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가 개발한 차세대 중형위성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습니다. 그리고 같은 로켓으로 일본의 우주 청소부 위성도 날아올랐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일본의 우주 청소부 위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위성이 특이한 점은 우선 정부나 국제기구가 아니라 민간회사가 올렸다는 겁니다. 일본의 우주 벤처기업 아스트로스케일 사가 제작한 엘사-d 라는 위성인데요. 이렇게 민간회사가 우주 청소부 위성을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2018년에는 민간 회사가 아니라 유럽연합 7개국이 우주 청소부 위성을 발사했습니다.
얼마 전 우주 청소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승리호가 개봉됐는데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걸까요?
▶ 관련 영상 보기 [엠빅뉴스-엠빅네이처] 처음으로 민간 기업이 우주쓰레기 청소위성을 발사했다. 영화 승리호 현실로?
민간회사가 우주 쓰레기 청소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우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 이유는 우주 발사체와 인공위성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 승리호의 자문을 맡았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해동 박사팀에 얼마나 많은 위성이 지금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김해동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1년 3월 23일 현재까지 올라간 인공위성의 총 개수가 10,502개가 되고요. 그중 현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의 개수는 6,897개. 그 중 실제 살아있는 위성은 약 2,000개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6천여 대의 위성 중 2천여 대만 작동한다니까 작동하지 않는 4천여 대의 위성은 쓰레기란 소리군요.
놀라운 건 지난 60년 동안 전 세계가 발사한 위성을 다 합쳐 만 대가 조금 넘는 수준인데 지금은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혼자 발사할 위성만 해도 4만 대나 된다는 겁니다. 크기가 상자만 한 작은 위성 그리고 수십 대씩 무리를 지어 비행하는 군집 위성의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해동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과거에는 1년에 평균 한 100개 정도의 인공위성이 올라갔다고 하면 앞으로 10년간은 매년 990개 정도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향후 10년 이내에 약 5만5천 개의 인공위성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주공간이 위성들로 발 디딜 틈이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위성이 급증할수록 수명을 다한 위성이 늘 테고 위성을 발사하는 데 사용된 우주 발사체 부품들도 따라서 늘 수밖에 없겠죠. 이런 게 다 쓰레기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우주 쓰레기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요?
김해동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름이 10㎝ 이상인 것들이 약 3만4천 개 정도가 되고요 1㎝ 이상인 것들이 91만 개, 굉장히 작은 1㎜ 이상인 것이 1억3천만 개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우주 쓰레기가 무서운 건 우주공간을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기 때문입니다. 충돌할 때 속도는 음속의 100배가 넘기도 합니다. 총알보다 수십 배나 빠른 건데요.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 쓰레기의 파괴력을 정말 실감 나게 보여줬죠. 큰 쓰레기는 물론이고 아주 작은 것들의 위력도 살인적입니다.
김해동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딪히는 속도가 초속 10㎞라고 가정했을 때 지름 1㎝ 크기의 알루미늄 구슬이 우리 인공위성에 부딪힐 경우 그 충격량은 1.5톤 승용차가 시속 50㎞로 부딪히는 충격량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작은 수류탄이 터진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금은 인공위성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조만간 인간이 달에 가고 화성도 가야 할 텐데 도중에 우주 쓰레기에 부딪히면 생명이 위험합니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는 정말 무서우니까요.
그럼 이제 일본의 우주 청소부 위성이 어떻게 쓰레기를 치우는지 한 번 볼까요? 엘사 위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큰 것이 청소부 위성, 작은 것은 우주쓰레기 역할을 하는 위성인데요. 쓰레기 위성을 우주에 버린 뒤 청소부 위성이 그것을 치우는 실험을 할 예정입니다.
김해동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자석을 이용해 작은 위성에 큰 위성이 가까이 갔을 때 '딸깍'하고 붙는 그런 연습을 하게 됩니다. 같이 몸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대기권으로 진입을 해서 온도가 약 삼천도 이상까지 올라갈 수가 있는데요. 같이 불타 없어지는 원리를 이용하는 거죠.
유럽연합 7개국이 얼마 전 발사한 우주 청소부 위성도 같이 보겠습니다. 2018년 발사된 이 위성은 지금도 활동 중인데, 이 위성은 세 가지 방법으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실험은 그물을 펼쳐 쓰레기를 수거하는 실험입니다. 마치 그물로 물고기를 잡듯이 말이죠. 두 번째는 작살을 이용한 쓰레기 사냥입니다. 우주 쓰레기를 가정한 표적을 향해 작살을 발사하는 건데요. 영화 승리호에 나오는 선원들이 쓰레기를 치울 때 사용하는 바로 그 방법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실험은 돛을 달아 추락시키는 기술입니다. 공기가 없는 우주에 돛을 사용한다니 좀 이상하죠? 사실 지구 궤도의 우주에는 아주 희박하긴 하지만 공기가 전혀 없는 게 아닙니다. 돛을 달면 이 희박한 공기의 저항으로도 마찰력이 생기고 결국 속도가 떨어져 추락합니다.
김해동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물을 던지고 작살을 맞추는 실험은 성공했고요. 조금 기간이 지난 다음에 돛을 펼쳐서 자연적으로 대기권에 내려와서 소각하는 실험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일본의 또 다른 우주 벤처기업은 레이저 위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작은 쓰레기 조각은 강력한 레이저로 증발시키면 되지만 큰 위성은 그렇게 안 되죠. 그럴 때는 약한 레이저를 계속해서 비춰 주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도를 낮춰 떨어뜨겠다는 거죠.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우주 쓰레기기 1억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다 제거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위험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커다란 우주 쓰레기를 방치할 경우 서로 충돌해 더 많은 파편이 생기게 되는데 그걸 막는 게 목표죠.
김해동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중요한 우주 쓰레기를 1년에 다섯 개 이상 직접적으로 붙잡아서 제거해 나가야 우주 쓰레기가 서로 자연적으로 부딪혀 증가하는 그 증가세를 멈출 수가 있습니다.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술은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우주 쓰레기를 끌어안고 자폭하는 기술이나 레이저로 태워 없애고 격추하는 기술은 뒤집어 보면 우주무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쓰레기 대신 타국의 인공위성에 이 기술을 쓰면 위성을 무력화하는 킬러위성이 되는 거니까요.
인터넷 등 정보 통신기술과 위치 기반 기술, 중요한 상거래와 정밀유도무기는 인공위성에 의존하고 있죠. 만약 인공위성이 무력화된다면 어떤 국가든 군사적, 경제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도 청소부 위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무게가 20~30kg의 소형 위성인데요. 청소부 역할을 하는 부분과 모의 쓰레기 부분, 이렇게 두 부분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총알보다 수십 배나 빠른 물체를 우주공간에서 붙잡는 건 정말 어려운 기술입니다.
김해동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향후 약 1~2년 안에 우주로 발사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고요. 그 기술이 우주에서 실제로 성공한다면 우주 쓰레기 청소 위성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우주 쓰레기 청소 기술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우주 쓰레기와 같은 위협으로부터 핵심적인 우주 자산을 지킬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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