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동 주민센터.
제보자 A씨는 그제 민원실을 찾았다가 휠체어를 탄 남성 장애인이 화장실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A씨를 주민센터 직원이라고 생각한 장애인은 "화장실을 쓸 수가 없다, 도와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에는 각종 기물이 가득했고,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청소기와 대걸레, 플라스틱 통에 수레로 가득한 장애인 화장실에는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없었습니다.
변기 위에는 플라스틱 통이 올려져 있어 뚜껑을 열 수도 없었습니다.
[창고가 된 주민센터 장애인화장실]
주민센터 2층 장애인 화장실은 상태가 더 심각했습니다.
청소 도구 등 집기가 가득했고, 세면대에는 걸레를 빤 듯 더러운 물이 가득했습니다. 주민센터에 찾아가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해봤습니다.
주민센터 측은 "청소 도구를 따로 보관해야 하는데 청소하는 분들이 귀찮았는지 청소도구를 갖다 놓은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편의상 물건을 둔 것"이라면서, 그제야 직원들을 불러 물품들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내친김에 주변의 다른 주민센터 3곳도 찾아가 봤습니다.
전농2동 주민센터는 장애인 화장실이 하나뿐이었는데 성별이 구분돼 있지 않았습니다.
주민센터 측은 "장애인 화장실 이용자가 적고, 15년 이상 된 건물이라 성별을 분리할 생각을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휘경2동 주민센터와 이문1동 주민센터의 경우엔 제대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2년 전에도 그랬는데..바뀐 것 없어]
취재가 시작되자 동대문구는 주민센터 장애인 화장실 긴급 점검을 시작했습니다.
구청 자치행정과 직원들을 동원해 관내 14개 동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동대문구는 "주민센터의 휠체어 경사로 등 시설점검을 수시로 한다"면서도 "화장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각 동 주민센터에 공문을 보내 장애인화장실에 물건을 보관하지 못하게 하는 등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MBC는 2년 전에도 주민센터의 장애인 시설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당시에도 문제가 제기되자 주민센터 측은 바로 시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뿐,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사회
정혜인
[탐정M] 주민센터 장애인 화장실은 창고? "장애인은 화장실도 못 가나요"
[탐정M] 주민센터 장애인 화장실은 창고? "장애인은 화장실도 못 가나요"
입력 2021-04-21 14:44 |
수정 2021-04-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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