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떠나는 사람들"
지난 7월 5일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관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무심한 듯 걸어가는 평양시민들 옆으로 외국인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외국인들이 모여있는 이곳은 바로 평양역입니다.
러시아대사관 관계자가 떠나는 러시아 사람들을 배웅하면서 찍어둔 사진들인데요. 작별인사를 하는 사람들, 열차에 손을 흔드는 모습도 사진에 담겼습니다.
러시아대사관 측은 "지난 2일 많은 동료들과 친구들이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진 속 전광판은 '6월 29일 9시'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앞서 "7월 1일 오후 4시 쯤 북한발 열차가 러시아 접경도시 하산에 도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이를 종합해서 살펴보면, 평양에서 6월29일 오전 9시 쯤 출발한 기차가 이틀 뒤인 7월 1일 오후 4시 하산역을 경유한 뒤 다음날 2일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출발 전 기념사진을 찍은 건데요.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람은 60명이 조금 넘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열차에 탄 사람은 모두 90명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 같은 외국인의 귀국행렬은 올 들어서는 가장 큰 규모입니다.
올 초에는 러시아대사관 직원과 가족이 레일바이크를 타고 귀국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국경을 폐쇄했는데요. 외국인들을 일시 격리했다가 지난해 3월에 격리조치가 해제되면서, 이후 평양 주재 외교관들은 순차로 북한을 빠져나갔습니다.
지난 4월 러시아대사관은 "현재 13개 국가 외교관을 포함해 평양에 남아있는 외국인은 채 290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지금은 200 명 전후의 외국인이 평양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에는 본국으로부터 귀국 지원을 받지 못해 남아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러시아대사관처럼 철수하지 않기로 결정한 국가도 있습니다."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북한은 새로운 외교관이나 직원의 입북을 허가하지 않고 있고요. 심지어 대사관을 임시 폐쇄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던 외교관들의 재입국도 막고 있습니다.트위터를 통해 평양 소식을 알려왔던 콜린 크룩스 영국 대사도 지난해 5월 잠시 귀국했었는데요. 북한의 국경 폐쇄가 계속 이어지면서 영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5월 "김일성 광장에 다시 서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길 바란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습니다.그런가 하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는 지난 2월 이후 전직 대사와 현직 대사가 대사관저에 함께 생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코로나19 전염 위험성 때문에 북한이 자국민의 귀국조차 불허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도 폐쇄되면서, 김유성 전 말레이시아 대사까지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여기에 저개발 국가에 백신을 지원하는 '코백스'는 북한에 백신을 배정해두고도, 모니터링 요원이 북한을 방문하지 못해 지원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신임 북한 주재 중국 대사 역시 북한이 입국을 허가하지 않아 발이 묶인 상황입니다.이 와중에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는 중국 국경절 연휴에 맞춰 9월 30일부터 10월 7일까지 일정의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요. 사이트에는 단순한 날짜 뿐 아니라 상세한 여행 일정까지 빼곡하게 소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이메일을 통해 북한 여행 가능 여부를 묻자 "북한이 국경을 개방한다는 얘기가 없다" "내년도 관광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답변을 보내 왔습니다. 그야말로 "나갈 수는 있어도 들어갈 수는 없는" 상황인데요. 지금으로선 코로나19로 더 굳게 닫힌 북한 국경이 언제쯤 다시 열릴지 예상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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