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입니다. 새해 계획 세우셨나요? 저는 중국어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작년 늦가을쯤 세운 계획인데 역시나 제대로 안 한 거죠. 새해를 맞아 다시금 다짐하는 겁니다. 예전엔 외국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어학원을 다니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은 학습 앱이 굉장히 많아요. 앱을 깔면 원어민 선생님과 1:1 매칭을 해주는 서비스도 있고, 매일매일 공부할 분량을 제공해주는 메일링 서비스도 있더라고요. 선생님은 친절하고 제공하는 중국어 예문은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만큼 다양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공부할 새 문장이 도착했다고 매일 오전 10시쯤 알람이 떠요. 계속 잊고 있다가 비로소 아 내가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지 깨달으면서 새 단어에 눈길을 줍니다.어학공부, 신간소개.. ‘구독’만 누르면 쉴 새 없이 제공
그러고 보면 이달 초에 구입한 책들도 몇 권 있는데 아직 다 못 읽었습니다. 주로 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경제 관련 서적들입니다. 새해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전망하는 책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권을 채 읽기도 전에 읽어야할 책들이 자꾸 생기더라고요. 포털엔 제가 구독한 출판사가 운영하는 신간 소개가 매일매일 업데이트 됩니다. 최근의 현상을 연관지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키워드를 제시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바이블로서 자신들이 펴낸 신간을 제시합니다. 다 읽지 않으면 지금의 트렌드나 시대 담론에서 벗어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요. 마치 선생님이 이 부분 시험에 나온다고 줄쳐준 것 처럼요. 그 부분을 공부해야 마음이 놓이는 거죠.범람하는 강연과 수업들‥인생 2모작 아닌 ‘일상이 평생학습’
이뿐일까요? 테드, 세바시에선 각 분야의 정상급 전문가들이 나와 자신의 업에 대해 소개하고 일정 수준에 다다른 오른 자들이 얻을 수 있는 통찰을 아낌없이 전수해줍니다. 아무리 평생학습의 시대라지만 요즘은 인생 2모작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일상이 공부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도달해야할 목표는 늘어납니다. 인터넷 강좌 프로그램 <클래스 101> 에서 지난 해 가장 인기있었던 강좌가 뭔지 봤어요. 인터넷 스마트 스토어 운영하는 방법, AI 자동 투자봇을 만들어 주식 투자하는 법, 미국 주식 투자하는 법 등이 뜹니다.주로 재테크나 부업에 관련된 내용이에요. 그 밖에도 분야는 다양해요. 그림을 그리는 수업도 많습니다. 수채화, 세밀화, 색연필화 등 세분화돼있어요. 외국어, 글쓰기, 홈트, 요리 등도 마찬가지에요. <패스트 캠퍼스>도 직장인 대상 인터넷 강좌를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좀 더 전문적인 수업내용이 많은 것 같아요. 빅데이터 분석이나 재무제표 읽는 법 등입니다. 이 업체들의 수업목록을 찬찬히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무언가, 해야 할 무언가를 두세 개 쯤은 금세 찾게 돼요. 최근의 배움은 수직적 도제식이 아니라 수평적 토론식
아니면 트레바리처럼 책을 매개로한 토론 모임도 활발합니다. 저자가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요. 특정 주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과 치열하게 때로는 담백하게 의견을 나누기도 하죠. 제 페이스북엔 또 각종 스타트업이나 법률 회사 등에서 중간 관리자급의 분들이 직업적 노하우를 알려주는 소규모 수업들도 소개되곤 합니다. 이 분들은 권위있는 강연자라기보다는 사회생활 하면서 적절한 조언을 듣고싶을 법한 유능하고 멋진 동종업계 선배들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언젠가 비슷한 분야에서 만나게 될 예비 동료들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업무를 배운다는 건 상사가 일하던 방식대로 따라하며 익히는 수직적인 방식이었죠, 지금은 각 분야의 고수와 전문가에게 온라인으로 배우고요. 주변 동료들과 수평적으로 토론하며 깨우칩니다.꿀팁, 조언 너무 많아‥ ‘구몬학습지’ 처럼 제 때 소화 벅차
문제는 이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내용들이나 꿀팁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와 인사이트들. 이거 다 공부하면 시험을 잘 볼 거 같기는 한데, 분량이 많아서 공부하기가 벅차요. 한달 전 한 신문의 주말판엔 뉴스클리핑 서비스 운영자가 직접 자신의 구독 생활을 기사로 써 큰 공감을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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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함을 열면 각종 언론사나 출판사 레터들이 주루룩 뜨고 자신을 읽어달라고 아우성 친다고 해요. 다 읽다 보니 피곤하고 지치고, 조금만 미뤄두면 어느덧 안읽은 레터들이 백 개를 넘어가고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고 합니다. 어릴 적 구몬 학습지를 엄마가 시켜서 할 때의 스트레스와 견주었어요. 매일매일 풀어야하고 그래서 하루하루 늘어가는 빈 학습지들. 일주일 한번 선생님이 올 때마다 한 장씩 찢어 숨기지 않은 곳이 없었다는 이 분의 경험담. 저도 그랬어요. 과거의 밀린 학습지도, 지금의 꽉 찬 메일함도 대부분 사람들 비슷할 겁니다.일상이 학습‥ 직장인된 우리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나
그렇다고 시험을 망칠 수는 없고, 사실 시험을 언제 보는지도 모르겠어요. 일상의 업무가 시험인 것 같기도 하고, 퇴근 뒤나 주말에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시험인지도 몰라요. 지금 다니는 회사에 당차게 사표를 내고 내 꿈을 찾아가기 위해서 공부를 더 하는 걸 수도 있겠죠. N잡러의 삶을 사는 분들에게는 요구되는 시험 분야도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나 재테크를 위해 지식 콘텐츠를 소비하는 분들은 장이 열리는 매순간이 시험이겠죠. 미국주식이라면 한밤중과 새벽이겠네요. 학생의 삶을 마치고 직장인이 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공부할까요? 과거 도제식으로 한 장소에서 특정인에게 십수년 배워야하는 공부는 이제 평생직장이 무너지면서 적합한 학습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밑천 삼아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직하지요. 이력서를 갱신하고 스스로를 더욱 개발하기 위해 우리는 학습 어플을 겹니다.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인 배움이기에 다양한 방향과 방식으로 추구되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더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게 해줍니다. 선생님을 찾는 것도 학생을 맞이하는 것도 쌍방향으로 일어납니다.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자신은 언젠가 본업을 찾을 것이고 다른 이들을 위해 가르침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강연자의 유튜브를 듣고 있나요? 학습이나 북 어플은 몇 개가 깔려있나요? 레터는 밀리지 않고 차근차근 읽고 있나요? 당신의 삶이 트렌드입니다.
사회
노경진
[니가트렌드] 공부 구독? 학습의 일상화 시대
[니가트렌드] 공부 구독? 학습의 일상화 시대
입력 2021-01-07 11:21 |
수정 2021-01-0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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