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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야구단도 좋지만 사과부터"

[뉴스인사이트] "야구단도 좋지만 사과부터"
입력 2021-03-31 12:50 | 수정 2021-03-3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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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인사이트]  "야구단도 좋지만 사과부터"

    [사진 제공:연합뉴스]

    # 화려한 창단식

    어제(30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신세계그룹 소속 프로야구단 SSG의 창단식이 열렸습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 "인천 야구 팬과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올린다"며 "신세계는 여러분의 도전에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약속했습니다.

    앞서 정 부회장은 한 소셜미디어에 등장해 구체적인 야구단 운영 계획을 밝히고 비공개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올리는 등 야구단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도 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야구단도 좋지만 사과부터"

    [사진 제공:연합뉴스]

    참석자들은 '신세계 OUT'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습니다.

    이들은 "이마트가 야구단을 창설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기업활동을 하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제품을 소비하다 죽고 다친 소비자들을 외면한 신세계 이마트는 지탄받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야구단도 좋지만 사과부터"
    # 그가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

    지난 2019년 8월 열린 가습기살균제 관련 청문회.

    이 자리에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자인 박영숙 씨와 그의 남편 김태종 씨가 있었습니다.

    김태종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한테 이 '이플러스'라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서 자그마치 2007년 10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사용을 했습니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이 사람은 지금 인공호흡기와 밑에 있는 산소통과 또 여기를 통해서 석션(흡입)을 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남편과 함께 나온 박 씨는 숨을 쉬는 게 힘들어 중간에 먼저 자리를 떠야했습니다.

    그후 1년.

    박영숙 씨는 남편과 아들 둘을 남겨둔 채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이 다시 거리로 나선 이유입니다.

    # 사과 없는 신세계

    박영숙 씨가 쓴 이플러스라는 제품은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입니다.
    [뉴스인사이트]  "야구단도 좋지만 사과부터"
    기자회견을 주최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측은 "신세계 이마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35만4000여개의 자체 브랜드(PB)인 이마트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를 팔았다"면서 "SK가 제조했고 애경으로부터 공급받은 제품"이라 밝혔습니다.

    하지만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습니다.

    이들이 야구단 창단보다 사과가 먼저라며 '이마트를 살인기업'이라고 부른 이유입니다.

    # 청문회 땐 이랬다

    그나마 다른 두 기업, 그러니까 SK케미칼과 애경은 기업의 대표가 사과를 한 적이 있긴 합니다.

    김 씨가 부인 박 씨와 함께 나온 청문회 자리에서였습니다.

    당시 발언은 이랬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야구단도 좋지만 사과부터"
    [최창원/SK디스커버리(SK케미칼 지주사) 부회장]
    "법적인 판단이 나오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희가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측면에서 여러분의 지원을 말씀드리고요.

    [채동석/애경산업 부회장]
    "중간에 멈추었다는 보상권 문제도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 분들과 소통해서 조금이라도 마음을 풀수 있는 그런 애경이 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달라진 건 없다

    그렇다면 그룹의 최고위 경영진의 약속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이들은 여전히 피해자와의 대화와 보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의 본사를 둔 외국기업인 옥시의 경우 정부가 부과한 강제분담금 외에 약 3천 억 원 가량을 들여 피해자들과 배보상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야구단도 좋지만 사과부터"
    반면 국내 기업들은 강제분담금 외에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가 무척 드뭅니다.

    물론 PHMG 성분으로 만든 옥시 제품의 경우 유해성이 인정됐고 CMIT/MIT 성분으로 만든 이들 회사의 제품의 경우 1심 판결에서 죄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하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국내외 기업의 자세에 큰 차이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해 기업의 책임을 엄중히 묻는 징벌적손해배상제가 강해 이에 대한 대처 또한 적극적인 외국기업과 달리 국내의 기업들은 소극적이라는 거죠.

    다시 김태종 씨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그 사람들은 당시 청문회 행사장 안에서만, 언론들을 카메라가 수십대 있으니까 그 자리에서만 사과를 한 거지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피해자들을 양산해놓고 이미지만 좋게 만든다고 그러면 그게 진정 대기업이 해야 될 짓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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