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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입력 2021-07-15 16:46 | 수정 2021-07-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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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토끼사육' 이어 '누에치기'

    요즘 북한에서는 누에고치 수확이 한창입니다. 조선중앙TV는 누에고치 풍작 소식을 잇따라 내보내고 있습니다. 지난봄 '국가적 사업'으로 대대적으로 강조한 ‘토끼 기르기 열풍’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누에치기, 즉 잠업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1차 산업으로서 사양길을 걷고 있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데다 비단을 대신할 질 좋고 저렴한 섬유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누에고치 산업은 고단백 성분의 건강보조제나 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누에고치는 여전히 ‘섬유소재’로는 물론 동물이나 어류의 단백먹이 재료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고수익 농업 활동이기도 합니다.

    양잠업은 주민들의 ‘입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산업입니다. 그런 만큼 북한에서는 자연적 여건에 관계없이 과학기술적인 누에치기로 생산성을 높이자고 강조합니다. 기존에 누에고치 생산을 담당하던 ‘잠업 관리처’등 에서만 아니라 여맹 조직 단위별로 또, 지역마다 꾸린 ‘군중누에고치사업소’ 등에서 전 인민적 사업으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노동집약산업으로 활로…전업주부, 잉여 노동력 총동원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지난 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외곽단체인 조선사회주의 여성동맹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직적인 노동력 동원을 주문했습니다.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산업 일꾼으로서 전방위적인 여성의 활약을 부탁하고 “좋은 일하기 운동을 널리 벌리자”며 특히 토끼와 누에 기르기를 콕 집어 언급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서한 공개 이후 북한 매체들은 각 지역 여맹조직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누에치기 운동을 소개했습니다.

    여맹 조직원들은 “우리가 수확한 누에고치 한알 한알이 인민 생활 향상에 이바지되는 애국사업”이라며 “초급위원회 단위로 새로운 뽕밭 조성과 전용 비료 생산, 새 품종 뽕나무 심기 등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누에치기는 누에의 발육 상태에 따라 온도와 습도, 광도는 물론 공기 성분도 조절해 줘야 하는 노동집약적이고 섬세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비교적 불리한 기후·자연 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잠업을 강조해 왔습니다. 값싼 노동력을 동원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데다 수출 상품으로 외화 획득의 효자 노릇을 해 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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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누에고치를 기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민들은 뽕밭 개간에서부터 우량 뽕나무 품종 개량 등을 위해 연구와 토의를 반복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기술혁신운동을 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매체들은 ‘경험 교환회’ 등을 통해 누에고치 1알 당 무게를 늘리는 데 성공한 기술혁신안 등을 소개하며 노력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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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강도는 잠업도, 비단도"…척박한 산지의 변신

    북한에서는 농사가 잘 되는 날씨나, 비옥한 토양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과학기술’로 ‘누에치기’의 한계를 극복하자고 합니다. 그런 만큼 누에고치 생산의 대부분 단계에서 연구와 혁신을 내세웁니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자강도 지역에서의 잠업을 가장 독려해 왔습니다. 그래서 자강도는 잠업도, 혹은 비단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압록강 중류의 자강도는 면적의 90%가 산지인데다 일교차가 심하고 토양도 척박한 곳입니다. 평지에서나 가능한 벼농사 등을 포기하는 대신 뽕나무 재배를 성공시키라는 취지입니다.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황량한 자강도에서조차 성공하는 누에치기를 본보기 삼아 다른 지역에서도 환경과 조건에 굴하지 않는 누에고치 생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은 새롭게 밭을 일구거나 뽕나무용 비료 등을 개발해 지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우량 뽕나무·누에 품종 개발, 병충해 관리까지를 아우릅니다. 지역의 잠업종자사업소들은 30도 이상의 무더위 속에서도 생존하고, 기존보다 알을 2배 가까이 많이 낳는 등 우량한 누에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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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봄 날씨는 예년보다 추웠던 만큼 북한의 농업 생산성이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보도에 따르면 적어도 봄 누에치기는 피해를 빗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는 여름과 가을로 나눠 누에를 수확하는데요. 이미 여름 수확만으로 한해 목표량을 채운 곳도 있습니다. 주민들은 철저한 관리를 통해 가을 누에 수확을 미리 준비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잠업을 지역발전의 중요한 고리로 틀어쥐고"…각 생산단위, 군 단위 역량 강조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조선중앙TV는 잠업으로 지역발전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지방마다의 특색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강도나 평안북도보다 기후여건이 좋은 황해남도나 평양 등에서는 더 많은 누에고치를 생산하기 위해 한 해 두 번이 아니라 네 번 수확할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해 보급하거나 날씨를 분석해 소독 재료와 횟수를 조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전지역적 잠업 독려 운동은 시설을 가리지 않습니다. 잠업종자사업소, 고치생산사업소처럼 전문 생산단위뿐만 아니라 상업관리소같은 일반 상점, 유통 시설 등에서도 누에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모범 사례를 학습하며 누에 생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수입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의 생산공장들은 거듭된 재자원화를 통해 간신히 조달한 원료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이 점에서 내부적으로 자체 생산한 누에고치는 수확한 만큼 바로 제품화로 이어지는 양질의 자원으로서 가치가 큽니다.

    북한 최초의 농학박사 '계응상' 재조명
    [평양 핫라인] "누에고치 한알 한알로 애국사업"
    이런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소개편집물이 방영됐습니다. 북한 최초의 농학박사인 계응상을 조명한 프로그램입니다. 계응상 박사는 1950~6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한 유전학자이자 양잠생산자로 ‘계응상 사리원농업대학’을 따로 설립할 만큼 북한이 자랑하는 학자입니다. 누에를 품종개량해 온대지방에서 겨울을 나는 피마주누에 품종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하는 업적도 남겼습니다.

    20분짜리 이 편집물에는 북한의 자연조건에 맞는 누에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헌신한 과학자의 일생이 담겼습니다. 그 이면에는 누에고치 산업에서 선도적 우위를 가졌던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주체적 역량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평남 은산지구에 누에 수독약 생산공장을 짓는 등 누에고치 생산설비 국산화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한 때 북한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 종목이었던 양잠 산업이 내부 주민들의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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