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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日, '오염수 삼중수소 논란'에 웃는다?

[알고보니] 日, '오염수 삼중수소 논란'에 웃는다?
입력 2021-04-15 16:02 | 수정 2021-07-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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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日, '오염수 삼중수소 논란'에 웃는다?
    이틀 전(13일)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일본 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본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우리나라와 중국에선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오염수에 있을 방사능 물질이 해류를 타고, 우리 해역에 들어오면? 방사능을 흡수한 수산물을 먹고 우리 몸 안에 쌓인다면? 이 같은 상식적인 염려와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반박에 대해 일본은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일본의 부총리가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는 도발적인 언사로 주변국의 불안과 불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소 다로 부총리가 '마셔도 된다'라고 발언하면서 곧바로 이어서 제기한 근거는 '삼중수소'이다. 일본이 방류할 오염수의 삼중수소의 양이 "중국이나 한국(원전)이 바다에 방출하고 있는 것 이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삼중수소는 원전 냉각수에 들어 있는 방사성 물질로, 몸 안에서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으로 국내 많은 언론이 '팩트체크'에 나섰고, 결국 우리 원전에서 해양방출량이 일본보다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삼중수소 연간 해양 방출량은 212테라베크렐이다. 반면 2018년 기준 일본의 삼중수소 해양 방출량은 110테라베크렐이다. 우리의 약 절반 수준이다. 2년 뒤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도 약 860테라베크렐을 30년에 걸쳐 나눠서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연간 배출량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日, '오염수 삼중수소 논란'에 웃는다?

    [주요국 원전 삼중수소 배출량(출처: 원자력안전위원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되는 원전은 24기, 반면 일본은 9기만 가동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주민들이 반대하는 불안전한 원전에 대한 가동을 중단 시킨 탓이다. 후쿠시마 사고 전년도인 2010년에는 일본에서 50여기의 원자로에서 370테라베크렐의 삼중수소를 방류했다. 어쨌든 아소 다로 부총리가 말한 것처럼 ‘현재로선’ 우리나라가 더 많은 삼중수소를 바다로 내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삼중수소만이 문제일까. 아니다. 오염수에는 수십 가지의 방사성 물질이 농축돼 있다. 일본이 앞서 다핵종제거기술(ALPS)을 통해 걸러내고 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방사성물질은 62종이나 된다. 방사성핵종(물질)을 최대한 걸러내서 그 함량을 규제 기준을 맞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반면 삼중수소는 이 ALPS장치로 걸러낼 수 없기 때문에 물을 섞어서 희석시키겠다는 방안이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목표치로 제시됐다. 스가 일본 총리는 "삼중수소의 경우 농도를 WHO 기준의 7분의 1 수준으로 희석해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 뒤 국내에서 리터당 1,500베크렐이 위험한지 아닌지, 삼중수소의 총량이 절대적으로 혹은 상대적으로 많은지, 삼중수소가 인체에 해로운지 아닌지 등 '삼중수소'와 관련된 분석과 기사가 줄을 이었다.
    [알고보니] 日, '오염수 삼중수소 논란'에 웃는다?

    [일본 후쿠시마 홍보 영상 사진]

    삼중수소를 귀여운 캐릭터로 묘사한 일본 부흥청의 '후쿠시마 오염수 홍보 영상'도 삼중수소에 더 많은 관심을 촉발시켰다.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다소 일방적인 주장을 펼쳐, 과학적 근거를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삼중수소를 둘러싼 시끄러운 논쟁이 오염수 방류의 쟁점이 삼중수소인 것처럼 호도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주한 일본 대사관 홈페이지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질의응답>을 게시했는데, 여기에서도 '삼중수소(트리튬)'가 과학적으로 정해진 배출기준을 준수해 해수로 방출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알고보니] 日, '오염수 삼중수소 논란'에 웃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관련 질의응답(출처:주한일본대사관)]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정상적인 원전과 '핵연료봉까지 녹아버린' 사고 원전의 방류수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그 안전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삼중수소' 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비판한다. 지난 13일 <뉴스데스크> 에서 보도한 대로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ALPS를 통해 8년 동안 정화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오염수 내에 스트론튬은 기준치의 1만 4천 배가 넘고, 세슘은 9배, 요오드는 6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온다. 8년 동안 정화한 결과가 저 정도인데, 방류 시까지 남은 2년 동안 어떻게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줄인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또 지난해 도쿄전력의 보고서에 따르면 ALPS의 정화대상 62개 물질에 빠져 있는 탄소14 (C-14)가 오염수에서 상당량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C-14는 원전 사고로 인해 핵연료봉이 노출되면서 다량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처럼 예기치 못한 변수라는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다.
    [알고보니] 日, '오염수 삼중수소 논란'에 웃는다?

    [후쿠시마 오염수]

    결국 '삼중수소'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일본의 입장에선 어찌 보면 원하는 방향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주변국도 삼중수소를 방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고, 바닷물에 희석된 삼중수소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도 말 그대로 아직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 없다. 일본 입장에선 반박 논리가 있는 것이다. 반면 2년 뒤면 정화될 것이라는 다른 방사성 물질은 아직 그 데이터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라고 주장을 하려면, 그 근거는 "오염수에 방사성 물질이 없다"여야 하지, "삼중수소가 적기 때문"이 될 수는 없다. 그러한 논리적 비약이 그저 정제되지 않은 당국자의 돌출발언으로 치부하고 끝낼 일일지, 의심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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