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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입력 2020-10-12 11:18 | 수정 2020-10-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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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어느새 승용차의 대세가 된 ‘쿠페형 세단’

    요즘 자주 보이는 신차들의 모습이 크게 둘로 나뉩니다. 대형 SUV와 쿠페형 세단입니다.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그런데 두 차종이 지향하는 바는 정반대입니다. 현대기아차를 보면 팰리세이드와 G80, GV80입니다. 올 봄 새로나온 G80의 3세대 디자인은 쿠페형 세단입니다. 3세대 G80에 대해 제네시스 측은 ‘역동적인 우아함..전고는 낮춰 후륜 구동세단의 날렵함.. 스포티함이 한껏 살아난다’ 라고 설명합니다. 모두 뒷좌석 보다는 앞좌석, 즉 운전석에 초점을 둔다는 말입니다. 운전의 재미 - 주행감이요, 스포티함.. 스타일..이런 것들이죠. 다 쿠페의 특성을 표현한 말이라고 보면 되겠죠.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G80뿐이 아니죠. 작년 늦가을에 출시된 기아의 K5 3세대 역시 쿠페형 세단입니다.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쿠페형 세단’ 은 쿠페와 세단이 합쳐진 말인데, 어찌보면 형용 모순이죠. 강철같은 무지개, 소리없는 아우성, 둥그런 사각형 같은 대립되는 개념이 합쳐진 말입니다. 쿠페는 원래 2도어, 즉 앞좌석만 있는 차량이죠. 운전자에게 맞춰진 차량입니다. 스포츠카 같은 거죠. 아까 얘기했던 운전의 재미나 속도감을 강조한 차량이고요. 공간을 앞좌석에만 할애하면 되기 때문에 디자인이 훨씬 슬릭하고 날렵합니다. 운전자 중심의 차..즉 뒷좌석이 없기 때문에 동승자가 없이 운전자 혼자, 아니면 파트너 1명만 태우는 차이고요.. 스타일에 치중할 수 있다는 것.. 즉 젊은이의 차라는 겁니다. 과거 헐리웃 영화를 보면 쿠페를 운전하는 청춘스타의 모습이 하나의 심볼처럼 돼있습니다.

    반면에 세단은 4도어, 즉 앞좌석과 뒷좌석으로 나누어진 차량입니다. 가족을 태우거나 뒷좌석에 중요한 분을 모시는 그런 차죠. 중산층의 가장 또는 사장님이 연상되죠. 공간이 앞뒤로 균형있게 배치돼 있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을 합친 거예요. 2도어와 4도어가 합쳐진 겁니다. 4도어긴 한데 2도어의 디자인과 기능성을 더한 차량이 탄생한 거죠.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쏘나타는 왜 ‘아빠차’의 위상을 내려놓았는가?

    쿠페형 세단의 역사는 20년이 채 안됐는데 2003년 벤츠사에서 나온 CLS가 그 효시입니다. 처음 나올 땐 이게 뭐야 싶었을 겁니다. 한마디로 둥근 사각형 같은 차가 나온 거죠. 하지만 곧 폭발적인 인기를 끕니다. 포르쉐 파나메라, 폭스바겐 악테온처럼 다른 회사에서도 쿠페형 세단들이 줄줄이 출시되며 그 인기를 강화시킵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린 거죠.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하지만 한동안 국내에선 스포츠카처럼 취급되며 수입차 중심으로만 공급되고 소비층도 협소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국산 세단들도 하나 둘 쿠페형을 도입하다가 2019년에 아주 상징적인 선언이 나옵니다. 30년 넘게 국민차, 아빠차의 자리를 지켜온 우리나라 대표적인 세단, ‘쏘나타’죠. 마치 ‘대한민국 4인 가족’의 상징 같던 이 차가 2019년 3월 8세대 디자인을 출시하면서 바로 이 ‘쿠페형 세단‘을 도입합니다. 당시의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는 신차 발표회장에서 "새 쏘나타가 더 이상 국민차나 아빠차가 아니어도 좋다"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도로를 누비는 한 대의 세단 자체를 지향한다“고 선언해버립니다. 국내 대표 세단이 ’아빠차‘란 위상을 내려놓고 ’스타일‘을 선택한 겁니다.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팰리세이드 중고차 잔존가치 102%"‥ 주말용 세컨드 하우스가 된 대형 SUV

    그러면 이 ‘아빠차’의 자리를 누가 받느냐. 이제 등장합니다. 대형 SUV - 바로 팰리세이드죠. 앞좌석에 비중을 둔 쿠페형 세단과 반대로 뒷좌석을 극단적으로 확장한 차량입니다. 가족을 태우는 거죠. 팰리세이드 고객 85%가 남성이고 40대가 다수란 분석도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아빠차의 자리를 꿰차며 우리나라에 없던 대형 SUV 시장을 새로 열었죠. 실제로 보면 위압감이 엄청나죠. 큽니다. 주차선 안에 차를 대기 좁아요. 그런데도 불티나게 팔립니다. 공장에서 주문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서 거의 1년 가까이 대기를 해야합니다. 그러다보니 중고차 시장에서도 팰리세이드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최근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떴는데, 2019년에 나온 팰리세이드 중고 가격이 지금 신형 가격을 앞질렀다고 해요. 이른바 잔존가치가 102%라는 겁니다. 중고라도 지금 인수받을 수 있다는 것이 새 차를 1년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이번에 나온 카니발 4세대도 대형 SUV 급으로 크기를 더 키워서 나왔습니다. 원래 SUV가 가족용 차량으로 캠핑 다니면서 많이 떴죠. 그 많은 캠핑 장구들 다 싣고 다녀야하니까요, 그런데 이 중형 SUV보다 더 큰 대형 SUV가 나온 거죠. 팰리세이드, 4세대 카니발.. 거의 방 한 칸 크기에요. 실제로 요즘은 집처럼 쓰여요. 코로나 이후 뜨고 있는 게 ‘차박’ 캠핑입니다. 텐트를 싣고 다니는 걸 넘어서서 그냥 차 자체가 숙소가 되는 거죠.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있으면 안 되니까 한적한 공간을 찾아서 가족만을 위한 안전한 숙소를 마련하는 거예요. 그래서 소비자들은 SUV 차량을 구입할 때에는 공간 구성을 훨씬 꼼꼼히 따진다고 합니다. 몇 인승인지 몇 열인지, 에어백은 몇 열까지 장착돼있는지 등이요. 마치 아파트를 볼 때, 방이 몇 개인지, 판상형, 타워형인지 투베이, 쓰리베이인지 따져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빠가 가족을 위해 안전하고 쾌적하고, 즐거운 공간을 마련하는 거죠. 주5일, 요즘은 종종 주4일도 하는데, 가족들이 주중엔 집에서 주말엔 차에서 지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가족의 생계, 안전 뿐 아니라 자녀들과의 유대를 위해 캠핑, 여행 등을 추구하는 가정적인 아빠의 모습은 4,5년 전부터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완전히 정착이 된 것 같습니다. 대형 SUV는 그래서 가족을 위한 차이자 주말의 차, 여가를 위한 차입니다.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아빠의 분화’… 쿠페형 세단이 소환하는 캐릭터는?
    그러면 쿠페형 세단으로 다시 돌아와볼까요? 쿠페형 세단은 그래서 아빠 자신을 위한 차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일의 차이고, 출퇴근 할 때 모는 차예요. 가족을 태우는 뒷좌석의 역할은 SUV에 맡기고요. 쿠페가 지향하는 그 무언가 처럼 운전석에 앉은 나 자신에게 보다 집중할 수 있다는 거죠. 자신만의 공간이죠. 좀 더 확장해서 해석하자면 아지트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어른들..주로 남자 어른이요.. 자신만의 취미, 취향을 갖는 것들이 많이 기사화됐죠. 키덜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레고, 프라모델, 음반 등 종류는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전시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당연히 필요하겠죠. 그래서 아빠들도 집에서 별도의 방을 마련한다던가 아니면 아예 비슷한 처지의 아빠들끼리 독립적인 놀이공간 - 아지트를 마련한다는 내용.. 최근 다큐멘터리나 책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입니다.
    [니가트렌드] 쿠페형 세단과 대형 SUV가 동시에 뜨는 이유는?
    평면적인 가장의 모습으로만 존재했던 아빠의 캐릭터가 분화되는 것. 가족을 위한 아빠...그리고 일에 몰두하면서도 취향과 개성을 추구하는 어른. 바로 이것이 대형 SUV와 쿠페형 세단이 동시에 인기를 끄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럼 다음 트렌드분석으로 뵙겠습니다. “당신의 삶이 트렌드입니다.”



    [니가트렌드] MBC 노경진 기자

    트렌드 분석 코너. ‘니가트렌드’는 ‘메가트렌드’를 패러디한 명칭으로 ‘메가트렌드’의 통시적인 관점 대신 미시적이고 섬세한 접근을 추구한다. 메가트렌드의 정의인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조류’ 가 지금 현재 ‘당신의 삶’ 속에 구현되고 있는 것을 살펴본다는 뜻. 일상에서 입고 보고 먹고 즐기는 모든 것이 단순히 핫하고 힙한 상품이 아니라 시대의 도도한 흐름의 유의미한 단면이라는 것을 함께 탐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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