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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전준홍

[알고보니] "처벌 엄한 군(軍)형법"…성범죄에 왜 힘 못쓰나

[알고보니] "처벌 엄한 군(軍)형법"…성범죄에 왜 힘 못쓰나
입력 2021-06-02 17:44 | 수정 2021-07-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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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처벌 엄한 군(軍)형법"…성범죄에 왜 힘 못쓰나
    공군 부사관 성추행과 조직적 은폐 사건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수없이 보아온 군대 내 성범죄의 부조리와 병폐가 그대로 답습됐다. 많은 시민들이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며 질문을 던진다. 왜 고쳐지지 않는지. 질문은 법과 제도 시스템에 대한 의문과 바로 연결된다.

    "군(軍)형법이 일반형법보다 처벌 센데…왜?"
    [알고보니] "처벌 엄한 군(軍)형법"…성범죄에 왜 힘 못쓰나
    일반적인 시민들은 '법'을 주시한다. 엄정한 법을 통해 단죄를 하고, 사건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세상에 알린 MBC의 보도에 달린 댓글에서는 "군법(軍法)이 원래 일반 민간인들 법보다 처벌이 강하다", "군법이 더 엄하다고 조심하라고 군간부들이 엄청나게 겁을 줬다"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군형법 처벌이 강한데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왜 군사법정에 가해자들을 세우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자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군형법의 처벌수위가 민간인들에게 적용되는 일반형법보다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강제추행(성추행)을 저지른자는 군형법에서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92조). 일반형법에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일반적으로 처벌 수위는 하한선으로 판별할 수 있는데, 군형법에서는 하한선을 '징역형'으로 못 박은 것이다.

    군 성범죄 실형선고율 민간인의 '절반'

    문제는 현실이다. 각종 감형이 이뤄져 실제 징역을 사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각 군 군사법원에서 다룬 성범죄 재판 약 1천 700여 건 가운데 175건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비율로는 10.2%. 민간인들의 1심 실형 선고율 25.2%의 절반도 안된다.
    [알고보니] "처벌 엄한 군(軍)형법"…성범죄에 왜 힘 못쓰나
    "여군 대상 성폭력 10%가 선고유예"

    조금 더 세밀한 자료도 있다. 4년 전인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해 낸 보고서다. 조사 대상은 여군이 성폭력 피해자인 형사사건 173건이다. 이 사건 중 10.3%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범행이 '경미한'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선고를 유예하는 것으로, 전과도 남지 않는다. 일반법원에서 민간인이 성범죄로 선고유예를 받는 경우는 1.36%이다. 그런데 군대 내 성범죄는 그 7배에 달한다. 군형법이 일반형법보다 처벌이 강하다는 평가가 무색하다.

    심지어 현역 군인에게 군형법이 아닌 '일반형법'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형량이 더 약해진다. 인권위는 "군검찰이 군형법 대신 일반형법을 적용해 기소하는 '재량'을 발휘하고, 군사법원 판사가 이를 받아들여 선고한 경우다"라고 설명했다. 성범죄에 대한 군대 내 온정주의와 군법무관들의 카르텔이 녹아든 정황이다.
    [알고보니] "처벌 엄한 군(軍)형법"…성범죄에 왜 힘 못쓰나
    법적처벌 대신 '조치 없음'·'타부대 전출'

    여군들의 현실 인식은 생각보다 더 어둡다. 인권위가 2019년 실시한 인권 실태조사에서 실시한 설문. '성적 침해를 당한' 여군들이 보고를 한 뒤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는 26.8%였다고 응답했다. '아무런 사후 조치가 없었다'는 응답도 15.8%에 달했다. 법적 처벌대신 가해자나 피해자를 타부대로 전출시키면서 넘어가는 경우도 20.2%에 달했다. 성범죄에 ‘처벌이 센’ 군형법은 법조문 속에서나 존재하는 셈이다.

    성폭력 피해자 80% 하사관…'권력형 범죄'

    인권위 조사에서 여군 성폭력 피해자의 80%는 하사관이었다. 장기 복무 심사 과정에서 성폭행 피해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인권위는 분석했다.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이다. 지난달 우리 군은 국방개혁에 따라 군 양성 평등정책이 점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반인이 알고 있는 군(軍)형법처럼, ‘드러난 것’과 ‘현실’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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