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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9,600조 주무르는 큰손 "내 투자기준은 OOO"

[뉴스인사이트] 9,600조 주무르는 큰손 "내 투자기준은 OOO"
입력 2021-05-18 12:57 | 수정 2021-05-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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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 열풍의 실체 - 스트레이트 132회


    ▶ https://www.youtube.com/embed/MtqKeojZW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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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이트는 지난 5월 16일 방송을 통해 국내에 불고 있는 ESG열풍에 대해 집중 조명했습니다.

    새로운 내용을 알게 돼 유익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로 내용이 조금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체 ESG가 대체 뭔지 조금 더 쉽게 풀어쓰는 <10문 10답>을 정리해봤습니다.


    [뉴스인사이트] 9,600조 주무르는 큰손 "내 투자기준은 OOO"
    1.ESG, 넌 대체 누구니?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이렇게 세 단어를 합쳐 만든 용어입니다.

    주로 기업을 평가하는데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친환경적인 사업을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도 투명한 기업을 찾는데 쓰이는 말입니다.

    이런 기업을 찾아 투자하기 위해서입니다.

    2. 착한 기업을 찾자는 건가?

    ESG경영을 잘하는 기업을 흔히 생각하는 착한 기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업의 도덕성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는 결코 아닙니다.

    기업의 옥석을 가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사용되는 말입니다.
    [뉴스인사이트] 9,600조 주무르는 큰손 "내 투자기준은 OOO"
    3. 그럼 누가 주로 쓰는 말인가?

    ESG란 단어와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미국 자산운영사 블랙록의 수장 래리 핑크입니다.

    블랙록은 지난해 말 기준 운영자산이 8조68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600조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큰손입니다.

    그래서 래리 핑크를 월스트리트의 제왕이라고도 부르죠. 그런 그가 투자의 기준은 ESG라며 수차례 ESG 예찬을 쏟아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블랙록처럼 대형 투자자들은 워낙 거액의 돈을 굴리기 때문에 수시로 종목을 바꿔 투자하기 보다는 가급적 오래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수료 같은 거래비용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오래 보유하려면 그 기업의 위험요소(리스크)가 적어야합니다.

    ESG는 위험요소가 적은 기업을 판단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셈입니다.
    [뉴스인사이트] 9,600조 주무르는 큰손 "내 투자기준은 OOO"
    4.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영향이 있는 건가?

    블랙록만해도 삼성전자나 네이버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상당수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유럽의 연기금들은 블랙록보다 더 ESG에 신경을 써 투자를 합니다.

    한국전력이 석탄화력발전을 계속 한다는 이유로, 그러니까 ESG의 E(환경)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투자금 800억 원을 회수한 네덜란드 연기금이 대표적입니다.
    [뉴스인사이트] 9,600조 주무르는 큰손 "내 투자기준은 OOO"
    5. 그래서 그런지 요새 대기업들이 ESG 홍보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맞습니다. 뉴스를 자주 보는 분들이라면 더욱 느끼실 것입니다.

    기업마다 급하게 ESG위원회를 꾸리고 내는 보도자료마다 ESG란 말을 붙이기도 합니다.

    ESG가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급부상하면서 너도나도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애쓰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쓰레기 줍기나 음식 나눔 봉사활동 같은 1회성 이벤트 행사를 ESG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된 ESG경영은 뭘까요? 한림국제대학원 조창원 교수의 말을 인용합니다.

    "우리 산업이 쓰레기 재활용이랑 관련이 없는 산업이에요. 그러면 쓰레기 줍는 게 그냥 퍼포먼스인 거죠. 근데 쓰레기를, 우리 산업을 통해서 쓰레기가 나왔어요. 근데 그거를 가지고 재활용하는 산업까지도 우리가 접근을 해요. 그러면 굉장히 필요한 ESG경영이 되게 되는 거죠."(조창훈 / 한림대국제대학원 교수)
    [뉴스인사이트] 9,600조 주무르는 큰손 "내 투자기준은 OOO"
    6. 요새 언론에서도 ESG 언급이 많다. 나아가 ESG 시상식을 열거나 포럼, 교육행사를 직접 여는 경우도 많은데 언론사가 직접 이런 행사를 개최해도 되는 건가?

    ESG 열풍이 불면서 언론들도 앞다퉈 수익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ESG 관련 사업을 하는 언론사가 23곳이나 될 정도입니다.

    문제는 언론사의 이런 사업들로 인해 기업들이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가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죠. 한 기업 임직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엄청 시달립니다. 공문만해도 엄청나게 와있어요 협찬 공문. 본인들이 원하는 액수만큼 안해 주고 아예 못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게 되면 마치 두고보자는 식의 반응도 있고요. 강탈이죠. 강탈."(기업 임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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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언론사 주최 사업에 기업들이 돈을 낸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대한민국ESG클럽>을 운영하는 한국경제신문의 경우 가입비를 2천만 원 받고 있습니다.

    회원사 100개 유치가 목표라고 하니 목표대로라면 이 사업으로 매출 20억 원을 벌 수 있는 셈입니다.

    대신 회원에 가입하면 일간지와 월간지에 홍보 기사를 지원합니다.

    또 자신들이 주최하는 또 다른 행사인 <대한민국ESG경영대상>의 심사평가료도 면제해줍니다.

    참고로 <대한민국ESG경영대상>은 심사평가료 2백만 원을 내야 응모할 수 있는 상입니다.

    매일경제신문 또한 <매경ESG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입비는 매출액 1조 미만 기업 1천만 원, 매출액 1조 이상 기업 2천만 원입니다.

    이에 대해 두 신문사는 비슷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기업 참여를 강요한 적이 없다, ESG클럽 참가여부는 전적으로 기업의 의사에 달려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증언한 기업 임직원의 말과는 배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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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언론사가 ESG평가도 하지 않나? ESG평가는 신뢰할만한가?

    언론사뿐 아니라 다양한 평가기관에서 ESG평가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600여개의 평가지수가 있다고 하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중에는 예전부터 차분히 평가를 준비해온 기관도 있지만 최근에 급하게 뛰어든 언론사들을 비롯해 ESG열풍에 편승한 곳이 적지 않아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평가기관을 떠나 ESG평가의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ESG평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이뤄집니다.

    기업이 불리한 자료를 제공할 의무는 없습니다.

    대표적인 게 산업재해입니다.

    산업재해는 ESG의 S(social)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이지만 제대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기업들이 공개를 하지 않으니까요. 평가기관들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에 난 기사를 모니터링해 평가를 합니다.

    하지만 언론에 기사화되는 산재 사건은 전체 사고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런 평가방식의 한계 또한 명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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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로 판단하면 대기업에게 유리한 것이 아닌가?

    맞습니다.

    홍보 역량이 강한 대기업이 확실히 유리하죠. 공교롭게도 대기업의 ESG 점수가 높은 경우가 많은데 그건 우연이 아니라 홍보 역량에 따른 차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중에 파는 ESG펀드 같은 금융상품의 투자종목이 알고보면 거의 대기업으로만 구성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취재해보니 ESG펀드라는 이름만 붙었을 뿐이지 대기업 위주의 우량주들만 모아놨다는 일반 펀드와 다를 게 거의 없었습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금융사들에 공문을 보내 ESG라는 이름 사용에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뉴스인사이트] 9,600조 주무르는 큰손 "내 투자기준은 OOO"
    10. 드러난 문제들이 꽤 많은데 그럼에도 ESG가 꼭 필요한 건가?

    국내기업뿐 아니라 외국기업들도 회사의 이익을 내는 것에만 급급한 나머지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환경 문제입니다.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오염과 그에 따른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 변해야하는 이유죠. ESG는 그런 인식의 변화를 선도하는 개념입니다.

    변화에 수동적인 기업들에게 그 속도를 재촉하고 있는 거죠. 투자자들의 돈의 힘을 이용해서요. 특히 국내기업의 경우 산재 문제, 원하청 갑질문제, 오너리스크로 대변되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 등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ESG가 본 취지대로만 제대로 쓰이면 기업들의 변화를 유도할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ESG가 아닌 이것의 본질을 왜곡하고 나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고 이용하려는 이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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