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급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재난지원금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 선별 지급과 보편지급 등을 두고도 논쟁이 있었죠. 주요 논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인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기 침체가 찾아온 상황이다 보니 재난지원금을 기본소득과 연결시키는 분들도 있고,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재정정책의 일환으로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보통 다섯 가지 특징으로 설명됩니다.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입니다. 개인 누구에게나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한다는 것이죠.
1차 재난지원금은 현금성과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의 성격을 일부 지녔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기본소득의 특징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 방어를 위한 1회성 지원이었다는 점에서는 기본소득과 다른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2.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긴급재난지원금 및 소상공인 지원 사업으로 총 17조 9천억 원을 투입했고,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4조 1천억 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습니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7월 (1차)긴급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경제· 산업동향&이슈 7월호)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눠서 분석했는데요,
① 지원금 전액이 소비지출 증가로 연결되는 경우,
②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 파급효과를 고려한 경우,
③ 그리고 여기에 지원금이 전부 소비지출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기존의 지출을 일부 대체하는 경우까지입니다.
생산유발효과는 약 21조에서 31조 사이,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9조에서 14조 사이, 취업유발효과는 약 19만 명에서 26만 명 사이로 추산됐습니다. 지원금이 소비지출로 연결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그리고 정부 지출 구조조정의 영향이 적을수록 효과가 크다는 뜻이겠죠. 서울과 경기는 지역 내 파급효과가 컸지만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았고, 주로 서비스업에서 효과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예산정책처는 파급효과를 계산하기 위한 산업연관표의 한계와 한계소비성향 추정의 어려움 등이 있었기 때문에 수치 자체보다는 상황별, 지역별, 부문별 파급효과를 비교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기도에서도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자체적으로 분석한 내용이 있는데요, 경기연구원이 중앙정부와 경기도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전후의 카드 매출 흐름을 비교했습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후 카드 매출이 크게 늘었고, 특히 지역화폐 가맹점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습니다. 재난지원금 일부는 지역화폐 형태로도 지급됐죠.
3. 선별과 보편
현금 성격의 돈을 '언제까지 쓰라'고 사용기한을 두고 배포한다면 소비 진작 효과가 생긴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재원이 넉넉하다면 걱정도 줄어들겠죠. 그런데 우리는 항상 한정된 재원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같은 돈을 풀었을 때 더 큰 효과가 발생하는 길도 찾아야 한다는 거죠.
경북대 최한수 교수는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를 전후한 서울의 구별 소상공인 카드매출 추이를 살펴봤는데요, 지역내총생산, 즉 GRDP가 높은 강남구보다는 GRDP가 낮은 도봉구의 매출이 큰 폭의 비율로 올랐다고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경기도에서 GRDP가 높은 화성시와 낮은 연천군의 카드매출 추이도 살펴봤더니 서울과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경기도 사회조사에서 고소득 가구 비중이 높게 나타난 과천시와 저소득 가구 비중이 높게 나타난 연천군을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고용이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또박또박 상대적으로 넉넉한 급여를 받는 고소득자를 떠올려 봅시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의 영향을 소규모 자영업자보다 덜 받습니다. 그래서 소비도 평소보다 크게 줄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을 받게 됐습니다. 소비의 일부를 재난지원금으로 지불하게 되겠죠. 그런데 이 소비는 지원금이 없었더라도 이뤄졌을 소비입니다. 지갑 대신 재난지원금으로 돈을 꺼내는 자리가 바뀌었을 뿐이죠. 즉 재난지원금이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경기연구원의 카드사 매출 분석에서도 소득 상위 20%, 즉 5분위의 지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이 낮은 영역에 재정지출을 한 것이 더 효과가 컸기 때문에 경기 부양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같은 금액이면 취약계층에 집중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말한 재난지원금이 기존 소비지출을 대체하는 경우도 비슷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는 앞으로 좀더 엄밀한 분석이 나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4. 선별 지급과 선별 환수
저소득층, 소규모 자영업자나 대리기사,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은 분명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위험에 더 노출돼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버티기 힘들어질 겁니다.
그래서 긴급하게 지원을 하지 않으면 적절한 지원 시기를 놓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지만 선별지원을 하려면 수혜자를 선별하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선별과 보편은 이 부분에서도 부딪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먼저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이후 선별 환수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 등에서 제안한 아이디어인데요, 연말 정산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연말에 소득세를 확정하는 과정은 정확도가 높은 데이터로 1년간의 소득 수준을 확정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사후 정산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같은 피해도 반영됩니다. 그래서 일단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뒤 연말에 소득세를 확정할 때, 즉 연말정산을 할 때 고소득자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환수하자는 내용입니다. 긴급히 지급해야 하는 문제와 고소득자를 별도로 선별하는 비용 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것과 지원금을 '줬다 뺏는다'는 거부감이 장애물입니다.
5. 2차 재난지원금의 성격은?
2차 재난지원금의 방향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점을 간략히 정리해 봤는데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결국 재난지원금의 목적입니다.
최종 목적은 생존의 문제로 내몰리고 있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부양 또는 취약 계층 직접 지원 등 그 목적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겠죠.
그런데 그 길을 결정하는 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다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경제 활성화 쿠폰도 중단된 상황입니다. 소비는 외부 활동과 연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진작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양립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습니다.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 이런 어려움을 지혜롭게 뚫어나가는 과정이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팩트의 무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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