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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번역기, 가짜뉴스 그리고 '팩트체크'

[알고보니] 번역기, 가짜뉴스 그리고 '팩트체크'
입력 2021-06-28 12:36 | 수정 2021-07-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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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번역기, 가짜뉴스 그리고 '팩트체크'

    [사진 제공: 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백신이 ‘풍족하다’는 데도 벌어지는 일이다. 당초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성인의 70%에 코로나 백신을 한 번 이상 접종하려 했지만, 목표일이 몇 주 뒤로 연기가 됐다. 여러 요인이 지목된다. 젊은 층이 백신 접종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이고, 상당수 야당(공화당) 지지층에선 백신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거다.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중 하나가 백신 가짜뉴스다.

    바이러스 같은 가짜뉴스…‘변이’까지

    가짜뉴스는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가짜뉴스가 기성 언론에 전염되면 그 전염성은 배가가 된다. 팩트체크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더라도 가짜뉴스는 무대를 옮겨 마치 ‘변이 바이러스처럼’ 다른 언어로 되살아난다. 여전히 백신에 대한 ‘근거없는’ 불안으로 우리를 혼란 속에 밀어 넣는다.
    [알고보니] 번역기, 가짜뉴스 그리고 '팩트체크'

    <사진2: BBC “코로나 백신은 자석이 아냐” 팩트체크>

    “백신에 불임” 수입 가짜뉴스 기승

    최근 백신을 맞은 부위에 쇠붙이를 붙이는 영상이 국내에서 주목을 받았다. 시기는 약 5월 말쯤부터다. 발원지는 미국이었다. “코로나 백신에 마이크로칩이 들어 있어서 자성이 생긴다”는 거다. 시기는 5월 초였다. 자성이 생긴다면서 심지어 쇠도 아닌 동전을 붙이는 황당한 실험이었다.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사과까지 했고, BBC가 나서서 검증을 했다. 결과는? “백신은 자석이 아니다” 였다. 가짜 정보 바이러스에 백신, 혹은 치료제를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이 주장은 국내에 스며들었고, 6월 초 국내 언론도 팩트체크를 하기에 이르렀다. “백신을 맞은 사람이 블루투스에 잡힌다”, “백신이 여성의 불임을 유발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후 유산 사례가 급증했다”는 가짜뉴스도 미국산, 유럽산 가짜뉴스다. 그리고 모두 사실이 아님 혹은 근거가 없다고 판명 났다. 하지만 이런 맥락을 쏙 빠뜨리고, 거짓 주장만이 국내에 수입돼서 국내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회자됐다.

    ‘백신 독소론’ 주장…팩트체크 갈까

    비교적 최근에 수입된 뉴스로 ‘백신 독소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 백신 내 스파이크 단백질이 독소를 갖고 있어서 심혈관 질환과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발원지는 역시 미국이다. 캐나다의 한 면역학자가 캐나다 라디오에 출연해 한 말이 미국 온라인 매체와 SNS를 통해 확산된 것이다. 시기는 5월 말이다. 전문가의 말이라고 하니 ‘로이터’와 ‘USA투데이’가 6월 16일에 팩트체크를 했다. 팩트체크 요지는 “주장의 근거인 문건은 단백질 독소에 대한 게 아니라, 동물실험과 관련된 연구였다”는 것, 그리고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혈액에서 단백질이 증가하는 것이 밝혀졌지만, 신체에 손상을 입히기에는 수치가 너무 낮았다”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는 거였다. 이러한 검증결과는 한국어로 소개되지 않고 있다. 만약 확산세가 지속되면, 조만간 국내에서도 다시 ‘팩트체크’를 해야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알고보니] 번역기, 가짜뉴스 그리고 '팩트체크'

    <사진3: 블로그에 게시된 ‘백신 단백질 독소’ 주장>

    가짜뉴스→팩트체크→가짜뉴스...

    이러한 거짓정보의 유행, 인포데믹(Infodemic)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언어의 제약도 국경도 허물어진다.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FCN)에서 이같은 현상에 주목하고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언어만 다를 뿐 똑같은 내용의 가짜 뉴스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각 국가로 유포됐고 해당 국가의 팩트체크 기관이 사실 검증에 나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https://www.poynter.org/coronavirusfactsalliance/) 대체적으로 같은 문화권에서 전파 속도가 빠르며, 언어의 장벽을 넘는데 한달에서 두달 가량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알고보니] 번역기, 가짜뉴스 그리고 '팩트체크'

    <사진4: 코로나 셀프 진단법 23개 나라에서 팩트체크(IFCN자료)>

    한 사례를 보자면, 지난해 유행했던 ‘코로나 감염 셀프 진단법’이 있다. "10초 동안 숨을 참는 테스트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2월 28일에 언론들이 팩트체크 기사를 내놓기 시작했다. 소문의 발원지는 대만이었다. 대만은 앞서 2월 12일에 팩트체크를 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보다 약 보름가량 앞선 것이다. 전세계 22개국을 거쳐 4월 말 마지막으로 도달한 곳은 일본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인포데믹 현상 자체에도 있지만, 그 사이 무수히 많은 팩트체크 결과를 도외시한채, 가짜 정보만 선택적으로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로 인해 백신 거부감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이미 형성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뒷받침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뉴스가 유포됐음을 알 수 있다.

    시각 자료·자동 번역.. 가짜뉴스에 ‘날개’

    이런 가짜뉴스 확산은 정치적, 종교적, 음모론적 관점에서 취사 선택되는 확증편향도 요인이지만, 주목도를 높이려는 상업적 동기에서도 비롯된다. 무엇보다 기술의 발달도 한 몫을 한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보이는 것을 믿게 되는 경향이 있고, 경각심이 낮아지는데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자동 번역이 쉽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들을 그대로 번역해서 조금 맥락만 바꿔서 재가공하고 유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고보니] 번역기, 가짜뉴스 그리고 '팩트체크'
    [알고보니] 번역기, 가짜뉴스 그리고 '팩트체크'

    <사진5: 번역되는 가짜뉴스.. 각국 마다 팩트체크>

    가짜뉴스 ‘전파자이자 검증가’인 언론

    국내에서 불거지는 가짜뉴스도 많은데, 수입산 가짜 정보도 범람하면서 검증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알고보니>팀이 집계한 결과 지난 3월 1일부터 6월 23일까지 국내 언론에서 ‘코로나’ 이슈를 ‘팩트체크’ 한 기사가 182건에 달했다. 물론 국내 언론이 가짜뉴스 검증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짜뉴스를 전달하거나, 극단적인 일부의 예를 일반적인 것으로 확대해석하거나 통계를 교묘하게 편집해 호도하는 뉴스를 만들기도 한다. 온라인 중심 뉴스 소비가 활성화된 우리나라에서, 가짜뉴스와 팩트체크가 동시에 주목받을 수 있는 여건이다. 거듭된 팩트체크에도 가짜뉴스가 생명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팩트체크를 위한 얼마간의 선의의 경쟁은 필요해 보인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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