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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김세로

[탐정M] 회장님 댁 '무늬만 전시장'

[탐정M] 회장님 댁 '무늬만 전시장'
입력 2020-10-21 10:48 | 수정 2020-10-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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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회장님 댁 '무늬만 전시장'
    전시장과 고급주택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전시장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입니다.

    미술품이나 각종 예술 작품을 외부에 공개하고 관람도 하는 곳이죠.

    그래서 허가는 '문화 및 집회시설'로 내줍니다.

    그런데 높다란 담장으로 둘러싸인 단독주택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전시장이 있습니다.

    외부에 전시장이라는 걸 알리는 간판도 없고 전시회 한 번 연적도 없습니다.

    오로지 집주인과 가족들만 쓸 수 있습니다.
    [탐정M] 회장님 댁 '무늬만 전시장'
    '내 집에 번듯한 전시장 하나 만들어 놓고 그림 볼 수 있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당연히 있을 텐데요.

    그럴 거면 처음부터 온전히 주택을 짓고 거실이나 방 일부를 전시장처럼 꾸며 쓰면 될 일입니다.

    굳이 주택 일부를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전시장으로 허가받아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럼 이런 무늬만 전시장이 왜 탄생한 걸까요? 지금부터 하나하나 설명드리겠습니다.
    [탐정M] 회장님 댁 '무늬만 전시장'
    공개도 않는 전시장‥ 왜 만들까?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을 취득하면 집값에 따라 1~ 3%의 세금을 냅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무거운 세금이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독주택은 면적이 331㎡ 즉, 100평을 넘거나 (공동주택은 245㎡, 복층은 274㎡)

    공시가격은 6억 원 이상, 건축물가액이 9천만 원 이상일 경우에 그렇습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집은 [고급주택]이라고 부르고 원래 취득세율의 8%P를 더 물립니다.

    즉, 집값이 9억 원이라면 원래 내야 할 취득세 3%에 8%를 더해 11%의 세금을 부과하는 겁니다.
    [탐정M] 회장님 댁 '무늬만 전시장'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전시장,

    외부에 공개하는 곳이 아닌데도 전시장으로 허가받았던 그 면적이 [고급주택] 기준에서 제외됩니다.

    즉, 집은 넓게 짓고 세금은 조금만 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탐정M] 회장님 댁 '무늬만 전시장'
    전시장에 사는 회장님

    MBC가 확인한 전시장 주택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동, 서초구 서초동에 많았습니다.

    집주인은 기업 회장, 재벌 일가, 전직 국회의원 등 소위 재력가와 유명인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들마다 전시장 면적을 주택 면적에 포함시키면 공교롭게도 [고급주택]의 기준을 모두 충족했습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비공개였습니다.

    지을 땐 전시장으로 허가받고 실상은 주택으로 쓰는 건 아닌지 의심되는 시설인 거죠.

    실제 적발 사례도 있었습니다.
    [탐정M] 회장님 댁 '무늬만 전시장'
    코스닥 상장사인 제조업체 A사 회장은 지난 2015년 서울 평창동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지었습니다.

    이 주택의 전체 면적은 540㎡, 그런데 지하 1층과 2층에 전시장을 뒀습니다.

    이들 전시장 면적은 215㎡, 전시장을 제외한 주택면적은 324㎡였습니다. [고급주택] 기준(331㎡)에 약 7㎡ 모자랐던 거죠.

    그래서 취득세는 집값의 3%만 냈습니다.
    [탐정M] 회장님 댁 '무늬만 전시장'
    그런데 A사 회장은 1년 뒤인 2016년 서울시 위반건축물 점검에서 전시장을 사무실과 주택 용도로 쓰다가 적발됩니다.

    건축물을 허가받은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쓰는 건 '무단 용도변경'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전시장으로 허가받았는데 집으로 쓰고 있었으니 적발된 면적이 다시 주택 면적에 포함됐습니다.

    결국, A사 회장은 내지 않았던 세금 (3억 원가량)을 추징당했고, 건축물대장엔 '위반건축물' 표시가 됐습니다.

    A사 회장은 "선친이 만들었던 문화재단의 전시장으로 쓸 계획이었지만 활용을 제대로 못했던 것"이라며 세금 덜 내기 위한 꼼수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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