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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쿠팡은 속도에 환장한 회사입니다"

[탐정M] "쿠팡은 속도에 환장한 회사입니다"
입력 2021-01-15 16:06 | 수정 2021-01-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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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쿠팡은 속도에 환장한 회사입니다"

    자료사진

    "쿠팡은 속도에 환장한 회사입니다"

    보도 직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댓글창에는 비인간적 노동환경을 꾹 참아온, 쿠팡 일용직·계약직 노동자들의 고발이 잇따랐습니다.

    "사람들을 기계로 밖에 안 봅니다. 화장실조차 저 멀리 있고…"

    "8시간 근무인데 밥 시간 1시간 외 쉬는 시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일합니다. 코로나로 주문량 많아져서 연장 종종 발생하고. (…) 근무 6시간 쉬지도 않고 일하는 거죠."

    "식사시간도, 밥 먹으러 올라가면 20분 소요됩니다. 식당은 꼭대기 층인데 코로나로 엘리베이터는 5명 이상 못 타서 계단 이용하려면 한 층이 2층 정도의 높이라 다리 뿌러져요. 그렇게 치면 앉아있는 시간은 20분이 다예요. 양치할 시간도 없이 부랴부랴 일터 내려가면 다시 노동시작."

    (관련기사: "속도 올려주세요"…쿠팡에서 노동자들이 쓰러진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58249_34936.html)



    "휴식 시간도, 앉을 곳도 없어요"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건 식사 시간 1시간을 빼고는 쉬는 시간이 없다는 점.

    일터엔 앉을 곳도 없어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할 수 밖에 없고, 잠시라도 쪼그려 앉아 쉬면 관리자들의 불호령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9시간을 내내 서 있으면 발에 통증이 어마무시하다. 동탄(물류센터에서) 엄청 소리지르고 앉지도 못하게 속도 내라고 꽉꽉 쪼는 관리직 직원들 있는데 회사에서는 엄청 인정 받는듯 하다."

    "인천 쿠팡물류센터에서 알바한 적이 있는데 (…) 너무 힘들어서 쉴려고 잠깐 앉았는데 젊은 놈이 xx 뭐라하더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쿠팡의 진면모를 알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작업속도를 극대화하는 일명 '실시간 UPH 관리시스템'이야 말로 쿠팡만의 비법이기 때문입니다.


    "속도에 환장한 회사"…'실시간 UPH 관리'

    UPH(Units Per hour)란 1시간에 몇 개의 물건을 처리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쿠팡에선 개별 노동자의 UPH가 실시간으로 기록됩니다.

    노동자들은 상품을 옮길 때마다 개인별로 지급된 단말기를 통해 상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찍는데, 그때마다 수치가 집계돼 중앙시스템에 전산화되는 겁니다.
    [탐정M] "쿠팡은 속도에 환장한 회사입니다"
    이에 따라 중앙 관리자들은 누가 빨리 일하고 늦게 일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속도가 떨어지는 노동자를 전체 방송을 통해 독촉합니다.
    [탐정M] "쿠팡은 속도에 환장한 회사입니다"
    "XXXX번 사원님 속도 올려주세요" 라는 식으로 특정인을 지적하기도 하고, 위 사진처럼 한 층에 있는 노동자 전체를 상대로 방송이 나오기도 하는 겁니다.

    게다가 이 UPH 수치는 노동자들을 '채찍질'하는데에만 활용되진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천물류센터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한 '쿠방발 코로나19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UPH수치는 인센티브나 승진, 그리고 재계약의 근거 자료로도 활용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UPH가 높으면 계약직으로의 전환이 유리해지고, UPH가 낮아 여러차례 경고를 받으면 아예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실제 취재진이 만난 많은 노동자도 "작업 속도가 느려지면 관리자에게 불려가 '사실관계확인서'라는 걸 쓰게 되고, 그게 누적 되면 결국 다시 일할 수 없게 된다"고 증언했습니다.

    꼼꼼한 감시와, 이를 근거로 한 상벌체계가 마련된 겁니다.

    결국 이렇게 실시간으로 작업 속도를 감시하고, 끊임없이 경쟁시키는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어느새 '스스로 쉴 새 없이' 일하게 됩니다.
    [탐정M] "쿠팡은 속도에 환장한 회사입니다"
    점점 기준 속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쿠팡이 제시하는 기준 속도가 점점 더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탐정M] "쿠팡은 속도에 환장한 회사입니다"
    '쿠팡 비대위' 소속 전주희 연구원은 "지난해 9월 7일, 부천물류센터 소속 노동자들에게 발송된 문자를 보면 16명 중에 목표 UPH 280을 달성한 사람이 3명에 불과했다"며 "목표치 자체가 이미 높은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전 연구원은 "그런데도 쿠팡 측에서는 노동자들을 독촉해 이를 달성하게 하고, 그렇게 달성하면 기준 지수를 다시 올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천물류센터의 한 노동자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원래는 1분에 2개씩 처리하라고 했는데 2021년부터 1분 당 3개로 늘었다"며 "뛰어다니면서 일할 수 밖에 없어 다칠까봐 두렵다"고 밝혔습니다.
    [탐정M] "쿠팡은 속도에 환장한 회사입니다"
    법정 안전 교육을 아무리 실시하더라도, 이렇게 속도를 높이면 사고를 예방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1분에 3개로 기준을 높인 부천물류센터는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시급을 130원 올렸습니다.


    "참고 일하는 수 밖에"

    그렇다면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이런 비인간적 노동을 왜 계속 참고 일하는 걸까요?

    바로 불안정한 노동조건 때문입니다.

    비대위에 따르면 부천 물류센터의 경우 97%가 일용직·계약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쿠팡을 포함한 온라인 유통업체 3개 회사의 물류센터 종사자 4390명을 상대로 모바일 설문조사 한 결과를 봐도 일용직과 계약직이 각각 21%, 67%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물류센터 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비정규직이다 보니, 다같이 나서서 사측에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겁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다른 단기 '알바'자리가 급감하면서, 생계 위협에 내몰린 사람들은 쿠팡 물류센터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탐정M] "쿠팡은 속도에 환장한 회사입니다"
    8달 새 3명이 죽었다.

    쿠팡물류센터에서는 지금도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새벽, 화성 동탄물류센터에서 밤샘 근무를 마치고 나온 51살 여성 최 모씨가 회사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영하 10도의 강추위 속, 난방도 안되고 차량 출입구가 뻥 뚫린 물류센터 안에서 두꺼운 외투와 핫팩 1개에만 의지한 채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 반까지 일을 마치고 난 뒤였습니다.

    지난해 5월엔 인천물류센터에서도 40대 계약직 노동자가 역시 새벽에 화장실에서 숨졌고, 10월엔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밤샘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 자택에서 숨졌습니다.

    세 명 모두 새벽 근무 후 '돌연' 숨졌고,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추정됩니다.

    최 씨의 유족들은 "최 씨의 사망은 바로 휴식 없는 고강도 밤샘 노동 때문"이라며 대표의 사과와 함께 "다른 사망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승승장구' 쿠팡

    하지만 쿠팡이 당장 이런 UPH 관리 시스템을 바꾸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도한 노동 강도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거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생산성 확인지표는 개인 업무량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노동자들은 원하는 대로 근무 일자와 업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을 뿐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물류센터가 28개에, 일용직 노동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공룡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노동환경은 80년대 수준으로 퇴행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2018년 4조 4천억원의 매출액이 급성장해 지난해엔 1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나스닥에 상장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쿠팡.

    그 이면에는 일용직·계약직 노동자들의 피·땀·눈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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