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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핫라인] 10년 맞은 북한의 어머니날 '모성영웅'부터 '처녀어머니'까지

[평양핫라인] 10년 맞은 북한의 어머니날 '모성영웅'부터 '처녀어머니'까지
입력 2021-11-19 10:46 | 수정 2021-11-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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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핫라인] 10년 맞은 북한의 어머니날 '모성영웅'부터 '처녀어머니'까지

    ▲어머니날을 맞아 붐비는 꽃 상점/조선중앙TV

    11월 16일은 북한의 어머니날입니다. 북한 당국이 어머니날을 제정한 건 10년 전인 2012년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 해 5월 최고인민회의에서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습니다. 11월 16일은 김일성 주석이 1961년 열린 제1차 어머니대회에서 '자녀 교양에서 어머니들의 임무'라는 주제로 연설한 날입니다. 이 연설에는 “공산주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사회주의 건설자로 되는 일”이라며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결혼한 여성들이 외부활동에 나서 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이같은 연설을 한 날에 어머니날을 지정해 사회주의 완성을 위한 어머니들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10년 맞은 어머니날...어머니·여성 관련 집중 방송

    조선중앙TV는 올해로 10회를 맞은 어머니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6일, 어머니날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잇따라 방영했습니다. 이날 방송은 평소보다 6시간 가량 빠른 오전 9시에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동향과 코로나 확산 소식, 날씨, 스포츠 실황 등 통상적인 방송을 제외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어머니, 어머니날을 다뤘는데 '특집, 어머니날이 전하는 이야기','소개편집물, 어머니의 모습' 등 새로 제작한 6편을 포함한 16개 프로그램이 편성됐습니다. 8시 뉴스 시간에도 김정은 동정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어머니날 관련 소식이었습니다. 북한 뉴스는 어머니날을 맞은 각지의 동향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꽃 상점은 어머니날이 대목입니다. 각 가정과 직장에서는 어머니와 여성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꽃다발을 선물합니다. 꽃 선물을 받아든 어머니들은 가족을 이끌고 금수산태양궁전 등을 찾아 참배합니다. 노동신문(17일)은 어머니날을 맞아 '군중들이 금수산태양궁전과 전국 각지의 김일성-김정은 동상을 찾아 꽃다발과 꽃송이들을 진정하고 삼가 인사를 드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송에서도 "꽃 봉사기지들이 이른 아침부터 꽃을 고르는 자식들로 흥성이고 있다”며 어머니날의 분주한 풍경을 소개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는 어머니날을 축하하는 다채로운 공연들이 열렸습니다. 동평양대극장에서는 만수대예술단이 조형무용 '어머니', 녀(여)성독창과 합창 '그대는 어머니'등을 선보였고 국립교향악단은 모란봉극장에서 '녀(여)성의 노래' 등을 연주했습니다. 신의주시의 평안북도예술극장, 원산시의 강원도예술극장 등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담은'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평양핫라인] 10년 맞은 북한의 어머니날 '모성영웅'부터 '처녀어머니'까지

    ▲신의주시 평안북도예술극장에서 열린 어머니날 축하공연 /조선중앙TV

    어머니날 빠질 수 없는 것이 '축하장'(카드)입니다. 자식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어머니들에게 축하카드를 보냅니다. 북한당국은 매년 새로운 축하카드를 선보입니다. 조선중앙TV는 앞서 지난 11일, 어머니날을 기념하는 새로운 축하장들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축하장에는 다양한 서체로 '어머니날을 축하합니다' 등의 글귀가 적혀 있고 가요 〈어머니〉의 악보 일부와 다양한 꽃송이, 꽃다발, 꽃목걸이 등을 화려하게 배치했습니다. 평양미술대학, 중앙미술창작사, 문화예술출판사의 교원과 창작가 등 북한 내 최고 미술 엘리트들이 제작한 축하 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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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작한 어머니날 축하장들 /조선중앙TV

    언뜻 '어머니날' 만큼은 북한의 전 인민이 '어머니'의 노고를 기리고 축하하는데 온 힘을 쏟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북한 당국이 어머니들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부담이 다양하고 막중한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조선중앙TV가 16일 모범적인 어머니들이라며 소개한 어머니들의 사례는 북한 당국의 기대와 요구를 짐작케 합니다.

    #.아이 많이 낳으면 '모성영웅'..조국 위한 인재로 양성

    어머니날 특집 프로그램, '어머니의 행복'에서는 10남매를 낳아 기르고 있는 여성 박은정을 '모성영웅'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들 10남매는 이름도 특별합니다. 첫째부터 리백영, 리두영, 리산영, 리총영, 리대영, 리만영, 리세영, 리번영, 리영영으로 막내 이름만 '영'자로 끝내지 않고 '리하리'로 지었습니다. 성을 떼고 이름 가운데만 보면 '백두산 총대 만세 번영하(리)'입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을 '백두산3대장군', '백두산총대가정'이라고 합니다. '백두산총대'라는 말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백두혈통'에 대한 충성심과 북한이 항일혁명영웅이라 칭송하는 김정숙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있습니다. 10남매의 어머니는 아이를 낳을 때마다 당의 더 큰 사랑을 느꼈다며 자식 전부를 나라를 위한 인재로 키우겠다고 다짐합니다. 노동력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적어도 7~8명은 낳아야 모성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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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중앙TV

    다산 뿐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나라를 위해 일하는 훌륭한 인재와 영웅으로 키우는 것도 북한 어머니들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3남매를 둔 여성 최옥애는 맏아들과 둘째아들을 모두 노력영웅으로 키워냈습니다. 방송에서는 “두 아들이 다 영웅인 어머니의 한 생은 얼마나 긍지로운 것”이냐며 어머니가 설계원(일정한 분야에서 설계하는 일을 맡아 하는 사람)으로서 “맡은 일을 멈추지 않은 강직하고 성실한 모습이 자식들의 마음에 이 세상 제일 훌륭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새겨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모성의 또 다른 전형...'처녀 어머니' 그리고 '작식 대원'

    남포시 천리마구역 사회급양관리소 노동자 장정화는 26살 미혼 여성입니다. 방송에서는 '처녀 어머니'이자 '병사들의 어머니'라고 소개합니다. 그녀는 18살부터 아이들을 입양하기 시작해 이미 일곱 아이의 어머니가 됐습니다. 이제 20살이 된 맏이부터 10살 막내까지 고아가 된 아이들을 거둬 손수 입히고 먹이며 조국을 위한 일꾼으로 길러냈다고 합니다. 올해 17살이 된 여섯 째 아이까지 모두 초소(전투나 방위, 작업장 등에서의 제일선)에 보냈습니다. 그녀의 바람은 일곱 아이들을 모두 조국보위 초소에 세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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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중앙TV

    북한이 어머니들에게 요구하는 모성은 가정 안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강원도학원물자 공급소 소장 림영옥은 애육원에 헌신한 모범적인 어머니로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습니다. 림 소장은 지난 2015년 공급소 안에 토끼와 닭, 돼지 등을 기를 수 있는 종합축사를 70일 만에 완공했습니다. 나라에서 보급하는 물자를 애육원에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급소에서 아이들을 위한 식량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서입니다. 방송에서는 "축사를 건설하는 림 소장의 마음에서 종업원들은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며 사상정신상태가 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사회에 대한 모성은 자녀에 대한 모성에 앞섭니다. 지난 해, 림영옥 소장의 딸은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술 시기는 림 소장이 일하는 공급소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일과 겹쳤습니다. 하지만 림 소장은 주저없이 종업원들과 백두산에 올랐다고 합니다. 조선중앙TV는 림 소장이 백두산 정상에 올라 "우리도 백두산 정신, 백두의 칼바람 정신으로 일해 나가자!"며 동료들의 사기를 올렸고 이후 "불굴의 정신력으로 2층짜리 닭 우리를 건설해 종합축사의 면모를 갖췄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핫라인] 10년 맞은 북한의 어머니날 '모성영웅'부터 '처녀어머니'까지

    ▲조선중앙TV

    어머니날 처음 방송된 '연속소개편집물, 숭고한 의리 빛나는 삶-항일혁명투사 장철구'는 항일혁명투사로 불리는 여성의 생을 다뤄습니다. 장철구는 1936년부터 김일성 주석이 이끄는 항일 유격대 사령부 작식대원(취사병)으로 활동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산 속에서 속성으로 장을 담그고 위험한 지역을 마다하지 않고 식량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방송에서는 장철구를 "항일전의 나날 자기보다 먼저 동지들을 생각하고 혈육보다 더 살뜰한 사랑과 정으로 대원들을 돌봤다"며 "대원들로부터 유격대의 어머니로 불렸다"고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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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중앙TV

    북한에서는 군인들의 어머니로 불린 장철구의 이름을 딴 '장철구평양상업대학'을 설립했습니다. 요리와 의복, 상업과 관광 등 서비스업 전 영역의 기술자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통상적으로 어머니들이 도맡는 '먹이고 입히고 키우는' 일에 특화된 인력을 키우는 학교 명칭에 '장철구'를 넣어 인민 성장과 생활에 필요한 인재와 모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입니다.

    #.엄마 '계순희'의 기쁨... 체육명수 꿈꾸는 5살 딸

    올해 5살이 된 유치원생 김슬기는 체육 꿈나무입니다. 3살부터 유술장(던지기, 누르기 등의 중경기를 벌이는 곳)에 드나들며 그곳 선수들과 같이 뛰놀았다고 합니다. 슬기는 "어머니는 올림픽 수상자, 세계선수권 보유자, 세계유술여왕 영웅"이고 "아버지는 체육단 유술감독"이라고 자랑합니다. 슬기의 어머니는 북한의 유도 영웅 '계순희'입니다. '어머니' 계순희는 아이가 걸음마를 뗄 때부터 유술장에 데리고 다녔다며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또 "세계의 하늘가에 공화국기를 휘날리는 체육명수가 된 딸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내가 세계선수권자가 된 것 못지않게 큰 기쁨"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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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중앙TV

    방송에서는 아이들을 인재로 키울 수 있는 어머니들의 관심과 노력을 강조합니다 계순희 같은 체육인 뿐 아니라 텔레비전 연속극 '방탄벽'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리수경, 향료 연구 박사 최영순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자녀들은 사회에서 활약하는 어머니를 본받아 각자 배우와 박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배우 리수경의 13살 딸은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화술기량도 높이고 책도 많이 읽어 아는 것이 많아야 맡은 역할의 형상을 진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머니 리수경도 딸에 질책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기억대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 요리사가 장래희망인 다른 아이들의 어머니도 그 꿈을 응원하며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김정은 시대, 어머니날을 제정한 이유

    북한에서는 '가정'이 혁명을 위한 최소 단위입니다. 그만큼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여성이 맡은 막중한 역할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전통적인 여성상은 최악의 식량난을 겪었던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들은 남성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했던 데서 벗어나 가족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체제 순응적이던 북한 여성들은 체제의 통제를 벗어나 비사회주의적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가정과 사회에서의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국경을 넘나들거나 탈북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도 여성이었습니다. 김정은 시대 첫 해 어머니날을 제정한 데는 조직과 통제에서 이탈한 여성들을 '사회주의 대가정', 즉 북한 체제 안으로 불러 들이고, 공적 기여를 유도하기 위한 뜻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니의 '값높은 삶'은 가정 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체제에 기여함으로써 실현된다는 메시지가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로는 젊은 지도자가 여성 인권과 사회 활동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자주 부각합니다. UN에서 제정한 '세계 여성의 날'을 북한에서는 '3·8국제부녀절'이라고 부릅니다. 애초에 세계 여성의 날은 사각 지대에 놓인 여성의 사회적, 정치적 기회와 권리 향상을 고민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3·8국제부녀절'은 '여성중시, 여성존중의 아름다운 화원'을 가꿔가고 있다는 김 위원장의 '위민헌신'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국제부녀절마다 사회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들을 조명하며 나라와 당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받는다고 선전합니다. 맹수를 다루는 동물원 사양 관리, 몸집이 큰 무궤도전차 운전 등에 도전해 금녀의 벽을 깨고 있는 이들을 소개하며 "조국과 혁명, 사회와 가정 앞에 지난 책임과 본분을 다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행로 위에 충성과 애국의 자욱을 새겨가는 여성들"이라고 설명합니다.
    [평양핫라인] 10년 맞은 북한의 어머니날 '모성영웅'부터 '처녀어머니'까지

    ▲국제부녀절에 소개된 무궤도전차 운전사/조선중앙TV

    노동신문은 지난 16일 '고생과 헌신의 대명사로만 불리워오던 어머니들이 혁명과 건설의 힘있는 역량으로, 집단과 가정의 활력과 생기로, 주체혁명위업의 대를 굳건히 이어나가는 여성 혁명가로 삶을 빛내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더 적극적인 어머니들의 활동과 역할을 강조한 겁니다. 가정에서는 물론 사회와 국가를 위해 온전히 헌신하는 여성들을 '어머니'라고 부각하는 분위기 속에서 북한 여성들의 삶은 앞으로도 고단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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