼는 것은 상당한 지휘·명령에 해당할 수 있고, 이 경우 사실상 B업체로부터 인력을 파견 받은 것과 다름없으니 불법 파견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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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런 의문이 생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럼 협력사가 도넛 품질을 나쁘게 생산하더라도 비알코리아는 개입하지 않고 지켜만 봐야하느냐.” 맞습니다. 던킨도너츠 브랜드로 제품이 판매되는데 비알코리아는 지켜만 볼 수 없습니다. 품질관리 해야죠. 사실 정당한 도급이냐, 아니면 도급의 탈을 쓴 불법 파견이냐는 명확히 분리되는 사안은 아닙니다. 정상적인 도급관계에서도 품질검수는 당연히 이뤄져야 했을 겁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도급관계에서는 협력업체의 관련부서나 담당자가 1차적으로 검수를 한 뒤 원청업체에 보고를 하고, 만약 그래도 원청업체가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현장점검을 나가는 절차를 밟았을 겁니다.
법원이 위장도급을 판단하는 일은 간단치 않습니다. 당장 비알코리아 상무가 협력업체에 시찰을 나갔다고 “너, 위장도급!”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비알코리아의 임원이 현장점검을 나가고 그 개선점에 관해 직접 보고할 것을 양식으로 만들어 놓은 걸 보면, 협력업체는 다분히 독립성을 갖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율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의 비알코리아와 협력업체 사이의 업무 조율이 아니고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지휘명령으로 보인다”는 게 위장도급 관련 소송을 여러 차례 맡아온 최종연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비알코리아 임원의 현장 시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같은 경우, 비알코리아 본사 생산담당 직원 20여명이 같은 공장 건물 안에 협력업체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하면서 당연히 생산라인에 가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도넛과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요. 제가 만난 하나산업 직원은 “비알코리아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제품 생산을 시작한다고 하면, 공장에 내려와서 도넛 규격 등을 봐주면서 지시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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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서는 불법파견을 판별하기 위해서 하청기업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살핍니다. 그런데 취재결과, 3곳의 협력업체 모두 전직 비알코리아 직원들이 대표를 맡고 있었고요. 이들 업체는 독자적인 생산설비를 갖고 있지 않은 채 인력만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도넛을 만드는 기계나 설비 모두 비알코리아 소유라는 얘기입니다. 더군다나 3곳의 협력업체는 던킨도너츠 이외에 다른 곳에 전혀 납품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하청업체라면, 경영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원청업체를 다양화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한 곳의 원청업체에만 기업의 모든 역량을 투입한다면, 그 원청업체와의 계약관계가 끊어질 경우 하청업체는 굉장히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죠. 비알코리아 전 직원은 “직접적인 도넛 생산과 관련해서는 비알코리아가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협력업체 대표들은 인원관리, 노무리스크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 들어가자 '직접 고용' 발표한 비알코리아
제가 애초에 이 사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은 SPC그룹의 전과(?) 때문입니다. 이미 정부는 3년 전 일선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사 5378명에 대해 위장 도급이라는 판정을 내린 적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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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측은 지난달 8일, 보도자료를 내 “협력회사 소속 생산직 직원 240명도 본사 소속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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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비알코리아가 품질관리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앞서서도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식품기업에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단연 품질 및 위생관리일 겁니다. 저 역시 동의하고요. 다만, 제가 뉴스데스크의 리포트와 이 글을 통해서 말씀드리는 핵심은 “품질관리 열심히 하셔라.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SPC가 됐으면 좋겠다. 대신 법은 지키면서 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알코리아는 도급을 준 하청업체에게 도넛생산을 맡기면서 많은 이익을 누렸습니다. 실제로 하청업체 직원들은 비알코리아 본사 직원들보다 급여 수준이 낮습니다. 비알코리아에서 정규직 직원을 직접 고용해 도넛을 생산하는 것보다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던킨도너츠를 만들다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는 등 일하다가 사고가 발생해도 협력업체 직원들은 어차피 비알코리아 소속 직원이 아니니 던킨도너츠는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는 핑계로 인사 책임을 피해 왔을 겁니다. 안팎의 다양한 이유로 인력을 줄이거나, 추가적으로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는 아예 더 낮은 가격에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하청업체와 새 도급계약을 맺을 수도 있었고요.
비알코리아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위생관리가 칭찬이 아니라 오히려 비난이 되지 않게 하려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해 높은 품질 수준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직접 고용했어야 합니다. SPC는 부디 3년 전 쓰디쓴 추억을 잊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단독] 도넛 크기도 감독하며 '딴 회사'…던킨도너츠 '불법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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