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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급격한 탈원전' 탓은 아니지만‥앞으론 어떨까

[알고보니] '급격한 탈원전' 탓은 아니지만‥앞으론 어떨까
입력 2021-10-02 10:00 | 수정 2021-10-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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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급격한 탈원전' 탓은 아니지만‥앞으론 어떨까
    전기요금이 논란입니다. 3분기보다 kWh당 3원 오르는 전기요금, 1인 가구 기준 평균 한달에 1,000원 가량 오르는 셈이지만, 가뜩이나 다른 물가 다 오르는데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1% 전기요금 오르면 소비자 물가가 0.017%p 오른다는 선험적인 통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8년 만에 1.6%' 오른 것을 두고, 다른 물가 인상대비 비판의 강도가 지나친 것도 사실입니다. 이유는 '탈원전'과 연결됩니다.
    [알고보니] '급격한 탈원전' 탓은 아니지만‥앞으론 어떨까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급격한 탈원전'으로 전기요금 올랐다고, 정치인과 일부 언론들 주장합니다. 원전으로 인한 전기 생산량 줄어든게 전기요금 인상의 주 원인이라는 셈입니다. 이 주장 맞는지 살피려면 원전을 통한 전기 생산 얼마나 줄었는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원전 발전 비중 줄다가 다시 원상 회복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통계를 보면, 국내 발전량 가운데 지난 10년 동안 원전 발전 비중은 등락을 거듭합니다.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의 비율은 2011년 31%였다가 2013년엔 26.8%로 내려갑니다. 이후 다시 비중이 올라가 30%대를 기록합니다. 탈원전 선언이 있던 2017년부터는 다시 원전 비중이 내려갑니다. 하지만 하락세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2017년(26.8%), 2018년(23.4%)로 내려가더니 다시 2019년(25.9%)과 2020년(29%)로 반등을 했습니다. 올해도 7월까지 원전 발전 비중은 26.8%입니다. 이를 토대로 보자면 아직까지 탈원전이 '급격하게'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물론 한전의 적자가 전기요금 인상의 한 요인이라고 볼 때, 누적된 원전발전량 감소분이 전기요금 인상에 영향을 일부 미칠 수는 있습니다.
    [알고보니] '급격한 탈원전' 탓은 아니지만‥앞으론 어떨까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2011~2020, 한국전력공사)

    [알고보니] '급격한 탈원전' 탓은 아니지만‥앞으론 어떨까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2021, 한국전력공사)

    발전연료 '천연가스 72%, 유연탄 39%' 인상

    정부는 올해부터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3개월 단위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습니다. 따라서 8년 만에 전기요금을 올린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연료비 상승'입니다. 한전에 따르면 화력발전용 천연가스의 수입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1톤당 534.59달러로 지난해보다 72% 급등했습니다. 유연탄은 39%, 유가는 54% 올랐습니다. 분기별 인상금액은 전 분기보다 kWh당 최대 3원 밖에 올리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해 급격한 요금 인상을 막고 있습니다. 이를 볼 때 발전 연료비 상승은 훨씬 직접적인 전기요금의 인상요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탈원전' 보다는 '탈석탄'

    천연가스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석탄'을 대체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재생에너지는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방편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원전 발전은 현재로서는 전력 수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일정 수준의 발전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급격히 감소한 것은 석탄 화력발전입니다. 발전량을 기준으로 볼 때, 탈원전 선언 전인 2016년과 2020년을 비교하면 원전 발전량은 1%가량 감소했지만, 석탄화력은 이보다 많은 8%가량(213,803GWh→196,333GWh) 감소했습니다. '급격한 탈원전'보다는 '급격한 탈석탄'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줄어든 발전량은 천연가스(20% 증가)와 신재생에너지(41% 증가)가 메웠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기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6%대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결국 지난 4년간 우리나라의 발전의 흐름은 '⓵ 원전 현상유지, ⓶ 석탄화력발전 감소, ⓷ 천연가스 의존도 증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전기요금은 어떻게 되나

    전기요금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계획안 발표 과정에서 정부는 2030년에는 2019년 대비 10.9%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연 평균 1% 수준의 상승폭입니다. 여기에서도 원전은 큰 변수는 아닙니다. 오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 비중을 25%로 유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대신 석탄 화력발전의 비중은 40%에서 30%로 크게 낮춥니다. LNG비중도 소폭 낮춥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9년 6.5%에서 2030년 21% 수준으로 크게 높이기로 했습니다. 전기 생산이 특정 에너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고르게 분배되는 것입니다
    [알고보니] '급격한 탈원전' 탓은 아니지만‥앞으론 어떨까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중 발전량 목표 시나리오(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효율과 단가가 싸지기 때문에 연 1%대 인상폭일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천연가스 등 발전용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자체에도 변수는 있습니다. 최근 유럽의 전기요금이 급등한 이유 중 하나로 풍력발전의 생산성 감소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최저 풍속으로 풍력발전의 채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예상보다 요금 더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은 어떤가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세계적으로 저렴한 편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9년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가입국 28개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우리 전기요금은 1kWh당 8.02펜스, 한화 129원 수준입니다. 두 번째로 전기요금이 저렴한 국가, 터키의 전기요금은 1kWh당 한화 132원꼴이었습니다.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전기요금이 비싼 국가는 독일이었습니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1kWh당 421원정도로,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3배가 넘습니다.
    [알고보니] '급격한 탈원전' 탓은 아니지만‥앞으론 어떨까

    국가별 전기요금 평균(2019, 국제에너지기구 IEA)

    독일의 전기요금이 이렇게 비싼 건 '준조세'로 부과하는 여러 비용 때문입니다. 독일 전기요금의 구성을 분석해보면 전력 생산비용과 전력망 이용요금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EEG) 분담금, 공공재 사용요금, 열 병합발전·해상 풍력 네트워크 부담금, 전력 유통비, 전력세금, 부가가치세 등을 합산해 전기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투자비용 등 다양한 비용이 소비자에게도 부과되고 있는 겁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계속될 때 전기요금 인상 요인의 하나로 재생에너지 관련 부담금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전력은 기본 전기요금,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액, 부가가치세, 전력산업기반기금만을 합산해 전기요금을 책정합니다. 기후환경요금은 평균 전기요금의 4.9%, 연료비 조정액은 2.4%, 부가가치세는 10%, 전력산업기반기금은 3.3% 정도에 불과해 전력 생산을 위한 투자기금 등이 독일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이를 볼 때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준조세 성격의 비용이 전기요금에 부가된다면 전기요금은 더 오를 여지도 있습니다.

    '그린플레이션' 주목‥사회적 합의 필요

    정리를 하자면, 최근 전기 요금 인상이 '급격한 탈원전'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탈원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오는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은 25%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요금인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 급등한 천연가스 가격과 신재생에너지 투자라 볼 수 있습니다. 2017년, 2018년 원전 발전량이 줄었던 시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알고보니] '급격한 탈원전' 탓은 아니지만‥앞으론 어떨까

    전기요금 1% 인상시 물가 영향(통계청, 한국은행, 한국전력공사)

    신재생에너지는 원전과 별개로 세계적인 조류입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아직 6%대로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는 어느 시점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친환경 산업과 발전이 전방위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그린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에 대한 경각심의 일환입니다. 우리 전기요금은 전 세계적으로 싼 편이지만 전기 요금 인상은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얼마만큼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언젠가는 필요해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력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제도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 글/구성 : 김민솔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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