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경제
기자이미지 전준홍

[알고보니] 기업이 요구하는 기간, '평균 4개월' (채용형 인턴)

[알고보니] 기업이 요구하는 기간, '평균 4개월' (채용형 인턴)
입력 2021-08-19 10:56 | 수정 2021-08-19 12:28
재생목록
    [알고보니] 기업이 요구하는 기간, '평균 4개월' (채용형 인턴)
    채용연계형 혹은 채용전환형 인턴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고도 성장기 때처럼 기업들이 ‘서류심사→필기시험→면접’을 통해 많은 인력을 단기간에 뽑는 공채방식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력직과 수시채용이 새로운 채용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직무와 관련된 인턴 경험이 기본 ‘취업 스펙'이 된 지 오래다. 구직자는 경험을 쌓고, 기업 입장에서는 일을 시켜보고 뽑을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만큼 인턴제도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채용형 인턴은 최근 채용 전형의 대표적인 과정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44%가 하반기 인턴 채용.. 채용형 인턴 90%”

    올해 6월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41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44%'가 “하반기에 인턴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에 전체 기업의 32%가 인턴을 채용한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11% 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이들 중 66%가 정규직 전환형(채용형)을, 24%는 전환형과 체험형 모두 채용하겠다고 답했다. 인턴 채용 공고의 90%가 채용형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알고보니] 기업이 요구하는 기간, '평균 4개월' (채용형 인턴)

    <사진 출처: 사람인>

    채용형 인턴 실태 파악 자료 없어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이니만큼 그 기간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평가 기간동안 구직자의 압박이 크고, 정규직 채용이 안 될 경우 다른 구직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기업은 구직자 평가를 위해 얼마의 인턴 기간을 필요로 할까. 채용형 인턴 통계의 실태를 보여주는 조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래서 <알고보니>팀이 채용 공고를 자체 분석해봤다.

    채용형 인턴 평균 4개월.. 25%는 6개월 이상

    취업포털사이트인 '잡코리아'의 1,000대 기업의 올해 채용 공고 가운데 채용형 인턴 공고는 8월 16일 현재 557개였다. 이 가운데 인턴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곳을 빼면 510개였다. 기간을 표시했다고 해도 1~2개월, 3~6개월로 두루뭉술하게 표기한 공고도 10개 있었다. 이들은 평균값을 인턴 기간으로 잡았다. 계산을 한 결과 평균 채용형 인턴 기간은 4.03개월이었다. 최장 인턴 기간은 2년, 최단 인턴 기간은 2주였다. 1개월 초과 3개월 이하의 인턴 근무를 요구하는 공고가 280개로 가장 많았으며, 그보다 긴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는 139개로 두번째였다. 1개월 이하는 52개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6개월을 초과하는 공고도 39개였다. 6개월을 넘는 장기간 인턴기간을 요구하는 업종은 대부분 생산직과 기술직, 영업직이었다. 6개월 이상 인턴을 따로 뽑아봤더니 142개로 전체 채용형 인턴의 약 25%를 차지했다.
    [알고보니] 기업이 요구하는 기간, '평균 4개월' (채용형 인턴)

    <올해 '채용형 인턴' 기간별 분류>

    11개월 채용형 인턴.. “싸게 노동력 쓰려는 꼼수”

    이 25%에 포함된 공고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11개월짜리 채용형 인턴이었다. 이동통신사와 전자제품 대리점 등의 영업사원(인턴) 공고인데, 업무 실적과 평가에 따라 11개월 뒤 정규직 채용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인턴이라고 해도 법적 신분은 계약직 근로자이기 때문에, 12개월을 일을 하면, 근로 계약 해지시 퇴직금을 주고 연차보상도 해줘야 한다. 박정준 노무사는 이들 업체가 “퇴직금 등 경제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11개월 짜리 공고를 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학력은 '고졸 이상'이나 ‘학력 무관’인데, 구직 시장에서 상대적인 약자가 더 열악한(=기업에 유리한) 채용형 인턴 조건에 놓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고보니>팀은 해당 업체에 이들의 정규직 채용률이 얼마나 되는지 문의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턴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공고도 47개나 있었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얼마 동안 인턴으로 근무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인턴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공고들은 ‘정규직 전환 가능’이라고 말을 덧붙이거나 추후 정규직 전환 심사가 있을 예정이라는 말로 가능성만 열어두고 있을 뿐, 정규직 전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았다. ‘인턴 기간 연장 가능’, ‘최소 1년 근무’ 등의 모호한 근무 기간도 있었다. 계약서에 인턴기간이 명시되지 않을 경우 현행법 위반이다.

    채용률은 영업비밀?.. “50%도 높은 편”

    인턴 활동의 평가를 거쳐 얼마나 정규직으로 채용되는지 명확하게 공지된 공고 또한 거의 없었다. 조사대상인 557개의 채용 공고 중에서도 전환율을 명시한 공고는 단 9개에 불과했다.
    [알고보니] 기업이 요구하는 기간, '평균 4개월' (채용형 인턴)

    <인턴 정규직 전환율 공지 회사>

    기업 대부분이 전환율을 알려주지 않는다. 한 식품제조업체 인사 담당자는 “특정 비율을 두고 채용을 하는 게 아니라서 정확한 인원을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채용 여건이나 인턴 참가자의 면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턴 기간이 길수록 구직자들이 치러야할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채용 비율에 대한 대략적인 고지는 필요해 보인다. 인턴 기간은 필요 이상 길고 전환율이 터무니없이 낮다면 인턴제도가 ‘싼 값에 일 시키는’ 제도로 악용된다고 볼 수도 있다. 기업 개별적으로 전환율은 밝히지 않더라도, 익명성이 보장된 설문조사에서 전환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볼 수 있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비율은 2019년 70.2%에서 2020년 56.7%로 13.5% 포인트 감소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채용 연계형 인턴을 채용하는 기업이 계획 중인 정규직 전환 비율은 평균 35%로 집계됐다. 인턴 10명 중 서너 명이 정규직이 된다는 것이다.

    채용형 인턴 기간이 6주 정도인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자사의 '전환율이 50%를 상회한다'고 밝히며, “전환율 50% 정도면 업계에서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비율을 더 높이게 되면 경쟁해서 더 우수한 인재를 뽑는다는 인턴십의 의미가 무색해질 수도 있어 비율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글/구성: 황예정, 손유빈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