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경제
기자이미지 노경진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입력 2020-10-29 10:15 | 수정 2020-10-29 14:24
재생목록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요즘도 저희 동네 인터넷카페에는 ‘대형마트에 언제쯤 곰표 밀맥주가 입고되느냐’는 질문이 종종 올라옵니다. 마트 점장님도 “나도 먹어보고 싶지만 안들어오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댓글을 달곤 합니다. 편의점에선 구할 수 있는 모양인데 여름에 한창 인기일 땐 거기서도 못 구했어요. 두어달 전쯤 밤 9시반에 갑자기 제 회사 선배에게 카톡이 와서 확인했더니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곰표 밀맥주 득템했다”고 인증샷 보내셨더라고요. 정말 기쁘셨나봅니다.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곰표는 ‘순백의 포근함’, 두꺼비는 ‘낭만’‥ “원하는 건 소비자의 감성”

    곰표는 원래 밀가루 회사인 대한제분 상표입니다. 예전처럼 집에서 국수나 수제비를 해먹지 않아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잘 몰랐을텐데 이번에 완전히 익숙해진 거죠. 곰표 밀가루와 세븐브로이가 콜라보한 곰표 밀맥주부터.. 앞서 출시된 곰표 패딩, 곰표 팝콘, 곰표 세정제.. 다양한 곰표 콜라보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패딩은 옷, 팝콘은 과자, 세정제는 비누이지만 곰표와 콜라보된 제품들은 용도를 떠나 푹신한 털을 가진 곰의 순한 표정, 흰 색이 주는 깨끗함. 청결함이 먼저 각인됩니다. 밀가루의 희고 소복한 이미지와 다르지 않죠. 대한제분 측은 “콜라보를 했을 때 브랜드 인식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곳과 손을 잡았다”며 “소비자가 곰표는 ‘밀가루 브랜드’라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흰 곰이 상징하는 밀가루 이미지’가 제품의 개별의 쓰임새를 앞선 겁니다.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여기 문방구가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학생들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문방구 ‘두껍상회’예요. 물건 상표가 죄다 ‘진로 참이슬’입니다. 이른바 진로 굿즈를 파는 플래그십 스토어인 겁니다. 온통 두꺼비와 초록색 천지입니다. 참이슬 백 팩..올 상반기 굉장히 인기였죠. 거기에 작년에 출시된 ‘진로 이즈백’ 병의 연하늘색도 시그니처 컬러로 쓰입니다. ‘진로 이즈백’.. 사실 지금 소주는 알콜 도수가 많이 내려간 거죠. 원래는 도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고 초록색 병이 아닌 큼지막한 병에 담긴 것들도 많이 팔렸습니다. 소주 됫병이라고 불렸죠. 용량 찾아보니 1.8리터라고 합니다. ‘진로 이즈백’의 연하늘색은 사실 이 됫병 색깔입니다. 저 어릴 때는 됫병 보면 뭐랄까 굉장히 어른들의 술 같고 마시면 큰 일 날 것 같은 그런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전통이란 이름으로 그 감성만 소환됐습니다. 위협적으로 보이던 됫병은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재탄생했고요, 깊이를 알 수 없는 물같던 그 투명함도 파스텔톤 연하늘색으로 아주 친근해졌죠.

    ▶ 관련 영상 보기 [똑똑스튜디오-니가트렌드]


    SNS시대는 개인이 ‘매체’… ‘인증샷과 후기’는 최고의 홍보

    두껍상회가 두 달만 연다고 해서 한 번 가봤는데, 그 날이 서울에 태풍이 지나가기 직전 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적잖았어요. 매장이 방 한 칸 크기로 작은데 줄서서 두세명씩 나눠서 들어갔어요. 가게도 이쁘고 굿즈들도 다 귀여워요. 방문한 분들 다 SNS에 인증샷 올리겠죠. 상표가 그대로 인스타그램에서 공유되는 거예요. 그 자체로 광고가 되는 셈입니다. 아까 곰표 밀맥주를 득템한 저희 상사가 늦은 밤 제게 기쁨의 카톡을 보냈다고 했죠. 저는 그 사실을 여러분에게 얘기하고 있어요. 이미 큰 홍보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겁니다. 업체 입장으로선 억대의 모델료와 제작비를 들여 CF를 만들 필요가 점차 사라지는 거죠.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지금과 같은 SNS시대에 사람들은 아이템이 맘에 들면 후기라는 방식을 통해 홍보 메신저 역할을 하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인증샷과 공유 시스템으로 인해 SNS는 막강한 매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이렇게 사람들이 SNS에 흔쾌히 인증하고 공유하기 위해선 당연히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야할 겁니다. 처음엔 맛있으니까...신기하니까 등으로 관심을 보일 수 있겠지만, 이 호감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 브랜드의 무기 1. “내가 바로 클래식”

    첫째, 브랜드가 주장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이야? 아이스크림은 맛있기만 하면 되고, 옷은 디자인 이쁘고 품질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맞습니다. 품질이 꾸준하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을 ‘전통’ 즉 ‘클래식’이란 단어로 표현해도 될 것 같아요. 이거 보셨나요? ‘빙그레우스 드 마시스’ 입니다. 순정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인물이에요. 빙그레가 올해 새로 제작해 크게 히트를 친 회사 이미지입니다. 이 분 보면 이름만 ‘빙그레 더 맛있어’ 가 아닙니다. 자세히 볼까요? 왕관은 바나나맛 우유이고, 빵또아 바지를 입고, 꽃게랑과 메로나 봉을 들었습니다. 빙그레우스에게는 비서 '투게더고리 경'도 있습니다. 물론 재미를 겨냥한 ‘펀 마케팅’입니다.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저는 하나를 더 생각해봤는데요. 이 제품들 모두 빙그레에서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제품들입니다. 식품업계에서는 히트상품이 나오기가 쉽지 않아요. 사람 입맛이란 게 잘 변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 입맛을 수십 년 잡아온 상품들입니다. 외할아버지가 엄마한테 사줬고 엄마가 아들에게 사줘요. 이 자체로 클래식으로 불려도 무방해요. 클래식 제과가 유럽이나 일본에만 있는 게 아니죠. 우리가 오랜 기간 그 제품을 즐겨오면 그것이 클래식 인거예요. 클래식은 그 자체로 존재감을 가지고 있죠. 역사가 탄생하고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은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지지거든요. 자긍심...자랑스러움.. 그렇게 때문에 클래식이 되면 자연스럽게 그 대상의 상징이 부각되게 돼있어요. 국가라면 깃발, 축구팀이라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의 유니폼, 상품이라면 브랜드나 로고가 되는 거죠. 요즘 레트로 유행으로 회사들마다 전통 - 헤리티지를 부각하는데 더 살펴보면 이런 전략도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 브랜드의 무기 2. “선도하는 메시지”

    아예 브랜드가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두 브랜드를 볼까요? 먼저 나이키는요 ‘Just do it' 입니다. 스포츠용품 회사로서 이보다 적절한 메시지는 찾기 힘들죠. 레터링으로 브랜드가 의도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아예 표어처럼 써버려요. 아니면 레터링까지는 안하더라도 브랜드가 지향하는 예술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며 브랜드와 그 정신을 일체화시킵니다.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스트리트패션 브랜드로 출발한 Supreme은 자신의 상표를 스티커로 제작해서 주요 시설물에 부착하는 이벤트를 반복했죠. 마치 그래피티처럼요. 그래피티가 나타내는 저항정신을 Supreme이라는 로고에 입혀버린 겁니다. 그리고 Supreme은 콜라보를 하면서 오히려 그 존재가 더 선명해지는데요. 특히 루이비통, 노스페이스, 꼼데가르송 같은 하이엔드, 명품급 브랜드도 이 슈프림과 만나면 서브컬처 특유의 자유로움과 비정형의 정신을 부여받는 것 같습니다. 극과 극이 만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 탄생하는 거죠. 브랜드에 메시지를 싣는 전략들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지금은 더 강화될 거라고 여겨져요. 한 장의 강렬한 사진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SNS 시대. 인생 사진을 위해 모든 걸 감수하는 MZ세대라면 착샷이든 인증샷이든 한 번 찍혔을 때 자신이 드러내고 싶어하는 메시지가 명징하게 전달되는 걸 선호하는 게 당연하겠죠.
    [니가트렌드] 말도 안되는 조합‥ 기업, 브랜딩에 빠지다
    이미지 한 컷이 좌우하는 시대, ‘브랜드의 외침’은 더욱 선명해져

    요즘의 브랜드들이 재미와 전통,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는 트렌드를 살펴봤습니다. 당신의 가방 속엔 어떤 핫템들이 들어있나요? 다음 트렌드분석으로 뵙겠습니다. “당신의 삶의 트렌드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