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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의 무게] 미국, 북한 유사시 핵무기 80개 쏜다? '격노' 원문 찾아보니…

[팩트의 무게] 미국, 북한 유사시 핵무기 80개 쏜다? '격노' 원문 찾아보니…
입력 2020-09-15 12:56 | 수정 2020-09-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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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의 무게] 미국, 북한 유사시 핵무기 80개 쏜다? '격노' 원문 찾아보니…
    핵무기 80개로 북한 공격?

    어제(14일) 하루 종일 지난 2017년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기사가 회자됐습니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남북한 전면전 상황에 대비한 작계 5027에 핵무기 80개 사용이 포함돼 있다"고 썼고, 동아일보 역시 핵무기 사용 대상이 북한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팩트의 무게] 미국, 북한 유사시 핵무기 80개 쏜다? '격노' 원문 찾아보니…
    [팩트의 무게] 미국, 북한 유사시 핵무기 80개 쏜다? '격노' 원문 찾아보니…
    해당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핵무기 사용(내용)은 우리 작계에 없었다"라며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 한반도 내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찰스 리처드 미국 전략사령관은 현지시간 14일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 연합작전계획인 '작전계획 5027'에 핵무기 사용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어떤 작전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며 답했습니다.

    작계 자체가 1급 비밀이기 때문에 뭐가 들어가고 안들어가고를 확인해줄수 없다는 취지이긴 하지만 한국 언론들에선 마치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 뭔가 있는데 말해주지 않는 듯한 분위기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대체 원문이 어떻게 돼있길래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확인해봤습니다.
    [팩트의 무게] 미국, 북한 유사시 핵무기 80개 쏜다? '격노' 원문 찾아보니…
    원문 보니…'잘못된 해석'

    앞서 <격노> 전문을 입수해 보도해온 MBC 취재진이 해당 부분을 검토했지만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낮습니다.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Strategic Command in Omaha had carefully reviewed and studied OPLAN 5027 for regime change in North Korea - US response to an attack that could include the use of 80 nuclear weapons."

    "전략사령부가 신중히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을 검토하고 연구했다. 작계 5027은 핵무기 80개 사용을 포함할 수 있는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이 문장은 "핵무기 80개 사용을 포함할 수 있는"이란 수식어를 "(북한의) 공격"에 붙여 해석하는지, "미국의 대응"에 붙여 해석하는 지에 따라 의미가 정반대로 달라집니다.

    후자라면 북한의 도발에 미국이 핵무기 80개라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북한을 제압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작계에 핵무기 사용 계획 없다"

    그러나 책의 문구를 떠나, 이 문단의 주제가 미군 뿐만 아니라 한국군을 포함한 '군사작전계획'이란 점에서 미국의 핵무기 사용 계획이 담길 가능성은 낮습니다.

    실제 군 관계자의 설명도 "핵무기 사용은 우리 작계에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같았습니다. 우리에게 핵무기가 없는데 한국군 작전 계획에 핵 사용 방안을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과거 해당 작전계획을 개정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책에 언급된 작계 5027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작계 5015로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또 "2차 대전을 종결시킨 것이 핵무기 2개"라며 "핵무기 80개를 쓴다는 것은 최근 군사 전략과도 맞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팩트의 무게] 미국, 북한 유사시 핵무기 80개 쏜다? '격노' 원문 찾아보니…
    핵무기 80개는 북한 보유 최대 추정치

    특히 '80'이라는 숫자를 보면 미국의 대응이라고 보긴 더 어렵습니다.

    사실 핵무기 80개는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의 최대치와 일치합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북한이 자신들이 가진 핵무기를 모두 사용해 공격했을 때를 미국이 대비하고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겁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핵 전쟁을 감수하고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80개라는 제한을 둘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다만 미군은 '핵에는 핵으로 응징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핵무기를 다루는 전략사령부에서 작계 5027과 별개로 보복적 핵 사용을 검토했을 수는 있다고 국방 전문가는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핵무기 80개 사용을 포함하는 군사행동을 한국군이 참여하는 작전계획 수준으로 구체화했다는 보도는 저자 우드워드의 부정확한 서술와 일부 언론의 오역이 낳은 해프닝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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