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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노경진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입력 2020-12-24 11:05 | 수정 2020-12-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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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이달 초에 조금 일찍 퇴근해 걸어가는데 절로 발걸음이 멈춰졌습니다. 버스정류장 옆에서 붕어빵을 파시더라고요. 이 겨울 붕어빵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당연히 살 수 밖에 없겠죠? 천 원에 세 개. 2천원 어치를 샀습니다. 따뜻한 종이봉투를 가슴에 소중히 안았습니다. 버스에 타고 가는 내내 꺼내 먹고 싶은 걸 겨우 참았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세 개를 순식간에 먹었어요. 그야말로 겉바속촉.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팥은 달콤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심리테스트로 붕어빵을 어디부터 먹느냐는 게 있던데 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받자마자 그냥 순식간에 먹어버리거든요.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예전보단 파는 곳 줄어든 붕어빵…‘붕세권’을 찾아라

    그러고보면 겨울하면 자동적으로 생각나는 게 붕어빵인 거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었는데, 그 지위는 흔들림 없이 계속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겨울철 길거리 음식이던 군밤, 군고구마는 이제 길에서 파는 모습을 보기 힘든데 붕어빵은 여전히 보입니다. 물론 예전만큼은 많이 파는 것 아니에요. 과거엔 웬만한 버스정류장 옆이나 전통시장 근처가면 팔았는데 요즘은 잘 안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인기는 여전하다보니 그래서 나온 말. ‘붕세권’입니다. 붕어빵을 살 수 있는 특별한 지역을 역세권에 빗대 만들어진 신조어이죠.

    ▶ 관련 영상 보기 [M라운지-니가트렌드]




    그만큼 붕어빵 영접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거예요. 저희 동네 인터넷 카페에는 대체 어디서 붕어빵을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이 겨울마다 올라와요. 누가 알려주면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요. 이렇게 동네사람이 직접 알려주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서 붕어빵을 파는지 알 수가 없어요.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붕세권’ 앱도 출시‥ 빅데이터 프로그램엔 ‘먹고싶다’ 표현 가득

    그래서 최근엔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더라고요. <가슴속3천원>이란 앱입니다. 3천 원 정도로 사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 정보를 공유하는 앱입니다. 사용자들이 직접 붕어빵 파는 곳을 입력하면 지도에 표시되는 거예요. 내가 현재 있는 곳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 붕어빵 가게가 있는지 알려줍니다. 몇 시에 문을 열고 닫는지도 나와요. 아직 아이폰만 되던데, 저같은 사람들을 위해 빨리 안드로이드용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붕어빵에 대해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가동해봤습니다. 붕어빵과 연관된 인터넷 감성어, 12월엔 ‘좋다, 사랑, 칭찬’...이런 게 나와요. 아주 긍정적 감정이고 누군가와 선물을 주고받는 듯한 띠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번 11월로 앞서가볼까요? 이 때 쯤부터 붕어빵이 거리에 슬슬 나오잖아요. ‘맛있다’는 반응이 가장 많습니다. 올 들어 처음 맛보니 너무 맛있는거예요. 그 소감을 인터넷에 많이 표현한 것 같습니다. ‘춥다’란 감성어도 많이 나와요. 길거리에 붕어빵 파는 것을 보니 늦가을인 11월인데도 절로 추운 겨울이 연상되는 거죠.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자 이제 10월로 가볼까요? 그래프에 이 커다란 원과 글자 보이시나요. ‘먹고 싶다’가 압도적입니다. 10월은 아직 붕어빵 이 안나오잖아요. 그런데 곧 겨울이 올테고 그러면 붕어빵이 연상되고 먹고 싶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걸로 해석됩니다.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붕어빵은 ‘일반 빵과 달라’‥인기는 세대불문 현재진행형

    3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지금도 붕어빵은 왜 이리 인기일까요? 일반 빵 같은 경우는 세월이 지나면서 세대마다 취향이 좀 달라집니다. 엄마, 아빠가 어릴 때 즐기던 단팥빵이나 보름달 빵을 지금의 10대 20대가 그만큼 즐기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함께 일하는 20대 동료들에게 물어봤어요. 답이 일치했습니다. 빵과 붕어빵은 완전히 다른 종류라는 거예요.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빵은 워낙 종류가 많아서 그 안에서 자기 취향이 별도로 있겠지만 붕어빵은 그냥 단일 종목이란 거죠.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런데.. ‘겉바속촉’ 좋아하는 사람이 압도적이에요. 겨울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음식인데다 파는 곳이 점점 드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찾아다니면서 먹게 되고 인기는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황남빵, 호두과자, 달고나 커피도 ‘특정 상황’ 소환해

    그러고보면 때나 장소에 맞춰 자동으로 연상되는 대표 음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자체가 그 여행지의 풍경이 되는 그런 음식이요. 설날엔 떡국, 추석엔 송편이 전통적으로 다소 박제된 이미지라면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풍경이 되는 음식들을 또 만들어가는 거 같습니다. 경주를 다녀오면 황남빵 사오고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호두과자입니다. 제주도에선 감귤 초콜릿을 들 수 있겠죠? 여행지나 출장지에서 돌아와 엄마 아빠 갖다드리면 정말 좋아하세요. 이런 음식들은 이름만으로도 그 장소, 상황, 그 계절을 소환합니다.
    [니가트렌드] 역세권 말고 ‘붕세권’? 붕어빵은 왜 세대불문 핫템이 되었나
    올 상반기엔 달고나 커피가 많이 떴죠. 무엇이 연상되시나요. 코로나로 인한 집콕 입니다. 오래 저어서 당분이 되직하게 굳어야 만들어지는 달고나 커피.. 집에 콕 틀어박혀서 젓고젓고 또 저어서 인내의 산물로 만들어내는 식품입니다. 마치 인간이 되기 위한 곰의 쑥과 마늘처럼요. ‘달고나 커피’ 자체가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상징으로서 기능했죠. 맛은 기막히게 달달해서 나름 만드는 고생을 보상해주었습니다. SNS에 달코나 커피 사진을 올리는 행위만으로도 트렌디한 감성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자신이 방역에 협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였고요. 사람들은 기꺼이 공감하면서 나 혼자만 집콕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서로 격려해주는 매개체로 활용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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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풍경’된 붕어빵… 우리가 실시간으로 만들어가는 풍속?

    풍속은 이렇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붕어빵의 기원이 이웃나라에서 왔다든가 붕어빵 반죽에 찹쌀을 넣고 모양을 길쭉하게 해서 잉어빵으로 부른다든가 등의 이야기는 붕어빵을 즐기고 관심을 갖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지고 진화하는 이야기 같아요. 엄마도, 회사 선배도 그리고 10대 동생도 2020년 겨울을 즐기는 먹거리로 붕어빵을 거부감 없이 찾습니다. 비슷하게 겨울을 상징했던 군고구마는 해피콜과 에어프라이어로 인해 집에서 해먹는 간식으로 위치를 옮겼어요. 하지만 붕어빵은 여전히 노점의 음식입니다. 마치 포켓몬을 찾아떠나는 ‘포켓몬고’ 게임처럼 지금도 지도앱을 깔고 찾아다니며 당당히 붕세권을 형성하는 이 시대 핫한 즐길 거리이자 겨울의 상징물입니다. 귀엽고 친근한 모습은 심리테스트로도 활용되고 아이스크림이나 과자의 디자인으로도 언제나 인기입니다.

    여러분이 찾은 붕세권은 어디인가요? 붕어빵은 머리부터 드시나요? 꼬리부터 드시나요? 그럼 다음 트렌드 분석으로 뵙겠습니다. 당신의 삶이 트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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