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M] "네가 왜 거기서 나와"‥‘족발 쥐’ 사건 취재 후기](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12/14/j201214_01_1.jpg)
지난달 말, 믿기지 않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던 직원 8명이 족발을 시켜먹었는데, 반찬으로 온 부추무침에서 살아있는 쥐가 나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가 함께 보내준 영상에는 정말로 부추무침 사이에서 쥐가 헐떡거리듯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이 식당은 전국에 가맹점이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족발집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이나 벌레가 나왔다는 제보는 많이 봤어도, 쥐는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살아 있는 쥐가 나오다니요. 음식들이 밀봉돼 배달된 걸 보니, 배달 과정에서 쥐가 들어간 건 아닐 터. 결국 8명이 말을 맞추지 않은 이상, 식당에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습니다.
바로 문제의 식당을 찾아가봤습니다. 사장님은 억울해 했습니다. 부추무침 통을 비추는 CCTV 영상을 여러번 돌려봐도 쥐가 들어가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사장님은 일단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쥐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도 현장에서 CCTV 영상을 봤습니다. 부추를 무치기 시작한 오후 9시 30분쯤부터 배달하기 위해 포장하고 밀봉하는 40분까지, 영상에선 쥐가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긴 어려웠습니다.
종업원은 부추를 무치고 포장하는 과정도 직접 시연했습니다. 부추를 한번 무칠 때 2~3번 포장할 분량으로 만드는데, 손으로 무치는데다 포장할 때도 집게로 조금씩 집기 때문에 쥐가 있으면 모를 리가 있겠냐고 말했습니다.
“진짜 이상하긴 하네요.”
취재진도 헷갈렸습니다. 행여나 그 식당이 평소에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했는데, 정말 운이 없어서 갑자기 쥐가 나타났고, 하필 그 쥐가 예상하기도, 막기도 어려운 경로로 음식에 들어간 거라면? 보도가 가져올 파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가 ‘타다다닥’ 소리를 내며 취재진 옆으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탐정M] "네가 왜 거기서 나와"‥‘족발 쥐’ 사건 취재 후기](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12/14/j201214_02.jpg)
#2. 관할 구청의 형식적인 조사..쥐 들어간 원인 못 밝혀
평소 식당의 위생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점은 쥐가 들어간 경로였습니다. 하지만, 식당 측도 프랜차이즈 본사도, 심지어 해당 식당을 조사했던 관할 구청조차도 “모르겠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었습니다.
특히 관할 구청은 신고를 받고 1시간 넘게 현장 조사를 벌이면서도 취재진이 확인한 CCTV 영상조차 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구청은 "쥐의 분변이나 쥐 구멍을 살펴보는 등 조사를 하긴 했지만 쥐의 서식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어쨌든 식당 사장이 쥐가 나온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리기에 충분했고 CCTV를 보는 등 원인까지 더 자세히 조사해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탐정M] "네가 왜 거기서 나와"‥‘족발 쥐’ 사건 취재 후기](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12/14/j201214_03.jpg)
실제로 식품위생법에서는 음식에서 ‘쥐’가 나오든 ‘파리’가 나오든 모두 ‘이물’로 적용해 처벌은 똑같습니다. 1차 적발에선 시정명령을 내리게 돼 있고, 2차 적발에선 영업정지 7일, 3차 이상은 영업정지 15일입니다. 해충 등을 방제하지 않아 배설물이 발견되거나 청결하게 관리하지 않는 경우에도 1차 적발에선 과태료 50만원, 2차에선 100만원, 3차 이상에선 150만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법이 이렇게 정해놨더라도, 적어도 음식에서 쥐가 나왔다면 법을 적용하는 공무원들은 더 철저히 원인까지 밝혔어야하는 게 상식 아닐까요?
그러다보니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막상 취재가 시작되자 오히려 자작극 가능성도 있다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하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3. 드디어 밝혀진 원인‥환풍구 배관에서 ‘툭’
결국 보도가 나간 뒤에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재조사에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일반음식점에서 ‘이물’이 나왔을 땐 관할 지자체가 전담해 조사를 하게 돼 있다며 발을 뺐다가, 파장이 커지자 직접 조사하기로 한 겁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지 2주, 보도한 지 9일 만에 마침내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쥐가 들어간 경로는 ‘환풍구 배관’이었습니다. 문제의 부추무침이 배달되기 20분 전인 오후 9시 20분쯤, 비어있는 반찬 통 위에 있는 환풍구 배관의 파손된 부분에서 쥐가 떨어졌다는 겁니다. 역시 결정적 단서는 CCTV 영상이었습니다. 식약처는 1/8배속으로 수차례 영상을 돌려본 결과, 아주 작지만 쥐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환풍구 배관과 천장 등에서 쥐의 분변 80여점 등이 추가로 발견되는 등 평소 식당에 쥐가 서식해왔다는 사실도 식약처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다만, 다행히도 조리 기구를 대상으로 한 유해 세균 검사에선 적합 판정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식약처는 식당 대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습니다.
이 식당은 유명 방제업체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찝찝함도 남았습니다. 방제업체의 관리를 받아도 쥐를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에 방제업체 측의 입장도 소개합니다. 해당 식당에서 쥐가 나온 건 지난달 25일 밤입니다. 방제 업체와 계약을 맺은 건 사건 발생 엿새 전인 19일, 첫 번째 조사가 이뤄진 건 이틀 전인 23일입니다. 방제업체 측은 쥐의 경우 초기 방제에 4개월 정도가 걸린다면서, 한 차례의 조사만으로는 쥐를 모두 없애기는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4. '족발 쥐' 계기로 관련 제도 개선
![[탐정M] "네가 왜 거기서 나와"‥‘족발 쥐’ 사건 취재 후기](http://image.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__icsFiles/afieldfile/2020/12/14/j201214_04.jpg)
식약처는 제도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지금까지는 식품 제조업체와 같이, 이물이 나왔을 때 그 피해가 광범위한 경우에만 식약처가 직접 조사하고 일반음식점에 대해선 구청이 전담해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일반음식점에서도 쥐와 같은 혐오성 동물이나 유리, 칼날과 같은 위험한 물체가 나오면 식약처에서 직접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또 처벌도 강화됐습니다. 역시 쥐나 칼날 같은 '혐오성·위해성 물질'이 음식에서 나왔을 때는 다른 '이물'과 다르게 처벌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입니다.기존에는 1차 적발시 시정명령, 2차에선 영업정지 7일, 3차 이상에선 영업정지 15일이 전부였지만, 앞으로는 1차 적발때부터 영업정지 5일, 2차에선 영업정지 10일, 3차 이상에서는 영업정지 20일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족발 쥐'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쥐가 들어간 경로도 밝혀졌고, 관련 제도도 개선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철저한 위생 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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