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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전준홍

[알고보니] "정치 테마주는 OO이다"

[알고보니] "정치 테마주는 OO이다"
입력 2021-05-12 11:26 | 수정 2021-07-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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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정치 테마주는 OO이다"

    MBC뉴스데스크, 정치 테마주 관련 방송 화면

    OO에 들어갈 말, <알고보니>팀은 '생물'을 꼽겠습니다. 원래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의 가변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살아 움직이는 생물에 빗댄 말입니다. 정치인의 출마나 지지율에 따라 주가가 등락하는 ‘정치 테마주’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 이슈보다 훨씬 변동성이 심합니다. 대선이 채 1년도 안 남은 지금,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밀려들고 있는 요즘 그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를 검증하고 감시할 언론들은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정치 테마주 ‘잠정’ 152개.. 태어나고 사라지고

    정치 테마주의 개수는 얼마나 될까. 검색엔진에 ‘정치 테마주’라고 치면 수많은 관련 기사와 게시글, 동영상이 나옵니다. 시점과 정보의 신뢰도(?)도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알고보니>팀은 기준을 정했습니다. 블로그나 유튜브가 아니라 1) ‘언론’에 보도가 된 종목, 2) 보도 시점은 지난해부터 5월 6일까지로 한정했습니다. 기준을 충족시킨 테마주는 총 152개였습니다. 이 숫자는 ‘생물’처럼 지금도 태어나고 진화하고 있습니다

    각 테마주는 유력 정치인과 연결됩니다. 차기 대선 후보로 언급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낙연 전 민주당대표가 각각 37개, 36개, 19개 순으로 많았습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 테마주도 4개나 됐습니다. 연결된 정치인의 지지율이 올라가거나 주목도가 올라가면 테마주 숫자가 늘어납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경쟁자의 테마주 숫자는 줄어듭니다.

    학연, 지연, 혈연... ‘뭐든’ 하나는 걸린다

    유력 정치인과 테마주의 연결고리는 단순합니다. 학연, 지연, 혈연 등 정치인과 기업 경영진과의 ‘인맥’입니다. 152개를 다 따져봤습니다. 정치인과 경영진이 ‘고등학교·대학교 동문’이라는 테마주가 67개, ‘검찰 등 같은 직장이나 조직 출신’ 이라는 게 25개, ‘성씨’나 ‘고향’등 혈연·지연을 내세운 게 각각 14개와 11개였습니다.
    [알고보니] "정치 테마주는 OO이다"

    MBC뉴스데스크, 152개 정치테마주 유형

    그렇다면 미국 정치인인 바이든의 정치 테마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바로 학연입니다. 한 국내 자동차 내장재 업체의 경우, 대표가 바이든과 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됩니다. 한국인 대표이사는 1972년생. 바이든은 이보다 11년 앞선 1961년에 입학했습니다, 30년의 시차를 건너 뛴 동문의 힘(?)에 해당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을 전후해 출렁였습니다.
    지난 3월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나 대선후보로 부각이 되자 테마주 시장은 들썩였습니다. 한 교육업체는 경영진도 아닌 ‘최대주주’가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 파도에 합류했습니다.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거래정지가 됐고,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파평 윤씨는 전체 윤씨 성 가운데 80%를 차지합니다. 때 아닌 ‘윤씨 회장님’ 찾기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입니다.
    [알고보니] "정치 테마주는 OO이다"

    정치인 테마주 토론방

    판교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첨단 기술이 아닌 정치인과의 인맥으로 주가가 출렁입니다. 한 네트워크 업체는 그저 성남시에 회사가 있다는 이유로 성남 시장 출신인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 도지사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있는 중견 건설업체는 일찌감치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돼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해당 기업들은 이 지사와 아무런 연고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낙연 테마주도 됐다가 윤석열 테마주도 됐다가

    정치 테마주는 선거 때마다 기승을 부립니다. 시스템보다는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인맥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일 거라는 의심, ‘정경유착’이라는 관습과 그 기억으로부터 경제주체들이 아직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단적인 이윤추구 욕망까지 더해져 정치 테마주는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업은 그대로인데 연관되는 정치인이 수시로 바뀌는 테마주들이 그 방증입니다. A정치인이 뜨면 A테마주였다가, B정치인이 뜨면 B테마주로 돌변하는 주식들입니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그러합니다. 이낙연 대망론이 있던 지난해까지 해당 기업은 이낙연 테마주로 통했습니다. 회사 대표가 이 전 대표와 동향이고 동문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윤석열 테마주로 돌변합니다. 사외이사가 윤 전 총장과 같은 검사 출신에 대학도 같다는 이유입니다.
    한 농업용 비료 업체는 대학 동문임을 들어, 올해 초 오세훈 관련주였다가 정세균 관련주로 옮겨 갑니다. 그러다 이달 들어 해당 기업이 충청권에 있다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로 ‘갈아탑니다.’ 윤 전 총장의 부친 고향이 충남 논산이라는게 이유입니다. 해당 기업의 주가는 이달초 이틀 만에 50% 넘게 치솟았습니다.
    [알고보니] "정치 테마주는 OO이다"
    [알고보니] "정치 테마주는 OO이다"
    [알고보니] "정치 테마주는 OO이다"

    MBC뉴스데스크 화면, 정치인 갈아타는 테마주(오세훈→정세균→윤석열)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대립 당시 미국 로스쿨 학맥을 들어 조국 테마주로 불렸던 한 기계제작업체는 조국 전 장관의 퇴임 이후 슬그머니 윤석열 테마주로 갈아 탑니다. 경영진이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입니다. 널리 알려졌듯이 조국 전 장관도 서울대 법대 출신입니다.

    ‘경마중계식’ 보도.. 테마주 부추기는 언론?

    최근 오픈채팅방을 비롯한 SNS,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주식 관련된 정보가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늘수록 이럴수록 언론이 나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언론이 오히려 테마주 기사를 양산해내고 있습니다. ‘이 주의 주목할 주’로 정치 테마주를 언급하고, 회사 주식을 설명할 때 ‘000 관련주’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서 “정치 테마주로 편입돼 오후 1시 현재 몇 %가 올랐다”라는 시황 중계를 해줍니다. 개인 유튜브 방송이 아닌 주요 경제 매체도 “주식의 상승세를 알기 위해선 대선 여론조사를 살펴봐야 한다”라고 팁을 알려줍니다. 정치 테마주 항목을 따로 뽑아서 보도하기도 합니다.
    [알고보니] "정치 테마주는 OO이다"

    이재명 지사 무죄판결 직후 나온 테마주 관련 기사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 도지사가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조사해보니 그 뒤로 일주일 간 이재명 관련주, 테마주 기사가 200건 넘게 쏟아졌습니다. 같은 해 11월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 여론 조사 1위를 했을 때도 일주일 동안 200여 건의 테마주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테마주를 경고하는 기사도 물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휘파람’, ‘들썩’, ‘기대’ 등 주가 상승을 부추기거나 그 흐름이 편승하는 기사였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바로 다음날, ‘건설주’가 들썩인다는 기사가 40여 건 나왔습니다. 물론 정치인의 공약에서 비롯된 정책주는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막연한 인과관계를 추측해서 보도했다면 주식시장을 혼탁하게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 주식시장은 선진국과 달리 개인 투자자 비중이 월등히 높습니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 비중이(투자금 기준) 76%입니다. 역대 최고치입니다. 미국은 20% 수준입니다.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된 셈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정치 테마주가 정치인과 기업이 실제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치 테마주에 대한 언론이 사실 확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개인의 피해도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들은 지금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테마주 풍문을, “귀에 걸었으니 귀걸이이고 코에 걸었으니 코걸이다”라고 전하며 관심을 끄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글/구성 : 김도연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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