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짜 수산업자 김 모 씨 비서에게 "김 씨 변호인 만나 녹음해와라" 지시
지난 20일, '가짜 수산업자' 김 모 씨의 금품 제공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김 씨 비서에게 '김 씨 변호인을 만나 녹음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폭로 보도가 나온 당일 밤, 같은 수사팀의 수사관이 폭로를 한 해당 비서를 찾아가 '녹음 파일을 경찰에 넘기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가짜 수산업자'의 비서에게 녹음을 요구하고 회유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경찰은 오늘 관련자들을 인사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음 사주'한 경위 - '회유 시도' 수사관, 잇따라 인사 조치
서울경찰청은 먼저 김 씨 비서에게 녹음 제공을 사주하고, 녹음 파일을 받은 A 경위를 이번 수사 업무에서 배제했습니다.
해당 의혹이 제기된 뒤 따로 비서를 만나 녹음파일 전달 사실을 숨겨달라고 회유한 B 형사를 대기발령 조치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B 형사가 실제로 김 씨 비서를 만나, '수사심사관실에서 녹음 파일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기 때문에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 확대하던 경찰, 가짜 수산업자 비협조에 무리수?
당초 A 경위가 가짜 수산업자 김 씨의 비서에게 김 씨 변호인에 대한 녹음을 사주한 것은, 유력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금품 제공 사실을 진술했던 김 씨가, 태도를 바꿔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올해 4월 초까지 김 씨의 100억 원대 사기 사건을 수사하다, 김 씨가 검찰과 경경 간부, 언론인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수사가 확대됐습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박영수 전 특검과 이 모 부부장검사,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배 모 총경,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 모두 8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입니다.
박지원 국정원장 역시 김 씨로부터 수산물 선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녹음 지시' 드러나자 이번엔 포항까지 내려가 '회유'
게다가 '녹음 지시'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B 형사는 지난 20일 밤 11시쯤 포항에 있는 김 씨 비서를 찾아가 'A 경위에게 녹음 파일을 준 게 맞나', '안 줬다고 하면 안 되겠나'는 등의 이야기까지 한 겁니다.
B 형사는 김 씨 비서에게 녹음 파일에 관해 물었고, 비서는 "A 경위에게 카카오톡으로 파일을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B 형사는 다음날 새벽 1시 15분쯤 이런 진술을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B 형사의 이런 함구 요청에 대해 "부적절한 사안"이라며 "오랫동안 A 경위와 근무를 하다 보니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에서 했을 거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사 감찰을 통해 적절한 상응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B 형사를 대기발령한 것은 "이 부분이 수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진 않더라도 수사의 신뢰성과 관련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경찰청, 인력 2배 충원해 수사 예정…수사팀 14명
'가짜 수산업자' 수사팀 경찰관 두 사람이 부적절한 수사 방식이 드러나면서 연달아 업무에서 제외됨에 따라, 서울경찰청은 수사와 법률 지원 등 분야의 인력을 보강·증원하기로 했습니다.
담당인력을 7명에서 10명으로 늘렸고, 법률과 홍보 등 지원에 투입된 4명까지 합치면 총 14명을 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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