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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전준홍

[알고보니] "열정 페이는 아직도 존재합니다" (심층인터뷰) (채용형 인턴)

[알고보니] "열정 페이는 아직도 존재합니다" (심층인터뷰) (채용형 인턴)
입력 2021-08-19 11:50 | 수정 2021-08-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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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열정 페이는 아직도 존재합니다" (심층인터뷰) (채용형 인턴)
    긴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해서 정규직 전환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채용형 인턴들도 그 사실을 ‘짐작’은 하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이 되려면 이 정도는 견뎌야 해” 혹은 “이대로만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이 주는 힘은 강력하다. ‘희망고문’임을 알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 없다. 반복되는 희망고문에 스스로를 적응시킬 수 밖에 없는 구직자들의 이야기를 <알고보니>팀이 듣고, 정리했다.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은 인턴 몫”

    ⓵ A씨 / 광고업계 (채용형 인턴 8개월)

    -당시 신분은 어땠나요?
    졸업 유예를 한 상황이었고, 인턴 중간에 정규직 전환이 될 줄 알고 졸업을 했어요. 다른 인턴들은 대부분 졸업생들이었고. 인턴 5명 중에 정규직인 된 사람은 결국 1명이었어요.

    -인턴을 8개월이나 한 이유는 뭔가요?
    애초 모집 공고에는 3개월이라 쓰여 있었어요. 3개월이 끝날 때에는 인턴 연장 얘기가 나왔어요. 외국계여서 ‘글로벌 티오(TO)가 나면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었고. 연장을 두 번 해서 총 8개월 인턴을 했어요. 두 번째 연장부터는 의구심도 들고, 시간적 부담도 있었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기회 비용이 엄청났거든요. 제대로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고 하는 일은 똑같은데 그렇다고 '칼퇴'가 보장된 것도 아니었고..

    -얼마나 많이 일을 했나요?
    저의 경우 야근을 많이 해서 새벽 두세 시, 네 시까지도 했고, 주말 출근도 했고. 휴일 출근도 했어요. PT가 있을 때는 거의 일주일 내내 나가고.. 못 쉴 때가 많아요.

    -임금은 어느 정도였나요?
    당시 세전 180만 원대였어요. 최저 임금이었죠. 일한 시간에 비하면 상당히 부족한 임금이었어요. 휴일수당이나 야근수당 전혀 못 받았어요. 인턴을 야근 시키는 게 불법으로 알고 있는데, 불법이다 보니까 일한 시간을 입력하지 못하게 했어요. 채용 연계형 인턴이다 보니 거부를 할 수도 없었고, 임금을 달라고 할 수도 없었죠. 시키는 거 하고 주는 대로 받고 그런 식이었어요.

    -부당한 건 문제제기를 못 했나요?
    “이 업계는 평판이 중요하다”, “너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잘 밀어줄 수도 있다”라는 식의 말을 들었어요. “우리가 나쁘다라고 이야기 하면 너희는 이 업계에서 일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다양한 분들에게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런 식으로 인턴들에게 이야기 하니 더 위축되고 완전히 을이 되었죠.

    -그래도 배우는 건 있었는지?
    2-3개월이면 다 배우는 일이었고, 허드렛일에 가까웠어요.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인턴들에게 시키다 보니 업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신 정신적인 멘탈은 강해졌어요. 야근을 아무리 해도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거나.. (웃음)

    -채용형 인턴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
    제도에 대해 합리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인턴들은 회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보고 기업도 마찬가지고, 다만 기간을 계속 연장하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저희가 느끼기에는 되게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쓰는 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단순히 채용 과정에 속해 있는 게 아니구나, 노동 착취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알고보니] "열정 페이는 아직도 존재합니다" (심층인터뷰) (채용형 인턴)

    “휴가 쓰면 내가 평가받을 기회를 날리는 것”

    ⓶ B씨/미디어업계 (채용형 인턴 6주)

    -당시 신분은 어땠나요?
    대학교 수료생이었어요. 학기는 마친 상태였고요.

    -인턴 지원 당시 회사에서 조건 명시한 게 있는지?
    풀타임 근무라는 거는 있었고, 그래서 사실상 취업활동이나 면접은 아예 참여 못한다는 암묵적인 룰은 있었어요. 그때 당시 근로계약서 안 썼어요. 교육생 신분이라 4대 보험도 안 들어가 있었고, 계약서를 쓴 기억이 없어요.

    -정규직 업무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정규직 업무와 굉장히 비슷했다고 생각해요. 채용 연계라서 내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이 평가의 대상이 되는 건데, 제가 발전한다기보다는 하나하나 평가받고. 그래서 지시를 제대로 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뭔가를 개척해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야근이나 주말근무도 했나요?
    야근이나 새벽 근무도 있었고, 제가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거부할 수가 없었죠. 사실 거부를 했어도 됐지만, 그러면은 제 채용의 당락이 결정된다는 생각에 무리한 부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네네'하고 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임금은 얼마였고, 정규직은 몇 명이나 됐나요?
    6주에 200만 원이었어요. 30명 인턴 선발됐고 6명 전환됐습니다.

    -채용 전환형 인턴 많이 하나요?
    채용형 인턴을 안 한 애가 없어요. 공고가 다 채용 연계형으로 나니까. 요새는 채용 연계형이 정말 하나의 뉴 노멀(New Normal)이라 할 정도로 그렇게 바뀌었어요. 채용 연계형 인턴이 들어가면 오직 거기만 올인 해야 해요. 실제 인턴했을 때도 날렸던 채용이 한 3개는 됐고. 제가 함께했던 인턴 동기는 다른 회사 최종면접도 못 갔고 그러니까 더더욱 그 회사 전환에 대해 간절해지는데 사실 합격 전환율은 보장되지 않으니까 불안감이 더 크죠.

    -월차를 쓸 수도 있지 않나요?
    월차를 쓰는 것은 내가 평가받을 수 있는 하루를 그냥 날리는 거죠. 다른 친구들은 더 기량을 발휘할 기회인데.. 내 손으로 그거를 놓는 거니까 월차가 아니라 그냥 기회 포기죠. 선배들도 그렇게 보시겠죠.

    -채용형 인턴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
    참 잔인한 제도라 생각해요. 정말 회사한테만 유리한 제도. 동고동락한 동기도 누구는 붙고 안 붙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고, 그런 점에서 너무도 불리하고 너무도 잔혹한 제도라 생각하는데 정말 회사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가 없죠. 공채 제도의 한계가 있으니까. 3-4주 더 오래보면 그 사람을 더 파악할 수 있겠죠. 하지만 취준생 입장에서 그 회사 구직을 원하는 사람들은 기회 폭이 점점 줄어들고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보니] "열정 페이는 아직도 존재합니다" (심층인터뷰) (채용형 인턴)

    “사람 뽑는다면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생각”

    ⓷ C씨 /교육업계 (채용연계형 인턴 3개월)

    -당시의 신분은 어땠나요?
    대학 졸업하고 했었어요. 당시 인턴 동기들 중에서는 졸업 전에 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급여나 근무시간은 어땠나요?
    10시에서 7시까지 자율 출퇴근이었는데 일반 직원과 일을 똑같이 시켜서 주말 근무나 야근을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포괄임금제로 계약해서 수당은 따로 안 받았고 대체 휴무일을 주기는 했어요.

    -정규직 업무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입사 당시 일반 직원과 인턴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 준다고 했는데, 동등한 대우면 업무도 동등하다는 뜻이더라고요.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정직원이 하는 일을 인턴으로 빠르게 대체하는 거에 가까웠어요. 채용 공고에도 ‘대규모 채용 연계’라고 쓰여져 있었어요.

    -정규직 전환률은?
    스무 명 중에 전환은 8명이 됐어요. “너네는 경쟁이 아니라 개인전이다, 열심히 하면 다같이 정직원될 수 있다’ 라고 했는데.. 나중 되니까 전환율도 알려주지 않고, 사전에 고지도 안 하고. 뭘 어떻게 잘하면 전환이 될 거다라는 평가 기준도 안 알려줬어요.

    -최종 결과가 나온 뒤에는 평가 기준 들었나요?
    들은 건 전혀 없었어요. 다만 전환이 된 분을 보니 저보다 실적은 떨어지셨던 분이라... 그 부분이 의아했어요. 일단 전환율 좀 얘기해주면 좋겠고. 어떤 지표로 사람을 선발하는지가 궁금해요. 그런 걸 좀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인턴 기간에 다른 곳에 지원 못했나요?
    이전에 다른 회사에서 체험형 인턴으로 일한 적 있었는데 근로 계약서에 “인턴 기간 동안 동종업계에 6개월간 이직을 할 수 없다”라는 조건이 있었어요.

    -채용연계형 인턴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
    회사에서 정말 사람을 뽑고 싶은 거면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회사랑 안 맞으면 구직자도 다른 데로 갈 준비를 해야 하니까. 구직자 입장에서는 한 달이 가장 괜찮은 것 같아요. 기업들이 자신들 입맛에 맞게 새롭게 변형된 채용 과정을 만든 것 같아서 구직자 입장에서는 참 안타깝고요. 구직자를 울리는 채용 형태는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 글/구성: 김도연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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