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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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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위급환자 신체접촉, 성추행 판단 기준은? (전문가 인터뷰)

[알고보니] 위급환자 신체접촉, 성추행 판단 기준은? (전문가 인터뷰)
입력 2021-07-10 10:33 | 수정 2021-07-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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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위급환자 신체접촉, 성추행 판단 기준은? (전문가 인터뷰)
    최근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을 시민들이 힘을 모아 도운 미담이, ‘성추행 우려 때문에 남성들이 외면한 사건’으로 왜곡 보도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미확인 사실을 근거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젠더갈등이 불거지고, 언론이 이를 각색하면서 공론화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시민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도왔던 것으로 확인이 됐지만, 사실과는 별도로 남는 의문도 있습니다. 위급한 이성을 돕는 과정에서 신체접촉은 ‘어떤 상황’에서, ‘어디까지’ 용인되는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궁금증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알고보니>팀이 팩트체크 과정에서 전문 변호사들로부터 얻은 자문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알고보니] 위급환자 신체접촉, 성추행 판단 기준은? (전문가 인터뷰)
    ◎ 법무법인 온세상 설현섭 변호사 인터뷰

    질문) 개방된 공간에서 쓰러진 여성을 도와줄 경우 성추행으로 신고, 처벌될 가능성이 있나요?

    답변) 성추행으로 처벌을 받으려면 결국에는 행위로 고의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판례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 보고 그 힘의 대소 강약은 불문한다”고 보고 있어요. 지금 개방된 공간에서 여성을 도와주는 상황이잖아요. 일각에서 문제가 되는 거는 ‘증거가 없을 때’ CCTV나 증인이 없는데 피해 여성이 호소를 할 때 문제가 되는 거고. 지하철같이 개방된 공간이고 승객이 주변에 있고 CCTV가 있는 경우에는 증거가 다 멀쩡히 있는 곳에서 쓰러진 여성을 도와줄 때, 다소 여성을 도와주면서 신체 접촉이 과하다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성추행으로 고소를 하거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저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질문)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이야기인가요?

    답변) 그렇죠. 그리고 선의인지 아닌지는, 사람의 고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어서 행동으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어요. 음식점 화장실에서 취한 여성을 부축했다가 성추행으로 고발당한 사건의 경우 화장실에는 당사자들밖에 없었을 거잖아요. 가령 여성이 쓰러졌고, 도움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바로 화장실을 뛰쳐 나와서 주인이나 근처 사람을 데리고 다시 구조를 해야 하는 게 맞죠. 여성의 입장에서는 ‘내가 도와달라는 말도 안했고 실제로 이 사람이 그렇게 긴급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불문명한 상태’에서 남자가 도와준다고 일으켜 세우거나 업는다거나 하면 그 여성 입장에서는 ‘내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인식을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경우에 신고를 하면 이 남자가 선의로 이 여자를 도왔는지 아니면 악의로 신체 접촉을 한 건지 그거는 알 수가 없잖아요. 증거가 없으니까요. 결국에는 피해 여성이 주장을 하면 피해 여성이 느낀 걸 많이 볼 수밖에 없죠. 그걸 이제 우리가 요즘에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하는거고요.

    질문) 그런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이 좀더 일관성이 있는 경우 피해자의 편을 더 들어주는건가요?

    답변) 재판 진행이나 판례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도 일관성 있고 피고인의 진술도 일관성 있는 경우 피해자의 진술에 의거해서 유죄판결이 많이 나오는 추세입니다.

    질문) 실제로 대전 사건(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술취한 여성을 남성이 부축해줬다가 성추행으로 고소당하고 1심에서 무죄판결) 같은 경우 1심 무죄 났지만, 길에 쓰러져있는 여성을 구하다가 성추행 고발당해서 유죄 받은 사건이 있는지요?

    답변) 제가 진행한 사건 있었는데요. 그건 어떤 여자가 술에 취해서 길에 쓰러져 자고 있었어요. 근데 당시는 추운 겨울도 아니었고 누가 봐도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구나 알 수 있었는데 여자를 도와준답시고 여자를 업고 자기 집으로 데려갔어요. 끝까지 선의로 그랬다고 얘기를 하는데 이 여자를 들쳐업는 순간 강제추행이 되는 거죠.

    질문) 업는 순간부터?

    답변) 왜냐면 그 여자는 술 마셔서 길에 쓰러져 있는 것만 자기가 용인을 했지, 누가 나를 도와주거나 들쳐업거나 내 몸에 손을 대는 것까지 용인을 한 것은 아니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말 위험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119나 112에 신고를 하고 후속조치를 취해야지, 자기 선에서 구조 조치를 하는 거는 일반적이지는 않잖아요.

    질문) 피해자가 명백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여부도 좀 중요한 기준이 되겠네요?

    답변) 그런 경우는 사실 별로 없잖아요. 대전 음식점 같은 경우도 술 취한 여성이 단순히 화장실에 쓰러져 있다 정도면 당연히 119에 신고하든지 나와서 주인을 데리고 들어가든지 해야하고. 이 여자가 쓰러지는 바람에 ‘머리에 피가 많이 난다’, ‘도저히 누가봐도 긴급한 상황이다’ 라고 생각을 들지 않는 이상 함부로 손을 대면 안되겠죠. 그리고 그런 경우 들쳐업고 인근 병원으로 뛰어간다든지 택시나 차로 간다든지 하면 추행으로 보지는 않겠지요. 그 상황과 여자의 상태 주변의 상황, CCTV나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이 될 것으로 보여요.

    지하철에서 누가 쓰러졌으면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데 성추행을 하겠어요 설령 성추행스러운 행위를 하더라도 성추행 고유의 그걸 가지고 하겠어요. 심폐소생술 우리가 배울 때 여자 속옷 끈을 풀어야 해요. 그걸 성추행으로 볼까요? 중요한 건 그거죠. 이 여자가 거품을 물고 심폐 소생이 필요한 정도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술 먹고 쓰러져 있는데 굳이 그렇게 했는지.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를 하면 법조인이든 일반인이든 이게 성추행 행위인지는 누구나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봐요. 만약 정말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사마리아인 의식을 가진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지나가는데 불의를 못 참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줘야 하고 이런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받고 인식을 눈총을 받는 건 안타까운 거잖아요. 도움을 줄 땐 주더라도 적절한 방법으로 도움을 줘야지 나중에라도 내가 착한 의사로 한 행동이 어이없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것만 좀 주의하면 서로 돕고 살지 않을까요.
    [알고보니] 위급환자 신체접촉, 성추행 판단 기준은? (전문가 인터뷰)
    ◎ 법무법인 봄온 채우리 변호사 인터뷰

    질문) ‘쓰러진 여성 도와주면 성추행범으로 몰린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려대로 지하철 같이 개방된 공간에서 여성을 도와줄 경우, 성추행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많은가요?

    답변) 이번에 논란이 된 사건은 개방된 공간에서 벌어졌고 지하철의 경우 다수의 목격자나 CCTV를 통해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거든요. 때문에 단순히 위급한 상황에서 타인을 도우려다 불가피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해서 바로 형법상의 강제 추행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질문) 실제로 지난 달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화장실에 쓰러진 여성을 도와주다가 성추행으로 형사 고발 당하고, 이후 무죄를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언론에서도 이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선의를 가지고 도와주려다가, 강제추행으로 입건이 되려면 어떤 요건들이 충족돼야 하는 건가요?

    답변) 우리 법원은 강제 추행죄의 추행 행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의 경위, 주위의 객관적 상황까지 모두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과도한 오해나 불안감으로 인해 위급한 상황에서 타인을 돕는 행위가 법적인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고요. 우리 사회의 인간애가 이런 일로 퇴색되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번 사건 같이 개방된 공간에서 선의로 도와줬다고 하면 강제추행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낮다고 봐도 될까요?

    답변) 네 실제로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입니다.

    질문) 다른 기사 보니 개방된 장소가 아니라 밀폐된 공간일 시에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요.

    답변) 실제 사건에서 가해자가 “나는 도와주려 했던거다”라고 변명하는 경우가 있긴 해요. 그러다보니 우리사회 남성 여성 할 거 없이 경계하는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방된 공간에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강제 추행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낮고, 그렇지 않은 공간, 예를 들어 밀폐된 공간이나 목격자가 없는 공간에서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하면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제3자’와 함께 도움을 준다든지 그런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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