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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전두환 국립묘지 논란, 이제 잦아들까

[알고보니] 전두환 국립묘지 논란, 이제 잦아들까
입력 2021-10-30 10:18 | 수정 2021-10-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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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전두환 국립묘지 논란, 이제 잦아들까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國家葬)을 둘러싸고 논란입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국민 통합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과, 군사반란과 국민학살을 저지른 과오에 비춰 과도한 예우라는 지적이 부딪치고 있습니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면 전직 대통령의 국가장 치를 수 없게 국가장법을 개정해야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미 관련법 개정안은 10년 가까이 발의됐다 폐기됐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면 노씨의 사망을 계기로 이번에는 여느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당은 이른바 '전두환 국가장 금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사자는 아니라는데‥ 국립묘지 안장 논란

    국가장에 비하면 국립묘지 안장 논란은 크게 불거지지 않았습니다. 노씨 유족측이 처음부터 국립묘지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씨의 사망에 한해, 사안은 논란거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국가보훈처도 노씨의 국립묘지 안장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한 겁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들은 사망 당일 노씨의 국립묘지 안장 가능한지 아닌지를 따졌습니다. 이미 일단락 된 사안을 이전의 논란 단계로 시점을 되돌린 셈입니다. 관습적인 보도, 상업적인 보도 행태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도가 힘을 얻고 관심을 끄는 사회적‧역사적 맥락도 분명 있습니다.
    [알고보니] 전두환 국립묘지 논란, 이제 잦아들까

    노태우씨 사망당일 국립묘지 안장 관련 보도

    전두환 안장 반대 청원.. "제도 마련돼 있어"

    노태우씨의 사망으로 잠시 뒷전에 가 있지만, 국립묘지 안장 자격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전두환씨를 향해 있었습니다. 특히 고령인 전두환씨의 쇠약한 모습이 최근 공개되면서 전씨의 사후에 국립묘지 안장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전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않도록 관련법을 고쳐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습니다. 10월 30일 현재 1만 9천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김부겸 총리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전두환씨의 국립묘지 안장) 걱정이 걸러질 기회가 있을 것이고,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알고보니] 전두환 국립묘지 논란, 이제 잦아들까

    전두환 국립묘지 안장 반대 국민 청원

    보훈처 "법령상 국립묘지 안장 대상 아냐"

    관련법이 무엇이 미비하고, '걱정이 걸러지도록 마련된 제도'는 무엇일까요. 이를 따지려면 '국립묘지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립묘지법 제5조 1항은 누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는지 자격을 정해놨습니다. 대통령과 국가장을 치른 사람도 안장 대상입니다. 하지만 결격 요건도 규정해놨습니다. 내란죄 등으로 금고 이상 실형이 확정되면 안장 자격을 잃어버립니다. 전씨와 노씨는 내란죄등으로 각각 무기징역과 17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렀다고 해도 이 결격 요건 때문에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습니다. 보훈처는 이 법조문들을 근거로 전씨와 노씨가 안장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보훈처 "사면돼도 국립묘지에 안장은 불가"

    하지만 이 법에 안 나와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면‧복권이 된 경우 자격요건이 유지되는지 아니면 사라지는지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초기인 지난 2017년 피우진 보훈처장은 전씨와 노씨의 국립묘지 안장이 논의할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사면 복권에 대해 유권해석이 필요하고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즉답을 피했습니다. 해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 뒤 2019년에 와서야 보훈처는 "내란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뒤 사면되더라도 안장이 불가하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훈처는 <알고보니>팀에 "법무부로부터 유권 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보훈처는 "사면, 복권의 효력에 대해 논란이 있고,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임을 감안해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유권해석보다는 법으로 명확하게 표시하는게 필요하다고 스스로도 인정한 겁니다.
    [알고보니] 전두환 국립묘지 논란, 이제 잦아들까

    국립묘지 안장대상 국가보훈처 서면 답변 (2019년)

    2009년엔 "사면되면 국립묘지 안장 가능"

    하지만 법안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유권해석이 뒤바뀐 선례도 있습니다. '사면‧복권이 됐다고 해서 전과사실이 없어지는게 아니다'라고 유권해석을 전한 법무부는, 앞서 지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때는 "사면‧복권이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도 회복시켜주는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정반대의 유권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사안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 겁니다. 물론 김 전 대통령의 내란 음모죄는 선고 당시 세계적인 구명운동이 벌어졌고, 신군부에 의해 조작이 되었음이 드러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점을 감안하면 전씨와 노씨의 내란죄 경우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법조문을 가지고 해석이 경우를 달리할 수 있다는 일말의 논란의 불씨를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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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법무부 유권해석

    전두환 경호실장 국립묘지 안장 '외압'

    더 안 좋은 선례도 있습니다. 전두환 정권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냈던 고(故) 안현태씨의 전례입니다. 안씨는 전씨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관여를 했고 이 과정에서 뇌물방조와 뇌물수수 등의 죄목으로 징역형이 선고됐다 1998년 사면‧복권됐습니다. 2011년 안씨가 사망하자 유족들은 안씨의 국립현충원 장군묘역 안장을 신청했습니다. 보훈처는 안장대상심의위원회를 소집했습니다. 특가법 위반이라는 결격 사유가 있었지만, ①사면‧ 복권이 되었고, ② 군인으로서 공을 세웠고, ③ 수수한 뇌물은 대부분 부하 격려금으로 사용되는 등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는 군 관련 단체의 주장이 접수되었습니다. 당시 민간위원들은 그동안의 안장에서 탈락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과 기준에 어긋난다고 집단 사퇴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심의절차는 강행됐고 안장이 결정됐습니다. 이후 감사원 감사결과, 국가보훈처장이 정부소속 위원들에게 안장을 승인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청와대와 정치권의 압력설도 제기됐습니다. 국립묘지 안장 기준이 흔들리고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알고보니] 전두환 국립묘지 논란, 이제 잦아들까

    국가보훈처 안현태 안장 국회 현안 보고서

    법안 개정 실효성 '있다 vs 없다' 평행선

    물론 현재 청와대는 "전두환 씨의 국가장 논의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노태우씨의 국가장 논란을 계기로 관련법 개정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지금 더 급한건 상대적으로 더 느슨한 국가장법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국립묘지법도 조속히 개정해야한다는 여론도 높습니다. 개정안도 발의돼 있습니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어차피 지금도 전두환‧노태우씨의 국립묘지 안장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법 개정의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유권해석이 불변의 기준이 아니니만큼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맞섭니다. 2017년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의 김해영 의원은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행정 소송 등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입법의 실익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알고보니] 전두환 국립묘지 논란, 이제 잦아들까

    전두환 국립묘지 안장 금지하는 법 개정안 (2012년 발의)

    "국민 화합하자고 덮을 수도 있다"

    이기봉 5·18 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알고보니〉팀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두환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 인사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최근 나오고 있다"며 "국민 화합차원에서 모든걸 덮자고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습니다. 지난 2019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두환씨의 국립묘지 안장에 찬성하는 입장은 26.8%, 모름이 11.7%, 반대한다는 입장은 61.5%였습니다. 누구는 '반대'가 10명 중 6명이라는 점에, 누구는 '반대하지 않는 사람'이 10명중 4명이라는 점에 눈길이 갈 수 있습니다. 이들 각자가 관련법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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