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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스마트폰 총아 쿠팡, 왜 휴대전화 금지하나

[알고보니] 스마트폰 총아 쿠팡, 왜 휴대전화 금지하나
입력 2021-06-23 09:57 | 수정 2021-07-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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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스마트폰 총아 쿠팡, 왜 휴대전화 금지하나

    [사진 제공: 연합뉴스]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여러 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업 규모에 걸맞지 않은 열악한 노동환경, 에어컨 미비 등 인간적인 노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 공개됐다. 더군다나 직원 대부분은 휴대전화도 갖고 들어가지 못한다. 이번 화재의 경우, 불이 난 것을 발견한 직원이 휴대전화가 없어서 119에 즉시 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외부와 단절된 채, 관리자의 판단과 지시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모바일 커머스’의 대표주자인 쿠팡은 왜 직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할까.

    휴대전화 금지.. 법적으로 문제 없나

    짚고 넘어 갈 것은 '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느냐다. 휴대전화를 못 쓰게 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겠느냐는 의문에 대한 답이다. 누구나 절감하듯이 휴대전화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보다도 월등히 높아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통신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꼭 휴대전화를 강제로 걷어가는 가는 방법만 있는건 아니라는 취지다. 이처럼 기본권 차원에서 논의되기도 하지만, 법률 위반인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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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2: 쿠팡 물류센터 검색대 통과(뉴스데스크 화면)>

    법적 휴게시간 “휴대전화 자유롭게 사용”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휴게시간이란,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자유로이 이용이 보장된 시간’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자유로이 이용이 보장된 시간’에는 사업장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시간인데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도 점차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되가고 있다. 즉 업무시간에 휴대전화를 통제하는 것까지는 불법은 아니지만, 휴게시간에도 휴대전화를 금시시키거나 사용에 제약을 두는 것은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 감독 하에 있다고 보아 휴게시간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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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3: 쿠팡 노동자 바닥에서 휴식(제보사진)>

    즉 휴게시간이 짧아 실질적으로 전화기를 쓸 수 없다면 해당 시간은 휴게시간이 아니라 근로시간(대기시간)이므로 그 만큼의 실질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쿠팡 대책위원회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물류센터가 어마어마하게 넓은데, 휴게시간 10분동안 검색대 밖 사물함으로 가서 전화를 하고 되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다. 화장실을 가거나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쉬는 정도”라고 현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더군다나 법적 휴게시간으로 보장된 1시간 식사시간을 40, 50분으로 줄이고, 그것을 떼어내서 휴게시간을 10분, 20분을 중간에 주는 식으로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고 전했다. 근로기준법 위반을 의심할 수 있다.

    쿠팡 “안전 위해 전화기 소지 금지”

    쿠팡이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하는 명분은 ‘안전’이다. 컨베이어벨트, 지게차가 돌아가는 창고 안에서 휴대전화를 쓰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그러나 “휴대전화를 사물함에 두고,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휴게시간에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알고보니>팀이 접한 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는 “최근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 되면서 식사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40분 가량이 걸린다. 사실상 바로 식사를 하자 마자 일에 투입되는 실정이고, 이 줄이 너무 길어져서 일부는 차를 타고 인근 식당에 가서 빠르게 식사를 하고 돌아올 정도”라고 밝혔다.

    사용 제한할 합리적 이유 있는가

    기업이 업무시간에 안전이나 보안을 이유로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판단을 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휴게시간 보장과 노동자의 기본권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한되어야 한다. 서보건 변호사는 “완전히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켜 연락을 차단시키는 건, 그만큼 합리적인 보안상 혹은 안전상 이유가 확실히 없는 한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을 넘어서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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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4: 쿠팡 물류센터 앞 반입 금지 품목 게시>

    쿠팡에서 안전을 이유로 반입을 금지시키는 소지품은 크게 인화성 물질과 날카로운 물건, 그리고 ‘미승인 전자제품’이다. 미승인 전자제품엔 휴대전화와 스마트워치, 카메라와 녹음기가 포함된다. 이 물건의 공통점이 뭘까. 바로 작업 현장을 ‘기록’할 수 있는 장치이다. 스마트폰 외에 카메라와 녹음기 반입을 금지시키는 것은, 노동자의 ‘안전’이 아니라 작업장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측의 ‘안전장치’로 보여진다. 실제 외부와 차단된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MBC의 잠입취재로 수차례 고발된 적이 있다. 여기에 노동자들은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소지품 검사 동의서를 사실상 ‘강제로’ 제출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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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5: 쿠팡 노동자 소지품 관련 동의서>

    미국, 휴대전화 소지 허용 움직임

    대기업의 보안시설이나 중요한 회의에서 직원들의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거나, 전화기의 카메라를 테이프로 막는 등의 조치를 하고는 있다. 하지만 물류센터에서 이러는 경우는 국내에선 쿠팡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이 있는 미국에서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 아마존, 페덱스 같은 미국 거대 IT·물류업체에서 직원들의 휴대전화 반입 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역시나 안전과 생산성 증대를 위한 조치인데, 이런 기류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페덱스 물류센터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휴대전화가 없는 종업원들의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는 대혼란이 벌어진 사고를 계기로, 미국의 노동관계위원회는 생산과 관계된 일 외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아마존 역시 코로나 상황 이후 ‘긴급하게 가족과 아이 돌보미에게 연락을 해야할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반입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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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6: 아마존 휴대전화 반입 허용 기사>

    아이들 긴급 연락 못 받을까봐..

    노동자의 휴게시간이 보장됐는지 사실관계를 다툼에 있어서 휴대전화의 자유로운 사용 여부가 쟁점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서보건 변호사는 “노동계에서 휴대전화 이슈 자체가 나오기 시작한 게 2010년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쿠팡의 사례 등) 법적으로 확실히 판단을 받아 보는 것도 의미있는 것 같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측은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시킨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지시키지 않았는데, ‘사실상 쓸 수 없는’ 상황이 더 문제다. 최소한의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노동자들은 “아이들이 위급할 때 연락도 받지 못할까봐”, “더운 여름날 에어컨도 없는 넓은 창고 어느 한 구석에서 쓰러져도 비상 연락도 취하지 못할까봐” 고립감과 불안감 속에 일을 하고 있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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