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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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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수십억 아파트 취득세율이 더 낮은 이유

[탐정M] 수십억 아파트 취득세율이 더 낮은 이유
입력 2020-10-22 09:14 | 수정 2020-10-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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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수십억 아파트 취득세율이 더 낮은 이유
    취득세 역전현상

    [고급주택]의 면적 기준 때문에 벌어지는 불합리한 일들은 또 있습니다.

    심각한 조세왜곡 현상입니다.

    공동주택의 고급주택 면적 기준은 245㎡입니다.

    즉, 가격이 수십억 원을 넘어도 이 면적기준에 미달하면 1~3%의 세금을 내는 반면

    8~9억 원에 거래된 집인데도 면적이 245㎡를 초과하면 원래 취득세율에 8%를 더 내야 합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세율은 더 높은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는 겁니다.
    [탐정M] 수십억 아파트 취득세율이 더 낮은 이유
    MBC 기획취재팀이 지난 2015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와 빌라 매매 내역 55만 3천여 건을 전부 들여다봤더니,

    용산구 한남동의 A 아파트가 2019년 1월 84억 원에 거래돼 거래가가 가장 높았지만 고급주택 면적 기준에서 0.25㎡가 모자라 일반과세됐고, (전용면적 244.749㎡)

    같은 해 11월, 70억 원에 거래된 강남구의 B 아파트는 18㎡가 모자라 역시 3%의 세금만 냈습니다. (전용면적 226.6㎡)

    반면 용산구 이촌동의 C 아파트는 2015년 4월, 8억 5천만 원에 거래됐는데도 고급주택 면적기준을 초과해 11%의 세금을 냈습니다.

    가격으로만 보면 A 아파트가 10배 더 비싼데 취득세율은 거꾸로 C 아파트가 4배가량 높은 취득세율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겁니다.

    신문지 한 장 면적에 수억 원이‥

    이렇다 보니 공동주택은 아예 지을 때 전용면적을 245㎡가 넘지 않도록 짓고

    대신에 테라스 등의 서비스 면적이나 창고 같은 공용면적을 더 넓게 짓는 경우가 생깁니다.

    공용면적을 이용한 조세회피 꼼수입니다.

    이런 집도 있습니다.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L' 빌라, 전용면적이 244.97㎡에 달합니다.

    그런데 공용면적이 468.75㎡, 전체 면적(714㎡)에서 공용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5%가 넘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집, 얼마나 될까 싶어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전용면적 225㎡에서 245㎡ 이하에 해당하는 공동주택 8,036채 가운데 공용면적을 100㎡ 넘게 설계한 집은 5,456채 (67.9%)에 달했고

    공용면적을 200~300㎡ 규모로 설계한 주택도 1,254채, 300㎡가 넘는 주택은 174채나 됐습니다.

    공시가격 40억 원이 넘는 고가아파트나 빌라 가운데 신문지 한 장(0.42㎡)도 안 되는 면적 차이로 수억 원의 취득세 중과 부담을 던 집은 서울에만 204채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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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가주택 '건축물가액'이 4,900만 원?

    고급주택의 판단 기준엔 면적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가격기준도 있습니다.

    공시가격은 6억 원 이상, 건축물가액은 9천만 원 이상입니다.

    건축물가액은 단독주택을 지을 때 집의 뼈대와 구조가 어떤 양식으로 지어졌는지 지은 지 얼마나 됐는지 등을 따져 계산합니다.

    일종의 건축물 값어치를 매기는 방식인데 건축 연한이 오래될수록 일정 비율로 삭감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건축물의 입지나, 실제 가격 등이 반영 안 된다는 점입니다.

    땅값 비싼 곳에 지어진 집들은 오래전에 지었어도 수십억 원이 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포함 안 된다는 겁니다.

    또 내부를 화려하게 꾸미거나 고급 자재를 써도 건물의 뼈대나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건축물 가액 기준엔 반영되지 않습니다.

    실제 사례를 볼까요? 서울 한남동의 대형 건설사 B 회장이 소유한 주택, 지난 2015년 130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고급주택이라면 취득세는 집값의 11%, 14억 원 정도 냈겠지만 3%, 4억 원 정도만 냈습니다.

    건축물 가액이 9천만 원을 넘어야 고급주택인데 이 집은 1970년대 지어져 건축물 가액이 4천8백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MBC가 확보한 행정안전부 내부자료를 보면 건축물 가액 미달을 이유로 고급주택에서 제외된 집은 전국적으로 1,021채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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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 바꾸겠다"‥문제는 여전

    이런 고급주택 제도의 문제점은 이미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당시 감사원은 고급주택 제도를 개선하라고 행정안전부에 통보했습니다.

    행안부는 MBC의 취재가 시작되자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현행 고급주택의 공시가격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높이고, 불합리한 건축물가액 기준은 폐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음 달 초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건축법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여러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는 주택 담장 안 폐쇄형 전시장은 '전시장으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자체의 점검을 유도하고 적발될 경우 '허가 취소'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두 기관이 내놓은 대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합리한 제도가 과연 고쳐질지 의문이 앞섭니다.

    먼저 행정안전부 안부터 살펴볼까요

    일단 건축물 가액기준을 폐지한 건 환영할만합니다. 고가주택인데도 건축물 가액에 미달해 일반과세하는 불합리한 점은 바로잡힐 겁니다.

    이럴 경우 주택 1천여 채가 새롭게 고급주택에 포함됩니다.
    [탐정M] 수십억 아파트 취득세율이 더 낮은 이유
    또 공시가격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데도 고급주택으로 중과세됐던 저가주택의 세 부담을 덜어주게 됩니다.

    그런데 혜택을 받게 되는 가구 수 자체가 37채로 미미했습니다.

    게다가 면적기준이 그대로다 보니 가격 높은 집의 세율이 낮고 가격 낮은 집의 세율이 높은 취득세 역전 현상도 그대로입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의 대책은 법을 바꾸거나 시행령을 개정하는 게 아닌 지자체에 '권고'하는 형태라 전시장의 애매한 판단 기준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습니다.

    MBC는 바뀐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또 다른 편법과 꼼수가 판치진 않는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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